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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일본의 내부통보(고발)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

    이연주 변호사 (법무법인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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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서론 
    한국기업의 부정부패사건들이 내부통보(고발)를 통해 밝혀지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많은 기업 불상사들이 내부고발이나 내부통보에 의해 밝혀지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기업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인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 내부통보(고발)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의 내실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한국과 일본기업들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내부통보(고발)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여 기업 내 정책에 반영해 왔다. 
     
    2014년도 일본 공인부정검사사협회(公認不正?査士協?)의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기업 내에서 부정이 발각되는 것은 42.2%가 내부통보에 의한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부통보가 전혀 없다’라고 자부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기업 규모에 비례하여 ‘일정 수준의 내부통보가 있는 편이 건전하다’는 사고방식이 주류가 되어 내부통보건수를 외부에 공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의 ‘내부고발’이란 조직 혹은 조직 구성원의 불법적·비윤리적인 행위를 인지한 내부직원이 그 정보를 조직 내부나 외부에 신고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기업 내부에 비위사실을 알리는 것을 ‘내부통보’, 기업 외부에 알리는 것을 ‘내부고발’이라고 하여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양자를 구별하는 일본 방식에 따라 기재하기로 한다.
     
    ㅋ. 최근 이슈된 내부통보(고발)사건
    1. 토시바 부정회계사건
    일본의 전기제품 메이커로 유명한 주식회사 토시바(TOSHIBA CORPORATION, 이하 ‘토시바’)는 2008년부터 2014년에 걸쳐 반도체와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에서 손실을 숨기고 수천억엔 이상의 이익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회계부정을 저질러 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사태로 사장이 물러나고 이사 16인 중 8인, 집행역 1인이 문책 사임했으며, 일본 내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고 해외기관투자가들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유가증권 허위기재혐의로 73억 7350만엔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게 되었고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 및 금융청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받게 되었다.
     
    창업 140년을 맞는 일본 토시바의 전대미문의 부정회계 사태는 한 통의 메일로부터 시작되었다. 2014년 토시바 관계자로부터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에 ‘토시바의 인프라관련사업 회계처리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라는 내용의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하였다. 토시바 직원이 실명으로 공익통보제도(한국의 공익신고제도와 유사)를 이용해 내부고발한 것이었는데 고발내용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는 2015. 2. 토시바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였다. 2015. 5. 당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사내조사로 판명된 것 외에 크게 우려되는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발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은 듯 했으나 기자회견 이후 그 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회계부정행위에 대해 수건의 내부고발이 이어졌고, 토시바의 TV, PC, 반도체 등 전 사업분야에 걸쳐 이익과대계상이 행해진 사실, 그 배경에 경영 윗선이 목표달성을 위해 강압적으로 회계부정을 강요해 온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났다. 경영진이 부문별 수익목표달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직원은 이에 반기를 들 수 없는 기업풍토에다, 재무부문의 직원이 입사부터 퇴사까지 한 부서에 있으면서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알아도 동료의식으로 인해 바로잡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2. 토요고무 성능조작사건
     
    2015년 3월 면진(免震)고무성능 데이터를 조작하여 총 154채의 건물에 납입한 사실이 발각되어 급거 제품을 회수하고 연루된 이사진 전원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일본 化工品 제조업체인 토요고무 (Toyo Tire & Rubber Co., LTD., 이하 ‘토요고무’). 토요고무의 건물용 면진고무성능조작사건이 발각된 때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2015년 10월 14일, 이번에는 토요고무의 자회사에서 제조한 철도·선박용 방진고무에 대해 강도 등 성능데이터를 허위로 작성해 출하한 사실이 발각되었다. 
     
    2015년 3월에 드러난 건물용 면진고무사건 때에는 사내통보가 행해지지 않았으나 10월에 발각된 철도·선박용 방진고무 사건은 사내통보로 발각되었다. 첫 번째 사건 때에는 담당 직원이 전 담당자의 성능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인식하였으나 허위라는 명백한 기술적 근거, 즉 부정행위라는 확신이 없어 사내통보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앞서 드러난 사내부정을 계기로 2015년 8월 18일, 19일 양일간 직원들을 상대로 컴플라이언스 연수가 실시되었고 연수 다음 날인 8월 20일 직원 중 일부가 방진고무성능조작에 대하여 내부통보를 하여 성능조작사실이 밝혀졌다. 직원들은 내부통보(고발)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내부통보(고발)의 결과 자신에게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게 마련이나 토요고무 직원은 이러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성능조작으로 인해 사회에 끼칠 해악을 더 우려하여 용기를 내었고 토요고무는 사내연수를 통해 그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주를 비롯한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토요고무의 신뢰회복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있다.
     
    3. 산토리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주류회사로 잘 알려진 산토리홀딩스 주식회사(Suntory Holdings Limited, 이하 ‘산토리’). 지난 2014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특히 상사의 언어폭력 등 무형력 행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산토리 직원이 당해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동경지방재판소는 상사(피고1)에게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회사(피고2)에게는 사용자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동경지방재판소 평성26년 7월 31일 판결 판례시보 2241호 95p). 본건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피해를 입은 산토리 직원이 산토리 내 사내통보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실장(피고3)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점이다. 원고는 피고3에게 자신이 피고1로부터 의도적으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피고1에 대한 책임추궁과 재발방지책 등 처분을 요구하였으나 피고3이 제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동경지방재판소는, 피고3이 원고 및 피고1과 수회 면담을 실시하고 복수 관계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절한 조사를 행하였고, 사내통보와 상담 및 조사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공개할 수 없으므로 조사결과를 문서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이며, 피고3이 원고에게 ⅰ)피고1이 원고에 대한 지도가 도를 지나쳤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 ⅱ)피고1이 원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는 사실을 전하고, 피고1에게는 원고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우울증 진단)는 것을 인식한 시점 이후에도 원고의 업무량을 줄이지 않고 장기휴가를 허락하지 않은 점은 피고1의 판단 잘못이라고 알려 준 사실을 종합할 때 피고3의 조치는 적절하였고, 피고3이 산토리 내부규정에 근거하여 피고1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내지 폭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에는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컴플라이언스실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었으나, 본 판결은 사내통보담당자로서 어떠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판결이다. 
     
    Ⅲ. 시사점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 내 비리를 외부에 공개하여 기업이미지를 훼손하는 것보다 외부로의 고발은 되도록 피하고 기업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사내통보의 이용이 보다 절실할 것이다. 
     
    기업내부통보제도를 두고 있지만 기업 내 경직된 분위기로 인해 사내통보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토시바 사태처럼 부정을 규탄하는 여론이 늘고 사내윤리보다 사회의 윤리를 우선하려는 자가 나타나 내부고발(통보)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생성되면 언제든지 고발(통보)건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 평상시에 사내고발제도 특히 사내통보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내통보에 관한 사내규정에서는 통보의 대상을 부정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상황’으로까지 확대 후 직원들에게 주지시켜 부정행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신속히 상층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토요고무 사건).
     
    사내통보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사내통보 사안에 대한 성실한 조사를 행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역할을 하여야 하며 통보자에게 조사결과를 적절히 피드백하여야 한다. 적절한 피드백이 없다면 통보자는 언론, 경찰, 감독기관 등 사내고발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나 구두 발언 등이 추후 컴플라이언스 담당자의 주의의무위반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가 있음도 인식하여야 한다(산토리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