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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최우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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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15다207747·2015다1284 판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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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개정 민사소송법(2014. 5. 20. 법률 제12587호) 제217조의2(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 등의 승인) 제1항에 ‘법원은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 등이 대한민국의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에는 해당 확정재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위 조항의 신설배경과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분석,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의 신설 경위


    먼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11월 8일 이군현 의원은 ‘외국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위배되는 것인지의 여부를 국내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게 함으로써 외국법원의 부당한 재판이나 판결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하에 ‘다만,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은 그 초과범위에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발의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문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한 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을 그 초과범위에서 무조건 효력을 부인할 경우 국내법과의 형평에 반하여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개정안의 손해배상액 제한에 대하여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에 법제사법위원장은 2014년 4월 28일 법원의 해석에 따라 구체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수정안으로서 현행조문인 제217조의2를 발의하였다.


    이러한 입법경위를 보면, 당초 법률안에는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이라고 대상을 명시하였으나, 최종 가결된 조문은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 등’이라고만 명시함으로써 손해전보의 범위의 초과여부에 관계없이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 전반을 모두 승인 제한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아울러 법제사법위원회는 당초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한 부분이 자동적으로 공서양속에 위반된다는 조문을 삭제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형평성을 고려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법리적 검토


    대법원은 위 조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배상액의 지급을 명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을 적정범위로 제한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당사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전보하는 손해배상을 명하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 제1항을 근거로 승인을 제한할 수 없다’는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였다.


    그러나 제217조의2가 외국판결 자체에서 손해전보로 인정한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제217조의2의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의 문언적 의미는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한 손해는 물론, 손해전보 범위내의 배상액도 포함하는 것임에도 이를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배상액의 지급을 명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으로 한정한 대법원의 판단은 법조문 자체의 문리해석에 반하며, 법원의 심판대상을 현저히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판시이유에서 위 조항의 입법목적을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의 입법경위를 보더라도 적절하지 아니하고, 입법취지나 목적 등은 법규의 문언적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보충적 요소인지, 법규의 문언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외국판결의 승인과 집행에 있어서 공서양속의 위반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우리 법제상 광범위하게 도입되지 아니한 법제도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근본적인 법체계의 차이로 인하여 손해전보로만 인정하기 곤란한 배상액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조항은 손해전보 유무를 불문하고 손해배상에 관한 외국의 확정재판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원은 구체적 형평성을 고려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외국판결이 명한 손해배상액이 대한민국의 법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위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외국판결의 승인을 제한하여야 할 것이다.  


    4.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07747 판결의 검토


    먼저, 위 판결에서 승인대상 미국판결을 보면, 한국인 피고가 소유한 순종 암말을 미국인 원고가 미화 15만불에 매수하겠다는 구매제안서(Offer to Purchase)에 피고가 서명하였다가 이를 번복하고 제3자에게 위 암말을 매도한 사안에서, 미국 법원은 보통법상의 약인(Consideration)이론에 따라 매매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인정하고, 원고가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써 검역 검사 준비, 송금 준비 등을 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일실이익, 건강검진비 등 추가지출비용, 법률자문비용, 소송비용 등 총 639,044불 및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미국 법원은 신뢰이익으로서 지출비용의 배상에 더하여 원고가 장래 암말을 매각하였을 경우의 예상 매각이익, 즉 이행이익까지 배상을 명하였고, 그 금액은 당초 매수희망가격의 3배가 넘는 미화 48만여불이었다.  


    그러나 미국법상의 약인이론은 우리 민사법상의 이론과는 다소 배치되는 점, 우리 상거래상 계약금조차 지급되지 아니한 구매제안서의 서명은 가계약 또는 매매예약 정도로 인식되는 점, 우리 민사법상 신뢰이익과 이행이익의 배상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양자의 중복배상을 허용하지 아니한 점, 원고가 청구하는 이행이익이 당초 매수희망가격의 3배 이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미국판결의 배상액이 실질적으로 우리 민사법상 전보배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며, 신설된 제217조의2에 의하여 그 판결의 승인은 적절히 제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동일 사안의 분쟁이 우리 법원에서 재판되었다면 착오에 의한 취소, 계약체결상의 과실  등의 법리에 의하여 원고에게 지출비용 상당의 신뢰이익 정도의 배상을 명하는 선에서 판결되었을 것으로 본다. 


    5.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1284 판결의 검토


    위 판결은 한국기업인 피고가 미국시장에 수출한 지폐계수기가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이 피고에게 원고의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의 승인에 관한 사건이다.


    미국 판결은 피고가 원고의 지폐계수기 관련 특허 18건 중에서 3건의 특허침해를 인정하였으나, 미국 특허법상 특유의 제도인 전시장가치법(Entire Market Value Rule)을 적용하여 침해특허 3건의 전체 매출손실에 대한 기여율을 거의 100%로 인정하고, 피고의 추정 영업이익 50% 이상을 일실이익으로 산정하여 미화 1100만불 이상의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법원은 전시장가치법이 우리 특허법상의 손해액 산출방식과 차이가 없고, 미국판결상 원고의 손해액은 모두 전보적 손해배상액에 해당된다는 등의 이유로 제217조의2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미국판결을 제한 없이 전부 승인한 원심판결을 인정한 점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법원에서도 전시장가치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Lucent Tech., Inc. v. Gateway, Inc., 580 F.3d(Fed. Cir. 2009)} 전시장가치법은 일반적 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판단하면서 특허부품이 제품 전체의 수요를 견인하였다는 점에 대한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만 전시장가치법을 적용하려는{Laser Dynamics, Inc. v. Quanta Computer, Inc. 694 F.3d 51(Fed. Cir. 2012)} 경향임에도 대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외에도 미국판결에서는 손해액 산정이 전적으로 감정인의 의견과 판단에만 의존한 결과 거의 100%의 침해특허의 기여율과 50%를 넘는 지폐계수기의 영업이익율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치에 근거하여 손해액이 산출되었다는 점, 손해배상 판결금이 배심원의 평결에 의하여 결정됨으로서 법관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점, 위 판결을 선고한 법원은 텍사스주 내 법원으로서 과도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을 보면, 미국판결에서 인정한 손해액이 실질적으로 전보배상 범위내인지는 의문이며 그 승인이 적절히 제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제1심판결은 제217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임에도 위 사건의 제반 사정과 내국관련성 등을 고려하고 공서양속의 법리를 적용하여 위 판결의 승인을 70%로 제한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정작 위 조문이 신설된 이후에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미국판결을 100% 승인한 원심과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 사안에서 형평성을 고려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 제217조의2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자의 의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면서, 향후 외국판결의 승인이 쟁점인 사건에서 대법원의 정당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