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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영국 내 민상법상의 문제

    이헌묵 교수 (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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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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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2017년 3월 29일 리스본 조약(Lisbon Treaty) 제50조에 따라서 유럽연합에 대하여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하겠다는 통지를 함으로써 소위 브렉시트(Brexit)를 개시하였다. 위 조약 제50조에 따르면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하겠다는 통지를 한 때부터 탈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이러한 협상이 종료된 날 또는 협상에 이르지 못하고 2년이 경과한 날에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하게 된다.


    II. 유럽연합법의 적용 중단


    영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를 하면 유럽연합의 ‘1차적 입법’(primary legislation)인 회원국 사이의 조약들(treaties)의 적용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2차적 입법’(secondary legislation)인 regulation(법적 효력을 갖는 유럽연합법), directive(회원국에 입법의무를 부과하는 유럽연합법), decision(특정 국가나 기관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결정), recommendation(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opinion(유럽연합 기관들의 의견)의 적용이 모두 중단된다. 이와 같이 유럽연합법의 적용이 일괄적으로 중단됨으로 인하여 영국 내에서는 혼란이 야기되겠지만 이러한 결과는 영국정부가 Brexit를 단행하면서 오히려 목표로 하고 있는 바이다.

     

     Brexit에 대한 영국정부의 백서(white paper)에서는 의회우월주의(sovereignty of Parliament; 삼권분립주의와 달리 의회가 모든 국가기관 중에서 가장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가 영국의 헌법의 원칙인 반면에, 현실에서는 의회가 유럽연합의 법률을 검토하는 지위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면서 영국의 개별적, 구체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영국이 스스로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II. 유럽연합법의 적용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국제적 계약을 체결할 때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계약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영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지정하거나 영국에서의 중재합의를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해운회사 사이의 용선계약에서는 이 용선계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런던에서의 중재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합의를 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되는 이유는 중의 하나는 유럽연합법에 의하여 영국 법원의 판결이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에서도 승인 및 집행될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의 Brexit에 관한 최종보고서(Implications of Brexit for the justice system)에서도 런던이 세계적인 금융의 중심지가 된 이유 중의 하나로 영국의 법과 법원이 확실성과 공정성을 제공한 것을 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Brexit가 런던의 금융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이 Brexit를 결정한 후 독일의 헤센(Hessen)주의 법무장관은 유럽의 또 다른 금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를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하여, 법원의 조직적 및 절차적 개선을 통하여 금융분쟁을 프랑크푸르트로 끌어들임으로써 프랑크푸르트를 런던에 앞서는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또한 329년의 전통이 있는 보험시장인 런던의 로이드(Lloyd’s)는 Brexit에 따라서 유럽연합 내에서 시장을 잃을 것을 염려하여 브뤼셀에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다. 


    IV. 국제재판관할,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 및 국제사법에서의 문제


    1. 문제점

    사업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은 예측가능한 시장이다. 국제적 분쟁해결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은 어느 국가의 실체법이 적용될 것인지, 어느 국가의 법원이 관할을 갖고 있는지, 그 국가의 법원의 판결이 외국에서도 승인 및 집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다. Brexit로 인하여 유럽연합법의 적용이 중단됨에 따라서 유럽연합법 중 실체법의 적용이 중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영국에서도 이에 대하여 깊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영국 내에서의 분쟁해결에 대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여서 Brexit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국제재판관할,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과 준거법의 결정에 관하여는 기존의 유럽연합의 체제를 그대로 따르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 국제재판관할과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의 문제

    유럽연합에서는 국제재판관할 및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 ‘브뤼셀 I’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 발생한 민사분쟁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을 규정하고, 회원국 법원의 판결이 다른 회원국에서 승인 및 집행이 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승인의 경우에는 회원국 법원의 판결은 다른 회원국에서 자동적으로 승인되며 다만 승인거부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승인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위 규정의 존재에 따라서 유럽연합 내의 기업 등은 분쟁에 관하여 어느 국가의 법원이 관할을 갖고 있고, 그 법원에서의 판결이 다른 회원국에서도 승인 및 집행될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을 갖게 된다. 

     

    영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한다고 해서 영국 법원의 판결이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 더 이상 승인 및 집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이 문제는 유럽연합의 회원국 각 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 이외의 국가의 법원의 판결을 어떤 요건 하에 따라서 승인 및 집행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이론적으로는 일부 회원국에서는 승인 및 집행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인데, 비록 이론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영국 법원이 현재와 같은 국제분쟁해결에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예측가능성을 유지시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영국 내에서는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다. (1) 브뤼셀 I을 국내법으로 그대로 수용하는 방법을 검토하였는데, 브뤼셀 I은 상호주의의 성격이 있으므로 영국이 일방적으로 이를 수용한다고 하여 유럽연합의 회원국도 영국의 법원의 판결을 승인 및 집행해 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2) 브뤼셀 I의 최초의 바탕이 되었던 브뤼셀협약(Brussels Convention)이 여전히 영국에 적용되는지 검토하였는데, 설령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가 위 협약의 가입국이 아니고 위 협약의 내용이 낡고 부담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3) 브뤼셀 I을 바탕으로 하여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국가와 체결한 2007년 루가노협약(루가노II)에 가입하자는 주장도 있었는데 영국이 유럽자유무역연합의 가입국이 아니므로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가입한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관할합의협약’(Convention on  Choice of Court Agreements)에 가입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 협약은 관할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관할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영국 하원의 최종보고서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덴마크와 같이 유럽연합과 브뤼셀 I을 공통으로 적용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지만 사법분야에 관하여는 opt-out을 행사하여 사법분야에 관하여 유럽연합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과 브뤼셀 I을 적용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를 하였다. 덴마크와 같이 영국과 유럽연합이 별도의 합의에 의하여 브뤼셀 I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덴마크와 유럽연합의 합의에서는 브뤼셀 I의 해석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 유럽연합사법재판소(CJEU)의 해석에 따르기로 하였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정부는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관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희망하고 있어서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하원의 최종보고서에서는 유럽연합과 브뤼셀 I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면 브뤼셀 I의 해석에 관한 분쟁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현재 유럽연합사법재판소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이에 관하여는 유럽연합사법재판소에 관할을 인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정부의 백서에서는 유럽연합과 합의사항에 분쟁이 있으면 유럽연합과 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의 예와 같이 합동위원회(Joint Committee)를 구성하여 이를 해결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3. 국제사법의 문제

    유럽연합의 국제사법의 중요규정으로는 Rome I과 Rome II가 있다. Rome I은 계약적 채무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계약적 채무 이외의 사항에 관하여는 Rome II가 적용된다. 다행이 Rome I과 Rome II 모두 상호주의와 관련이 없으므로 영국에서 일방적으로 이를 국내법으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만 하원의 최종보고서에서는 위 규정들이 통일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위 규정들의 경우에도 유럽연합사법재판소에 관할을 인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V. 결론


    Brexit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국제재판관할, 준거법,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어떤 식으로든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체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계약에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분쟁해결에 관하여 영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지정하거나 런던에서의 중재합의를 하고 있으므로 향후의 영국과 유럽연합의 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