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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임대차분쟁조정제도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

    최재석 변호사(서울중앙 주택임대차분쟁조정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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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가구 전체 1911만여 가구 중 무주택 가구는 841만2천 가구로 전체의 44.0%에 달하며, 서울의 경우에는 50.4%로 절반이 넘는 가구가 무주택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 고령화로 인한 1인 가구 수의 증가와 이에 따른 소규모 임대차 수요의 증가 또한 폭발적이다. 무릇 인간의 삶에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의 한 요소인 ‘주거’의 임대차 관련 분쟁은 임차인의 주요자산인 임대차보증금, 당사자 간의 감정적 대응방식, 불균등한 역학관계와 결합하여 그 심각성이 증폭된다. 주택의 인도와 반환, 보증금의 지급과 반환문제는 당해 임대차계약당사자는 물론, 이전, 이후의 임대·임차인, 매수·매도인 등 많은 이해당사자의 권리관계와도 순차 연결되어 있어 분쟁의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 필요성이 다른 어느 분쟁유형보다 절실하다. 해당 분쟁이 적시에 해소되지 못하거나 처리결과가 잘못될 경우 분쟁당사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주택임대차관련분쟁의 예방과 해소문제를 단지 당사자의 사적 자치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국민의 기본복지를 보장하고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평화와 일상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함께 노력할 정책적 필요성이 대두된다.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다양한 분쟁들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 소송까지 가지 않고서도 법원 이전단계의 대체적 분쟁해결방식(ADR)에 의하여 분쟁 초기단계에 경쾌하고 원만하게 해소된다면, 당사자들은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주거생활의 안정을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정실이라는 학습공간에서 마주하는 당사자들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 자율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갈등이 완화되고 상호 신뢰도 제고될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많은 영미법국가는 오래전부터 이런 점에 착안하여 주거복지정책의 일환으로 ‘Tenancy Mediation(Conciliation) Board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지난 19대 국회는 ‘주택임대차’ 관련 분쟁만을 특화하여 소송이전단계에 자발성, 저비용, 신속성을 요체로 하여 조정성립결과에 집행권원까지 부여하는 ADR제도를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이라 한다)에 마련하였다. 본 제도의 탄생 과정에 대한 간략한 회고와 함께, 비록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서울특별시와 강원도를 관할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 서울중앙지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서울중앙 조정위’라 한다)의 지금까지의 운영성과를 분석해보고 향후 개선·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제도의 주요내용에 관하여는 필자의 졸고 2017. 6. 26.자 대한변협신문 ‘주택임대차분쟁조정제도 고찰’을 참고 바람).


    2. 입법경과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주택임대차분쟁을 소송 전에 조정으로 해결하는 조정위원회를 마련하려는 오병윤의원의 주임법개정 대표발의안(2013. 2. 19. 발의) 포함 총 10개의 의원입법안(이후 여·야 협의체인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의 제시의견으로 통합)이 발의되었다. 이들 법안을 넘겨받은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는 법무부, 국토교통부, 대법원 법원행정처 정책책임자들과 함께 제도 신설의 실익, 조정위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재판상 화해 효력 인정 여부 등을 치열하게 논의하였다. 결국, 재판 전 조정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고, 준사법적 기능인 조정업무의 균질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전국 조직인 공단의 인프라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되 조정업무의 독립성은 엄격하게 보장하는 내용으로 여·야·행정부·사법부 간에 최종 합의되었다. 합의된 통합조정대안은 법사위 제1소위 및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19대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2016년 5월 19일 재석의원 225인 전원의 찬성으로 원안 가결되었다. 이후 2016년 5월 29일 공포되었으며,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30일 시행되었다.


    3. 제도운영성과의 분석 

    개정 주임법 시행일에 맞춰 출범한 서울중앙 조정위의 2017년 7월 31일 기준 업무성과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총 122건의 신청사건이 접수되었는데, 신청인별로는 임차인 70.49%, 임대인 29.51%, 신청취지별로는 보증금 또는 임차주택의 반환신청 59.84%, 임차주택의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 13.93%, 기타 손해배상청구 8.20%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신청인들이 부담한 수수료액은 평균 6667원에 불과하였다(취하하거나 각하되어 수수료가 반환되는 경우 제외). 접수사건 중 22건(18%)은 피신청인의 조정불응으로 각하처리되었고, 미제사건 23건을 제외한 99건이 처리되었으며, 그 중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여 조정개시된 사건은 55건이었다. 총 4회의 조정부가 개최되었고, 조정진행중인 사건을 제외한 종결사건 40건중 조정성립이 32건, 불성립이 4건으로 88.88%의 조정성립률을 보였다. 조정위의 권고에 의해 조정개시 전·후로 화해취하된 20건을 고려하면 조정절차를 통한 분쟁해결률은 92.85%에 이른다. 사건 당 평균처리 소요일수는 21.1일이다. 


    이렇듯 제도시행 초기에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의미 있는 숫자의 주택임대차관련 분쟁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내용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에서 일응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반면, 총 신청건의 18%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사건이 피신청인의 거부 내지 비협조로 각하 종결됨으로써 애써 조정위의 문을 두드린 신청인들로부터 많은 원성과 민원을 받게 되었다. 또한 주택임대차 못지않게 국민들의 경제생활과 밀접하고 소송이전단계의 분쟁해결 필요성 또한 절실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이 조정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조정위를 방문한 많은 수의 상가임대차 당사자들이 허탈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리곤 하였다. 출장조사와 순회조정 실시계획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강원도민들의 신청이 저조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시행 초기의 통계와 분석내용을 리트머스시험지로 삼아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도이용의 활성화, 신청사건수의 증가를 위한 언론의 관심과 역할, 법률전문가들의 주변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이용 권장 필요성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4. 제도개선방안의 제시

    무엇보다 주임법은 조정의 개시 및 성립 요건, 효력과 관련하여, 다른 행정형 분쟁조정제도와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이 어렵게 결심하여 조정 신청을 하더라도,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적극적으로 조정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이상 신청은 각하된다. 또한 조정안이 마련된 다음에도, 조정안을 통지받은 당사자가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적극적으로 수락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여야만 민법상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뿐이다. 이러한 'opt in'방식은 ‘opt out'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보증금·주택반환신청 등 중요사건에 한하여 조정개시를 강제하거나, 모든 사건에 대해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즉시 자동으로 조정개시되게 하는 방식의 입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강제집행 승낙 합의 시에만 집행력을 부여하고 기판력은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서도, 조정기관으로서의 중립성과 독립성, 조정절차의 공정성과 신중성을 여타 행정형 조정위원회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조정성립결과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에 별 무리가 없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 조정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도 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근거규정을 상사건물임대차보호법에 마련하는 작업도 매우 절실하다(상가임대차분쟁을 별개의 조정기구에 맡기는 것보다 현재의 조정위에 기능을 통합하여 함께 처리하게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별 조정위와의 중복투자 및 이중 집행권원 발생  위험성 해소, 조정신청에 시효중단효를 부여하는 문제, 수수료 부과 근거 및 조정 관련 비밀유지의무 위반 시 벌칙조항 마련 등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사항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김상희, 김현아, 곽상도, 박주민의원의 각 관련법개정 대표발의안에 지금 필자가 제안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난 19대 국회가 보여주었던 주임법개정안 처리 과정처럼, 20대 국회에서 여·야와 관련부처가 힘을 모아 조속히 관련 법안을 일괄 처리하여 국민의 주거복지와 서민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개선된 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