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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의 부패범죄수사기구에 관한 소고

    김태우 지청장 (영월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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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라 한다) 법안이 발의되는 등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공수처 신설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공수처 법안의 주요내용은 공수처를 입법, 행정, 사법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하고,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에 대한 전속적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인정하고 있다. 공수처 도입 찬성론자들은 그 비교법적 예시로서 홍콩의 염정공서나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 등을 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위의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역사적, 사회적 배경 및 형사사법체계가 다름에도 그 제도의 효용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현지의 실태는 별로 소개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부패수사기구의 개관 및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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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탐오조사국(CPIB,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은 아편강탈 관여 등 경찰부패가 만연하자 1952년 검찰총장 산하에 설치되었다가 1960년 총리 직속기구로 개편되었고, 탐오조사국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탐오조사국은 민간과 공공부분의 부패범죄 모두 수사가 가능한데, 탐오조사국 외에 다른 수사기관도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으며, 탐오조사국이 수사한 범죄는 검사의 승인을 받아 기소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도 탐오조사국 부국장의 공금유용 사건과 정부를 비판한 싱가포르 국립대 법대교수를 제자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혐의로 수사하였으나 무죄가 선고된 사례에서 보듯이 탐오조사국 내부비리 및 정부비판인사 탄압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 대 공공분야 수사대상이 9대1 정도인 점에서 공직자부패 척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홍콩의 염정공서(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는 사회 전체에 부패가 만연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1974년 행정장관 직속으로 설립되어 민간과 공공분야의 부패범죄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염정공서에서 수사한 사건은 율정사(법무부)로 보내져 율정사 형사검공과 소속 검사가 기소를 담당하고 있다. 염정공서가 한때 모범적인 반부패수사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광범위한 감청과 불법도청, 미행과 감시, 함정수사, 위증교사 등 불법수사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염정공서는 법관의 영장 없는 감청권한을 가지고 있다가 불법도청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여  2006년 관련법을 개정하여 감청 시 법관의 영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Type 2’ 라고 불리는 범주에 속하는 감청 등은 법관의 영장 없이 행할 수 있어 여전히 사찰 등 불법수사의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한편, 최근 5년간 뇌물수수 등 전형적인 부패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연평균 3.4명에 불과한 상황으로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공공분야 수사실적은 저조하고, 수사력 대부분이 공무원이 아닌 일반국민을 향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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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염정서(AAC, Agency Against Corruption)는 법관이 뇌물을 받고 무죄를 선고한 사건을 계기로 2011년 출범되었다. 염정서는 기존 제도와의 조화를 꾀하면서 기존 수사기관들의 수사인력을 유효하게 활용한다는 차원과 대륙법계 국가로서 수사권을 가진 염정서를 총통이나 행정원장 산하로 하는 경우 검찰관이 수사주체인 대만의 사법제도를 혼란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고려하여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였다. 파견검사인 주서(駐署)검찰관이 염정서의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는 주서검찰관이 소속 검찰청을 통해 하게 된다. 그러나 염정서는 212명의 소규모로 운영이 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수사는 여전히 법무부 소속의 수사기관인 법무부 조사국이나 검찰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패범죄 수사기구는 당초 홍콩, 싱가포르 등 검찰제도가 미약한 영미법계 도시국가에서 시작되어 소수의 동남아 국가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 등 주요선진국의 경우 검찰 등 기존 수사기관 외에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를 별도로 설치한 사례가 없고, 고위공직자 등 특정신분을 가진 자만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제도도 없다.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부패범죄 수사기구는 독립기구로 하는 우리 공수처 법안과는 달리 대통령, 총리 또는 법무부 등의 산하기관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수사권 외에 기소권까지 부여하고 있는 우리 공수처 법안과 달리 위  기관들은 수사권만 보유하고 독자적인 기소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편, 홍콩 염정공서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부패범죄 수사기구에 부패범죄에 대한 독점적 수사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부패수사에 일부 성과를 달성했다고 하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플리바기닝과 수사과정에서의 허위진술죄 처벌, 영장 없는 감청 등의 특별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고, 위 각국에서도 불법사찰, 비효율 등 부패범죄 수사기구의 부작용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부패범죄 수사기구가 기존의 행정부 체계에 속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면 ‘통제가 되지 않는 빅브라더’가 되거나, 반대로 ‘허약한 존재로서 외압에 무력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위 각국에서 기소권을 부패범죄 수사기구에 부여하지 않고 검사로 일원화하는 것은 수사·기소 과정에서 권한행사의 통일성을 기하여 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미 제15대 국회부터 20여 년간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2년여 전에 공수처 대신 특별검사 제도와 특별감찰관 제도가 신설되었다. 특별검사와 특별감찰관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권력기관인 공수처를 도입할 경우 권력기관의 총량만 늘리는 옥상옥의 문제는 없는지, 공수처의 권력이 남용될 경우 제왕적 대통령을 가속화하거나 국회 다수당의 사찰기구가 될 위험은 없는지, 수사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할 위험은 없는지 등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도입여부에 대하여 국민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