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전통적인 지식재산 기반 산업은 특허나 디자인, 상표 등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었고, 이에 대한 보호는 개별 법률인 특허법이나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과 같은 직접적인 관련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였다. 또한 퍼블리시티권과 같이 아직 명문의 법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를 ‘신지식재산’으로 분류하고, 기존 법률의 해석으로도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다는 해석 결론을 도출한다거나 입법론을 고민하는 것이 기존의 논의였다. 퍼블리시티권을 중심으로 프로스포츠산업 또한 지식재산에 기반한 문화산업에 포함된다. 필자는 그동안 지식재산 기반 산업의 보호 측면에서 거래관계의 공정성과 기술탈취에 준하는 무임승차의 방지, 거래상지위의 남용금지 등의 맥락에서 공정거래법 등의 경쟁법의 역할을 더욱 중시하여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그 중 프로스포츠산업에서 일어난 이용대 선수와 관련된 ‘해프닝’에 대한 필자의 짧은 소견을 조심스레 전개해보고자 한다.
2. 사건의 개요 및 법리상 문제점
가. 프로스포츠산업에서의 경쟁법의 역할 제고 필요성
프로스포츠산업의 수익모델은 스포츠경기에 대한 중계권료나 스폰서십과 같은 대표적인 형태는 물론, 이 외에도 스포츠스타의 퍼블리시티권에 기반한 라이선싱, 광고, 매니지먼트, 기타 저작권법,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근거한 권리보호 등을 매개로 다양한 계약관계를 형성해왔는데, 미디어와 콘텐츠 유통구조의 혁신, 매체 간 융합에 따라 관련 산업의 규모는 더욱 급성장이 예상된다. 되돌아보면, 국내에서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부흥한 계기는 1982년 프로야구의 창단이었고, 무려 30여년이 훨씬 넘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와 관련된 다양한 거래행위에 대하여 경쟁법은 사실상 침묵을 지켜왔고, 최근에서야 프로야구선수에 대한 불공정약관의 문제를 공정위가 문제 삼는 등 적극적 개입의 출발에 서 있지만, 아직도 경쟁법 및 소비자보호법이 직접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나 거래관계의 불공정성을 시정하는 측면의 다양한 논의는 미흡했다고 본다. 민사법 영역의 시각에서 그동안 이윤압착행위와 무임승차, 거래상 우월지위의 남용행위 등에 대해 불공정성을 논한다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가려져 정작 보호해야 할 거래관계의 이익들이 뒤로 밀려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나. 이용대 선수 사례
국내 배드민턴의 간판스타인 이용대 선수와 관련된 스폰서 충돌문제가 발생할 당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대만에 본사를 둔 빅터사(Victor社)로부터 한 해 300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용품을 지원받아 왔다. 그런데, 이 기간 중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공식후원업체가 아닌 요넥스社가 이용대 선수와 ‘개인후원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용대 선수는 당시 SNS,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요넥스社의 광고모델로 활동하였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요넥스社의 배드민턴라켓 등 경기용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공개적인 시정요구가 있었고, 이것이 언론기사화 되면서 많은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심리적 부담을 느낀 이용대 선수는 즉시 사과의 뜻이 담긴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적인 용품사용 및 요넥스社의 모델활동을 중단, 리우올림픽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발표하게 된다. 해외의 유사한 사례 중에서는 2015년 5월 중국 둥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단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를 앞두고, 유럽의 강호 덴마크는 당시 남자복식 세계3위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을 국가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보에-모겐센은 덴마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계약한 업체의 용품을 세계선수권에서 사용하겠다고 고집하였고, 당시 덴마크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업체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과감하게 팀 에이스에게 덴마크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빼앗는 결단을 내린다.
다. 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결론부터 언급한다면, 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들은 모두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상의 사업자 또는 제4호상의 사업자단체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직접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 근거는 우선, ①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에 관한 적극적 개념정의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는 법해석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경쟁법상 사업의 범위는 매우 넓게 포섭하는 해석이 일반적일 뿐만 아니라(Volker Emmerich, Das Recht des Unlautern Wettbewerbs), 국내 학계에서도 공정거래법상의 사업자란 상법 소정의 영리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널리 경제상의 계산 위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경제활동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② 특히, 비영리를 표방하는 단체에 대하여도 공정거래법상의 사업자의 범위로 넓게 포섭하는 해석으로 강학상‘절대적 사업자’와 ‘상대적 사업자’로 구분하고 있는바(정호열, 경제법 전정 제5판, 75쪽 참조), ‘용품후원 및 마케팅 활용’ 등에 한정한 영역에서, 또한 수익의 귀속을 공익적 측면에서 활용하고자 하여도 경제적 유인을 고려한 계속적 거래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사업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도“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사경제의 주체로서 타인과 거래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공정거래법 소정의 사업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를 하여(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3659) 실질적 행위 관점에서 사업자의 개념을 판단한다는 점도 동일한 취지로 볼 것이다.
결국 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의 조직적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그 법적 지위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될 수 있는데, ① 소속 프로스포츠선수들 개인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로 포섭하여, 이들 사업자가 소속된 단체라는 의미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평가하거나, ② 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를 하나의 개별사업자로 직접 포섭하여 사업자에 대한 규정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양립 불가능한 지위라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과정에서의 운영의 묘와 선택 문제라고 본다.
결국 이들의 지위를 고려할 때 선수와 협회가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개인용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래관련 행위에 대하여는 공정거래법이 직접 적용될 수 있다.
라. 공정거래법상의 평가
소속 종목단체의 문제제기에 따라 선수 개인이 스폰서의 포기를 선택한 결과에 대하여는 우선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속조건부거래의 유형인 배타조건부 거래행위(exclusive dealing)의 문제와 사업활동방해, 나아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남용, 또는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중 소속사업자의 사업활동방해행위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 관련 시장의 획정결과에 따라서는 대한체육회 또는 소속 종목 단체의 독과점적 지위가 인정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어 이 경우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시지남)로도 접근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공정거래법 제3조의2). 물론 경쟁제한성 유무의 문제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어려운 판단이고,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과 효율성증대 등 여러 유인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용대 선수의 사례와 같이 단순한 ‘유니폼’과 같이 경기결과에 직접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 일반 용품의 후원을 넘어, 경기력과 승부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라켓과 같은 용품사용의 일률적 결정과 사용강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심히 의문이다. 더 나아가 양자의 충돌시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절차보장이 미흡한 현실, 일방의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조치가 미흡한 점, 승부를 가르는 냉혹한 스포츠경기의 특성, 소속 선수와 협회의 ‘갑을관계’ 등에 비추어 공정거래법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하고, 이는 스포츠산업의 위축을 초래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더욱 건전한 스포츠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다국적 스포츠용품 기업들 간의 경쟁이 더욱 촉진된다면 경쟁을 통하여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소비자후생의 증대는 결국 스포츠선수들의 동기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 약관규제법의 보완적 역할을 기대하며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 법률 중, 약관규제법의 적용 가능성에 대하여도 살펴보면, 선수 개인의 스폰서계약체결의 제한과 같은 협회의 내부 규정(명칭을 불문)을 약관규제법상의 약관으로 포섭할 여지가 크고, 이에 대하여는 당연히 약관에 대한 일반법인 약관규제법의 적용대상으로 불공정한 약관의 통제의 차원에서 법이 보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