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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쏟아져 나오는 징벌적 손해배상법안들의 문제점

    채근직 변호사(한양대로스쿨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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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영유아, 노인, 임산부에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중증 폐질환을 야기 하고 많은 사망자까지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현재 이러한 제품을 생산, 유통한 회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상당수의 특별법안들이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되어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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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특별법안들을 살펴보면 피해구제위원회를 설립하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각종 구제급여를 지급하고, 구제급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며, 피해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근거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를 통해서 피해자들을 보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처분적 법률의 위헌 여부

    이 법안들은 이른바 ‘처분적 법률’에 해당하는데,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이며 처분적 법률의 입법목적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에 있는 경우에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하고, 평등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엄격한 심사척도인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바 이 법안들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는 특정 업체에 대한 처분적 법률로서 평등원칙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특정한 법률이 이른바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곧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수차 밝혀 왔다. 


    즉 “우리 헌법은 처분적 법률로서의 개인대상법률 또는 개별사건법률의 정의를 따로 두고 있지 않음은 물론, 이러한 처분적 법률의 제정을 금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특정한 규범이 개인대상 또는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법률이 일반국민을 그 규율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특정 개인이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차별이 발생하는바, 그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이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결국 그 법률 조항으로 인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으로 볼 것이고, 그 법률 조항으로 인하여 차별취급을 받게 되었다면 그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위헌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8. 01. 10. 선고 2007헌마1468 전원재판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라고 하여 처분적 법률이라도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차별취급을 하는 내용이라면 충분히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여 오고 있는 것이다.


    3. 징벌적 손해배상과 그 소급 적용의 문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별법안들 중 일부는 법리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 과연 이런 내용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바, 그 대표적인 것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를 응징하는 한편, 그와 유사한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게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액수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민사책임에 형사책임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미국 등 보통법(commom law)계 국가에서 인정된 제도로 독일, 프랑스 등 시민법(civil law)계 국가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였으며, 이 점에서 민법(사법)과 형법(공법)을 엄격히 구분하고, 전보배상의 원칙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체계상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우리 하급심 법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다’고 판시(부산지법 2009. 1. 22.ㅤ선고ㅤ2008가합309ㅤ판결, 서울지법 동부지원ㅤ1995. 2. 10.ㅤ선고ㅤ93가합19069ㅤ판결 등 참조)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였다.  


    다만, 위와 같은 하급심의 판결 태도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고, 앞으로는 사회 방어를 위한 일반예방적인 억지 목적에 초점을 두고 법리에 맞추어 구성하고 잘만 운용하면 그 효용성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3배 배상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안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과 기본원리 및 일반적인 법리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준비된 것인지 아니면 시류에 따라 대충 만든 법안인지 상당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제일 심한 내용은 일부 특별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소급하여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제정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3배 배상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이들 특별법 부칙에는 모두 ‘개정 법 시행 이후 최초로 발생하는 위반행위부터 적용한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전보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손해액을 3배 한도까지 확장시켜 놓았으니, 개정 이후의 위반행위부터 적용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종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반민족행위처벌법’, 자유당 시절의 부정행위자를 처벌하고 그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반민주행위자공민권제한법’ 및 ‘부정축재특별처리법’ 등의 소급법률이 제정된 바 있지만, 이러한 법률들은 모두 그 제정당시의 ‘헌법’에 구체적인 근거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안들은 이미 2011년에 판매가 종료된 제품으로 인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것도 제조물책임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안에 국한하여 전격적으로 10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는 이미 종료된 과거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위헌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개념상 형사책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헌성이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4. 기타 문제점

    손해배상액 책정도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특별법안 일부는 ‘손해액의 10배 이상’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손해배상의 최소 금액을 정하는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도대체 이렇게 ‘손해액의 10배 이상’을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규정한 입법례가 세계적으로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분명히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 경우에 따라 악의적 동기 내지 해의의 입증을 요하는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달리 단순한 과실로 인한 사고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특별법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과유불급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기본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특별법안 중 상당수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의 경우 소멸시효 및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례에서 민사법 및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인 소멸시효 및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할 만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5. 결 론

    가습기 살균제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상처를 하루 빨리 보듬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사법과 형사법의 기본 체계에 반하도록 비논리적으로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소급하여 배상하도록 하고, 소멸시효, 공소시효의 적용까지 배제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입법은 재고의 필요성이 있다. 


    근자에 들어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열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다양한 민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에서도 ‘위자료 산정의 적정화 방안(위자료의 전체적 체계 연구)’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과 대한변협은 재판제도개선협의회를 발족하여 6개월간의 회의를 거쳐 불법행위 위자료에 대하여 유형별로 나눠 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런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 대신 위헌성 다분한 특별법안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양산되는 것은 정말 우려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