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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유통법(流通法)적 관점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고찰

    이혁 전문위원(국회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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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설
     
     유통(流通)은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공급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제조자에서 재판매자로, 유통채널의 상위단계에서 하위단계로 판매되고 이전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리적·입법적 논쟁은 물론 유통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영업규제가 외견상 사회적 목적이 강조되지만 실은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과 소매유통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규제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2012년 1월 17일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가 신설된 이래, 경제민주화, 대·중소기업 상생발전문제, 골목상권침해 등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논의되던 국면에서 전환하여 유통산업의 경제적 효율성과 균형 있는 성장을 고려하는 유통법(distribution law)적 측면에서 조망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증진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유통법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도록 한다. 
     
    2. 대형마트의 규제 입법
      대형마트는 ‘상시 저가격 정책(EDLP)’을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유통의 주력채널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과거 공급자 중심시장에서 소매유통업자(retailer)는 보호가 필요한 약자였으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확보한 우월적 구매력(buying power)을 바탕으로 점차 공급자에 대해 협상력(bargaining power)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수직적 거래관계에서 우월적 협상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대형마트의 가격경쟁력은, 소매유통단계의 수평적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유통업체를 압도하여, 종국적으로 이들 중소업체의 시장퇴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의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입법되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대규모소매유통업자(big-box retailer)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 존재한다. 출점규제는 용도지역조례(Zoning Ordinance)·도시계획지침(PPG) 등과 같이 도시계획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반면 일요일휴무와 같은 영업규제는 종교적·노동법적 배경에서 출발한 사회적 목적의 규제라는 점에서,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직접 제한하는 우리법제와는 간극이 있다. 
     
    3. 영업규제의 타당성 검토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相生發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과 같은 영업규제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을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하여 ‘대형마트 등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및 ‘경제의 민주화’ 등의 공익실현을 위한 조항으로 해석하였다. 그런데 우리법제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시장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이,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유통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되어 운용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는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이라는 구체적 귀책사유를 전제하지 않고,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동법 제12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 제119조 제1항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은 “양측의 경제효과 분석 등 자료만으로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 등 효과나 대형마트 개설자와 납품업자 등의 매출 감소 등 효과의 경중을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앞서 본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규제의 취지 등에 비추어 단순히 경제효과 분석 등에 나타난 수치자료만으로 규제 수단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도 객관적 경제 분석이 아닌 ‘일반적인 상관관계’와 ‘통상 예측가능성’을 이유로 “만약 규제의 시기가 늦춰져 시장구조가 일단 왜곡되면 그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이 중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장래의 불확실한 규제 효과에 대한 예측판단을 기초로 한 규제 입법 및 그에 따른 규제 행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대한상의의 ‘2016년 유통산업 통계’에서 2012년 영업규제 이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연평균 매출액 및 일평균 고객 수는 여전히 지속적인 감소추세이며 규제대상인 대형마트 역시 정체 내지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편의점, 무점포 소매 및 프랜차이즈 분야는 매년 10%가 넘는 괄목할만한 성장수치를 보이고 있어, 대형마트의 규제로 감소하는 경제적 효과가 당초 목적으로 삼은 소상공이나 전통시장이 아닌 편의점, 온라인쇼핑과 같은 무점포 소매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증가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실증적 수치는 대형마트 규제의 효과가 소규모 지역상권이 아닌 대기업계열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몰로 흡수되고 부풀려지는, 법원이 규제 미비로 우려했던 ‘시장의 왜곡현상’이 규제 자체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경제에서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은 창조적 파괴과정(creative destruction)으로 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비효율적 사업자로부터 보다 높은 효율성을 가진 신규 사업자로의 자원재분배 과정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을 위해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정비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특정 사업자의 진입·퇴출을 저지하는 정부정책의 단기비용은 크지 않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 그 비용은 매우 커져 결국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외견상 사회적 목적이 강조되지만 결국 경제적 목적의 규제로서 소매유통시장의 경쟁구도와 주요 이해관계자인 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이익,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규제대상인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는지, 장래 규제의 효과가 확실히 담보되는지 실증적 경제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채, 사실상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자 보호목적으로 경제적 규제를 발동하여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경쟁(competition)’이 아닌 ‘경쟁자(competitor)’ 보호에 치우치면서 진입·퇴출의 자원배분과정을 왜곡하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억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소비자 후생 저하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대형마트의 수요독점(monopsony)에 대한 각국 경쟁당국의 주의환기가 있었으나, 유효한 경쟁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사회적 후생을 박탈하여 사회전체에 자중손실(dead weight loss)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 경쟁법상 개입이 정당화될 것인데, 오히려 우월적 구매력을 바탕으로 직·간접적 가격인하경쟁을 촉발시켜 소비자의 지출을 줄여 주고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소비자 후생증대에 일정한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의 경쟁법적인 시장개입은 자제되었던 것이다.
     
     3. 결론
     상품과 마찬가지로 소매유통업 역시 도입, 성장, 성숙, 쇠퇴기의 소매수명주기(Retail Life Cycle)를 갖는다. 유통혁신을 주도하며 경계의 대상이던 대형마트 역시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e커머스를 표방하는 새로운 소매업태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으며, 오랫동안 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였던 전통시장이나 중소소매상은 상당부분 쇠퇴기에 들어섰다. 유통산업의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일반적인 상관관계’와 ‘통상 예측가능성’으로 지역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체 몰락의 책임을 대형마트에 전가하는 것은 유통의 가치사슬에 회복할 수 없는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요한다, 다양한 소매유통채널의 복합경쟁 구도에서 대형마트 역시 소매유통의 일 유형에 불과하며, ‘다빈도 소량구매’라는 최근의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이 늦어 대형마트 또한 역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절대권력을 꺾은 것은 연방정부의 반독점법·지방자치단체의 용도지역조례 같은 법적 규제가 아니라, ‘쇼루밍(showrooming)’을 통해 아마존을 선택한 ‘현명한 소비자(Smart Consumer)’이다. 유통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물리적 상품 그 자체가 아닌 유통환경의 특성이 가미된 서비스가 그 핵심이라는 점에서,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 ‘소비자와 상생’하는 유통채널만이 지속적 생존과 장기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끝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유통의 수레바퀴(The Wheel of Retailing)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유통규제에 앞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