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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토지수용 절차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해룡 교수(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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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의 관계를 중심으로 -
     
    I.  문제의 제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의한 토지수용절차는 토지의 협의매수, 사업인정, 협의매수, 그리고 수용재결의 4단계로 이루어지는데,  그 절차의 핵심은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이라 할 것이다. 이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개인의 권리보호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사업인정의 법적 성질을 ‘수용재결을 조건으로 하는 수용권 설정행위’라 보는 판례에 따라 사업인정이 고시되면 사실상 수용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되어 토지소유자는 협의매수절차에서 매우 약자적인 입장에 서게 되고 후속하는 수용재결절차에서 겨우 보상액의 증액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개별법들에는 당해 법률에 의거하여 추진되는 사업계획에 대한 행정청의 인, 허가 또는 승인이 날 경우 토지보상법상의 사업인정을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으로 인하여 사실상 공용수용의 필요성 여부를 심사할 절차가 송두리째 탈각되어 개인의 재산권의 보호에 큰 흠결이 초래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의 관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개별 법률들에 산재해 있는 사업인정 의제규정을 대폭적으로 삭제, 정비하는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
     
    II.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의 관계
     
     토지보상법상의 수용절차는 공용수용법리에 부합되게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토지보상법에 의하면 사업시행자가 개인의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협의매수 노력과 함께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업인정과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받아야 하는데, 이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1. 사업인정의 내용과 법적 성질
     
     토지보상법 제  20조 제 1항은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업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업인정의 요건에 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다만 동법 제 22조 제 1항에 비추어 사업인정에서는 사업지역 및 수용하거나 사용 대상 토지의 세목 등이 심사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동법은 사업인정의 효력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인정의 법적 성질과 그 효력에 대하여 논란이 제기된다.
     
    - 판례/통설의 견해
     
     대법원은 사업인정에 대하여 “그 후 일정한 절차를 거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정한 내용의 수용권을 설정하는 행정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그 사업인정에 의해 수용할 목적물의 범위가 확정되고...”라고 판시하여, 대법원 1994. 11. 11. 선고 93누1937 ;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누4889 판결
     사업인정이 기업자에 대한 설권적 행정처분이라고보고 있다. 학계에서도 대체적으로 판례의 견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어떤 사업이 ‘공공사업에 해당하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보는 소수의 견해도 있다.
     
    2. 수용재결의 내용과 법적 성질
     
     토지보상법 제 50조 제 1항은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사항으로 ‘수용하거나 사용할 토지의 구역 및 사용방법, 손실보상, 수용 또는 사용의 개시일과 기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수용재결의 행정처분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용재결의 내용과 요건 등에 관하여 언급한 바가 없다. 여하튼 상기 조항에 비추어 재결의 내용은 손실보상 및 수용개시일 등은 물론 수용할 토지의 범위와 사용방법 등을 정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용재결이 토지수용을 위한 종국적 결정인가, 혹은 수용재결에서는 손실보상액 등의 사항만이 심사되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등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3.  사견
     
     필자는 사업인정은 어떤 사업의 공공필요성 여부에 관하여 확인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는 후속하는 수용재결에서 토지의 수용 및 사용을 위한 법적 결정이 종국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토지수용절차를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의 2단계로 구성할 필요는 없지만, 토지보상법이 이 양자를 별개의 절차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토지수용이라는 복잡한 행정결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토지수용절차를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한, 양자 간에는 그 심사대상이나 결정내용이 달리 구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업인정은 당해 사업에 대한 공공필요성 판단, 그리고 수용재결에서는 수용여부와 수용대상 토지의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사업인정에서 ‘공공의 필요성’ 여부에 판단을 넘어 잠정적으로나마 대상 토지에 대한 수용권까지 부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그에 대한 판단은 수용재결단계에서 내려지는 것이 공용수용법리에 부합된다. 토지보상법이 사업인정 이후에 당사자 간의 대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협의매수 절차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판례가 사업인정을 조건부 수용권 설권행위로 보는 이유를 추측해 보면, 토지보상법 제 22조 등에서 사업인정 시에 “사업의 종류, 기업지 및 수용 또는 사용할 토지의 세목을... 공보에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업인정의 단계에서 수용목적물 범위가 가시화된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토지수용에 관한 법적 결정은 어디까지나 수용재결에 의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우선 토지보상법 제 50조가 수용재결사항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수용재결사항으로서 수용할 토지의 구역 및 사용방법, 수용의 개시일과 기간, 그리고 손실의 보상(방법 및 금액)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용수용 결정은 토지수용이 필요한 것인가의 여부, 수용 대상토지의 확정과 손실보상액을 함께 결정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므로 사업인정단계에서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간의 이와 같은 쌍무적인 권리, 의무에 대한 법률관계가 아직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인정 단계에서는 기업자의 사업계획에 관해 검토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개별적 수용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심사는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사업인정에 대하여 수용재결을 조건으로 하는 설권적 수용행위로 보는 판례의 입장은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사업인정권자인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업무상 그의 지휘를 받는 기관일 경우에 법리적으로 매우 부합리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국토교통부장관이 사업시행자인 때는 자기가 수행하는 사업을 위해 실질적 수용결정을 스스로 행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사업인정을 수용권 설정행위라고 보는 것은 사업인정 후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간의 협의매수를 사법적 법률관계라고 보는 판례의 입장과도 조화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사업인정의 권한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단독적으로 부여되어 있는 반면에 수용재결의 권한은 토지수용위원회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에 부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서도 수용권 설정행위는 어디까지나 수용재결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III.  사업인정 의제효 규정들의 정비 필요
     
     많은 개별법들에서는 당해 법률에 의거하여 행해지는 사업허가, 인가 또는 실시계획의 승인 등에 대하여 토지보상법상의 사업인정을 의제하는 조항들을 두고 있기 때문에 최근 한국토지공법학회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사업인정 의제조항을 두고 있는 법률들은 100여개에 달한다.
     어떤 사업에 대한 공공필요성을 심사하는 사업인정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점도 중대한 문제이다.  최근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사업인정 의제) 후 토지소유자와의 협의매수업무가 불성실하였다고 판단될 때에는 수용재결을 각하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으나, 정작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자와의 협의매수절차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것이 수용재결의 각하사유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각하사유가 된다고 해도 수용재결 각하결정의 효력범위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많은 의문이 따른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할 때, 공공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공공필요성을 판단하는 사업인정절차가 실질적으로 행해질 수 있도록 사업인정 의제조항을 폐지하고, 사업인정과 수용재결간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입법적 개선이 요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보상법의 핵심내용인 사업인정과 수용재결에 관한 조항을 대폭 개정하여, 사업인정의 요건, 사업인정절차(구술절차의 도입, 이해관계자의 절차참여 등), 사업인정결정의 내용 및 사업인정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수용재결에 관한 조항 역시 그 요건과 내용 및 효력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 보강하는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입법적 개선은 토지수용업무의 발전과 토지재산권자의 권리보호 및 공공사업추진에 따르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