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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아동·장애인 범죄피해자 조력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라은정 변호사(법무법인 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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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설
    과거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권리에 치중하여 형사사법시스템이 발전해왔으나 비교적 근래 들어 피해자 특히 성범죄나 아동피해자 보호 관련된 이론과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신뢰관계자제도, 피해자변호사제도, 공판에서의 영상물 활용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서의 아동과 특히 장애인에 대한 보호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명확히 진술하기 어려운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범죄피해자의 경우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의사소통과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돕기 위해 2012년 12월 18일 진술조력인 제도가 마련되었고 그 다음해인 2013년 12월 19일 시행되었다. 진술조력인제도가 시행된 지 만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제도가 실효성 있는 것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도입 당시부터 논의되었던 입법상의 미비점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실제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실무가의 면담결과를 중심으로 짚어보기로 하겠다.


    2. 한국의 피해자 진술관련 제도(유사제도와의 구별)

    진술조력인 외에 한국의 피해자 진술관련 제도로는 진술분석전문가와 피해자변호사, 신뢰관계인, 증인지원관이 있다. 진술분석가제도는 피해 아동의 진술을 분석하고 아동의 행동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진술조사를 조력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신빙성 여부의 판단을 위한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피해자변호사제도는 성폭력범죄나 아동학대범죄의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나, 실질적으로 피해자변호사들이 지원하는 부분은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안정이라기보다는 검사나 법원에 대한 의견서 제출, 사건경위의 설명 등 사실상 수사기관이 해야 할 역할을 보조하는 측면이 강하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가 진술을 할 때 옆에서 피해자의 심신의 안정을 돕고자 도입된 제도이지만, 신뢰관계자의 동석 외에는 역할이 제한되어 있어 아동이나 장애인의 의사소통 문제를 돕기에는 한계가 많다. 증인지원관은 성폭력범죄의 증인에 대하여 피고인 측과 마주치지 않도록 다른 통로를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증인신문과정이나 진술을 중개 또는 소통하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는다.


    3. 외국의 입법례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피해자의 증언과 가장 오래된 제도로서 이스라엘의 아동 조사관 제도를 비롯하여 영국의 등록된 중개인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개인제도, 독일의 심리학적 소송보좌제도, 미국의 전문 진술조사관제도 등이 있다. 각국의 입법과 실무는 서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진술조력인 제도가 법적 근거를 두고 법률에서 상세한 규정을 하고 있는 반면 외국의 경우 대체로 구체적 프로그램이나 법률의 근거는 없지만 실무의 경험이 누적되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4. 진술조력인제도의 운영현황 

    시행 첫 연도에 50여명,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열 명 정도의 진술조력인 선발되었고 그 중 10명이 진술조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가 직접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담당 사법경찰관이 피해자 조사 전 대략적인 피해자의 프로필을 보고 진술조력인의 필요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진술조력인이 상주하고 있는 기관의 경우 진술조력인의 판단 하에 필요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초기단계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사법경찰관의 주관적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진술조력인이 참여하는 경우 사전평가를 통해 피해자 관찰 및 라포 형성을 시작하는데 이는 보통 20~30분정도 소요되며 사전평가 후 수사관에게 피해자의 특성 및 질문 방식에 대해 조언하며, 조사에 동석하여 피해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거나 피해자의 말을 조사관에게 전달하는 등 의사소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조사종료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피해자의 행동이나 의사소통의 특성 등이 포함되고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피해자변호사들이 실제 진술조력인과 협업한 경우는 손에 꼽았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진술조력인이 활용되더라도 보통 8세 미만의 아주 어린 아동이나 장애 1등급 정도의 중증 장애 정도가 되어야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마저도 영상녹화물을 활용하거나 진술능력이 없다고 보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제도의 취지와 실질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5. 현행 진술조력인제도의 문제점

    진술조력인의 입장에서 업무수행 중 지적된 문제점으로는 아직도 진술조력인의 역할에 이해부족으로 혼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진술조력인을 필요로 하는 사건 수에 비해 진술조력인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과 이로 인해 사전평가 시간이 30분 이내로 제한되다보니 피해자 특성 파악과 라포형성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변호사입장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진술조력인이 진술 자체에 대한 조력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겁을 먹거나 긴장하지 않도록 유대감을 형성하는 진술 전 조력에 치중되어 있어 실제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잘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지,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그 진술에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와 별개로 진술조력인과 피해자변호사와의 역할이 상당부분 중복되어 각자의 역할에 관한 규정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타 입법 및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것은 우선 목적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진술조력인의 주된 역할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과 해당 사건의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진술조력인이 중립의무에 위반되었다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 제재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진술조력 지원 대상자의 확대 문제인데, 연령의 상한여부, 장애인의 범위, 대상범죄의 확대, 피해자 외 피의자, 피고인, 증인에 대한 조력문제이다. 대상 연령에 대해서는 각 나라의 입법례마다 다른데 영국의 경우 18세 이하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3세로 지나치게 낮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사람을 위한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연령규정으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사람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장애인이나 장애인에 준하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인 듯하다. 대상범죄의 제한과 관련하여 성폭력과 아동학대범죄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확대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제도의 취지상 성폭력이나 아동학대범죄에만 제한을 둘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진술조력인의 선정을 피해자에게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피의자, 피고인 그리고 증인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이나 장애인의 특성상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를 떠나 그들 스스로 수사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술하는 것이 곤란한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진술조력인이 공판기일의 신문도중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검사 또는 변호인 측의 신문사항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신문사항 수정요청권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는 진술조력인의 목적과 본질에 벗어나는 일종의 소송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삭제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부적절한 유도신문 등의 경우 신문사항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어야한다는 반대견해도 있다.

     

    이 외에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진술조력인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에 기인하여 피해자변호사가 진술조력인을 겸할 수 있게 하자는 견해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민간인에게도 진술조사를 허용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6. 결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술조력인제도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 실체적 진실발견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제2차 피해를 방지하는 사법정의의 실현에 기여하는 제도라고 하겠다. 그러나 시행된 지 이제 만3년이 된 지금 이 시점에서 입법상의 미비점이나 예산부족으로 인한 운영상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오랜 실무 경험이 축적되어 자연스럽게 제도나 입법으로 반영된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간에 입법과 양성을 통해 제도를 만들어 정착시키고자 하였으므로 도입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의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의 올바른 정착과 운영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술조력인제도의 실제 운영상황 및 문제점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지속하여 이를 바탕으로 지원대상을 확대시킬 것인지의 여부 및 바람직한 운영방안 등을 모색하여 개선해 나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