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연구논단

    ELS 분쟁관련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에 대한 고찰

    성희활 교수 (인하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 논의의 배경과 취지
     
    주가연계증권(ELS: Equity-Linked Securities)이라 함은 주가지수나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파생결합증권으로서, 법적 성격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지급청구권을 표창하는 채권이다. 
     
    이 상품의 거래구조를 단순화하여 예를 들어 본다. 甲 증권회사가 A회사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ELS를 발행하는데, 상환 조건으로 매 6개월 종료 시마다 종가가 2만원 이상이면 투자원금의 110%를 지급하겠다고 약정한다. 그리고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3년으로 정해진 만기까지 계약관계가 존속할 경우에는 만기일 종가가 2만원 이상이면 투자원금의 130%를 지급하되, 2만원 미만이면 투자원금의 70%만 지급하겠다고 조건을 붙인다.
     
    ELS 관련 분쟁의 대표적인 양태는 다음과 같다. 3년 후 만기 당일, 주가는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꾸준히 2만2000원 부근에서 형성되고 있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0%의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15시 종가 결정 직전 단일가매매(예전의 동시호가매매) 시간에 갑자기 대량의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종가가 1만990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원금 1억원의 투자자 乙은 1억3000만원이 아니라 7000만원만 상환 받게 되어 큰 손실을 입었고, 이에 대해 대량매도를 한 당사자, 즉 甲 증권회사 또는 甲과 백투백헤지 거래를 통하여 수익과 손실의 실질적인 주체가 된 외국계 은행 丙은 이 상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보편적인 위험관리기법인 델타헤지를 수행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매도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이러한 방식의 헤지거래는 부당하게 조건성취를 방해한 행위이며 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한편, 만기상환이 아니라 중간상환을 인위적으로 무산시켜 결국 만기 시에 손실로 연결된 사건들도 있는데 기본적인 거래 양태는 같다.
     
    2009년 이후 본격화된 ELS 분쟁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작년 이후 대법원은 일련의 판결에서 대부분 원고 측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이러한 주류적 판례에는 대법원 2015. 4. 9. 자 2013마1052 결정 (증권집단소송 허가),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및 2013다3811 판결 (민법상 조건성취방해),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1280 판결 (형사, 자본시장법 위반),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 (민사,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이 있다. 주류적 판례의 입장은 “델타헤지는 금융투자업자가 자신의 위험을 회피 내지 관리하는 금융거래기법에 불과”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델타헤지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의 존재가 피고인에 대한 시세고정목적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금년 봄 이와 상반되게 피고 측의 책임을 부인한 판결들이 선고되면서 이 분쟁 관련 법리적 논쟁, 특히 헤지거래가 시세조종 혐의를 조각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일단락되지 못하고 다시 혼란스럽게 되었다. 주류적 판례와 상반된 판결들은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다7264 판결과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2다108320 판결이고, 피고는 두 건 모두 외국계 B은행이다. 
     
    이 글은 피고 측의 책임을 부인한 판결에 대하여 자세한 판시사항을 담고 있는 2013다7264 판결(중도상환 무산 사건)을 중심으로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아울러 헤지거래의 일반론적 항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자 한다. 
     
    2. 상반된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검토 의
     
    동 판결은 먼저 일반론으로서 “금융투자업자가 파생상품의 거래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하여 시장에서 주식 등 그 기초자산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는 헤지(hedge)거래가 시기, 수량 및 방법 등의 면에서 헤지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는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헤지거래로 인하여 기초자산의 시세에 영향을 주었더라도 파생상품의 계약 조건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등 거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시세조종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구체적 주요 판시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기준일 당일 델타값에 따라 처분해야 할 169만1928주중 55만5080주를 매도하였는바 이는 매도 시늉만 한 다른 사례들과 다르다. ② 남은 물량 약 100만주 처리와 관련, 단일가매매 시간에 60만주를 시장가로 주문한 것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주문형태이므로 가격하락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 ③ 기준가를 하회하는 40만주의 주문도 기준가 위의 매도주문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낸 것이지 부당한 주문이 아니다. ④ 델타헤지는 기준일 장 종료 직전에 헤지거래를 수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이다 등. 결론적으로 “이 사건 기준일 종가를 상환기준가격 아래에서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세조종 책임을 부인하였다.
     
    이 판시 사항들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①의 경우, 다른 사례와는 달리 3분의 1에 달하는 물량에 대해 접속매매에서 성의 있는 처분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전체 이상매도주문에 대해서 면죄부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본다. ② 단일가매매시 시장가주문은 거의 하한가로 제출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접속매매라면 설시한 바와 같이 시장가주문이 가격하락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일견 타당한 면도 있지만, 단일가매매에서 시장가 매도주문은 곧 하한가주문과 동일하다는 점이 간과되었다. 게다가 B은행의 매도 주문 이외에는 대부분 매수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60만주라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가로 출회되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나아가 수백원의 가격하락을 야기하였다. ③ 60만주의 시장가주문에 이어 추가로 40만주가 기준가를 하회하여 출회된 것은 주가하락의 의도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④ 델타헤지는 원래 특정 시점의 주가를 근거로 산정된 델타값에 따라 매매를 하는 것인데 종가가 나오기도 전에 델타헤지를 한다는 것은 이론적 모순이며, 조건성취에 대비하여 미리 매도하였다는 주장은 2014도11280 사건에서 2심 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조건성취에 대비하기 위한 행위로써 조건성취 자체를 무산시켰다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모순된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기준일 종가 결정 직전 불과 2분30초 동안 하루 전체 거래량의 27%에 달하는 100만주의 매도가 이루어졌고, 이 100만주는 다 기준가를 하회하였으며, 종가 단일가매매에서 매도주문 관여율이 70%가 넘는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인 시세하락의 혐의가 뚜렷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주류적 판례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3. 헤지거래에 대한 일반론적 검토
     
    ELS 관련 소송에서 제기되는 피고 금융회사들의 기본적 항변은 헤지거래가 건전성을 요구하는 법령에 의한 것이고,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또 위험 공시가 이루어졌으므로 면책이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의무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요구일 뿐, 델타헤지거래와 같은 구체적인 위험관리기법은 금융회사의 자율 사항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세조종 내지 부정거래를 하지 말라는 자본시장법의 금지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므로 규범의 권위가 다르다. 또한 사회상규 부합 주장도, ① 종가 결정시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과도한 종가관여로 수단·방법의 상당성을 결하고 있고, ② 자신의 조그마한 손실 회피를 위해서 자신을 믿고 투자한 고객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도 상실하였으며, ③ 상환기준가 결정 직후 시간외거래나 익일거래 등의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공시 책임과 불공정거래 책임은 별개이고, 위험 공시 자체도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아서 공시에 따른 면책 주장 또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현대 금융시장의 특징인 ‘금융의 파생화’ 현상으로 인해 위험관리를 위한 헤지거래 등 연계거래는 필수적이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어 온 ELS 관련 헤지거래 또는 연계거래 행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적인 위험관리, 그리고 선의의 투자자보호를 위해서 명확한 법리가 확립될 필요가 있는데, 최근 대법원 판결들이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각 사건들의 사실관계가 달라서 문제없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향후 유사사건에서 사실관계의 미묘한 차이보다는 판시 요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과 실제 사실관계의 차이도 별로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거쳐 일관된 판례를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