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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조정제도의 문제점과 과제

    김원태 충북대법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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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머리말

    가사분쟁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일면적인 이해대립이라고 하기보다는 다면적인 利害와 감정의 대립이라고 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들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사분쟁의 해결에 있어서는 분쟁을 현상면에서 표면적으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심층부분에 있는 감정적ㆍ심리적인 갈등과 대립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쟁의 진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사분쟁의 표면화된 쟁점의 배후에는 가정환경, 관계자의 가치관의 차이 등이 얽혀 있으며, 더구나 분쟁의 경과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원인파악이 곤란하며 해결방법도 전통적인 방법으로서는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해결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가사조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하여 간단히 고찰하고자 한다.


    Ⅱ. 가사조정제도의 문제점

    1. 가사조정의 대상

    가사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류 및 다류 가사소송사건의 청구, 마류 가사비송사건의 청구 및 이들 사건의 청구와 관련 있는 민사사건의 청구이다.

    가사조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에게 처분권이 없는 사항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가류 가사소송사건은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가사조정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그 본질상 분쟁성이 없는 사항이며, 따라서 법률상 대립하는 당사자를 예정하지 않으며 조정에 의한 처리에 적당하지 않으므로 가사조정사항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류 가사소송사건은 본질상 민사사건이므로 당사자의 임의처분이 허용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조정의 대상이 된다. 마류 가사비송사건 중 부부 사이의 생활비용의 부담에 관한 처분, 재산관리자의 변경 또는 공유재산의 분할, 이혼시 등의 재산분할, 기여분의 결정, 상속재산의 분할 등에 관한 사건은 신분관계보다도 재산관계에 중점이 있는 것이어서 성질상 당사자의 임의처분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나류 가사비송사건 중 일부사건(혼인의 취소, 이혼의 취소, 부의 결정, 친생부인, 인지의 취소, 인지에 대한 이의, 입양의 취소, 파양의 취소 등) 또는 신분관계에 보다 중점이 있는 마류 가사비송사건(친권ㆍ법률행위 대리권ㆍ재산관리권의 상실선고 및 실권회복의 선고 사건, 친족회의 결의에 대한 이의사건 등)은 심판의 대상인 사항 그 자체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임의처분이 허용되지 않는다.

    입법론상으로는 임의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가사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임의처분성이 인정되는 사건만 조정의 대상이 되도록 재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가사조정전치주의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법원에서 처리하는 조정 사건 중 처음부터 조정신청을 하는 사례는 비교적 드물며, 대부분은 가사소송사건 또는 가사비송청구사건에서 조정절차로 회부된 사건이다. 즉 신청에 의한 조정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이와 같이 신청에 의한 조정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조정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가능한 한 당사자가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조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원조를 하는 당사자와 조정기관의 공동작업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사건 중 조정이 성립되지 않거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로 인하여 소송으로 이행하는 비율이 높아 조정에 의한 해결률이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이와 같이 조정절차를 거쳐 다시 소송으로 이행하게 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조정이라는 제도가 소송지연만 초래하는 불필요한 제도라는 인상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사조정전치주의의 취지는 절차의 순서상 조정이 항상 소송보다 앞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의 방법으로서 조정이 소송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정위원회의 조정에서 조정성립율을 보다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조정절차에서의 진술내용의 소송절차에의 원용

    민사사건의 경우 조정절차에서의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진술을 민사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민사조정법 제23조), 가사사건의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가사소송법 제49조 단서). 오히려 가사사건의 경우 조정절차에서 소송이나 심판절차로 회부되는 때에는 조정장이나 조정담당판사가 의견을 첨부하여 기록을 관할 가정법원에 송부하도록 규정하여(가사소송법 제61조) 조정경과를 재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가사사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가정법원이 후견적 기능을 담당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가정법원이 소송절차에서도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가사소송법 제17조)과 같은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조정절차에서의 진술내용이 소송절차에 그대로 원용된다면 쌍방 당사자가 각자의 진술이나 조정안 등이 소송절차에 그대로 원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의식하여 자발적인 의견교환을 꺼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정절차에서 쌍방 당사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조정을 활성화하는 길일 것이다.

    따라서 가사조정절차에서의 진술은 조정의 목적과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소송절차에서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Ⅲ. 가사조정제도의 개선방안

    1. 전문조사관제도의 확립

    가사조사관은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명을 받아 사실을 조사하고 의무이행상태를 점검하며 당사자 또는 사건관계인의 가정 기타 주위환경의 조정을 위한 조치를 행한다(가사소송법 제6조ㆍ제56조, 가사소송규칙 제8조). 가사조사관이 사실조사를 마친 때에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조사명령을 한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에게 보고하여야 하는데(가사소송규칙 제11조 1항), 조사보고서에는 조사의 방법과 결과 및 가사조사관의 의견을 기재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조정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는 조정 또는 심판의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는 사건해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가사조사관제도를 둔 목적은 사법기관의 일원으로서 가정법원 내에 전문적인 조사기관을 설치하여 가사분쟁의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데 있다(2004. 12. 31. 개정ㆍ공포, 2005. 7. 1. 시행의 법원조직법 제54조의 개정에 의하여 사법보좌관제도가 신설되었지만, 가사조사관제도를 별도로 존치한 취지도 가사조사관을 전문화하자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가사소송규칙에서는 가사조사관은 조사를 명령받은 사항에 관하여 독립하여 조사하고(제9조 1항), 필요에 따라서는 사건관계인의 학력, 경력, 생활상태, 재산상태와 성격, 건강 등에 대하여 심리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 기타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여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같은 조 제2항).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조사관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일반직 조사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조사관 본연의 복지적 기능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사조정에 필요한 상담기능을 포함한 가사조정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가사조사관제도의 확립이 시급하다.

    2. 조정위원회의 역할 제고

    조정위원회는 조정장 1인과 2인 이상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된다(가사소송법 제52조 1항).
    가사조정위원회의 조정장은 가정법원 또는 가정법원지원장이 그 관할법원의 판사 중에서 이를 지정한다(가사소송법 제53조 1항). 조정장은 위원회를 소집ㆍ주관하고 의결에 참석 기타 조정을 위하여 필요한 의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조정장은 가정법원의 설립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사사건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식 즉, 가족법, 가사소송법, 심리학, 사회학, 정신의학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법관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전문법관을 선발하여 장기적으로 가정법원 판사 전원을 전문법관화하여 가정법원 판사를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판사로 구성함이 타당하다.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조정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로서 매년 미리 가정법원장 또는 가정법원지원장이 위촉한 자 또는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선정한 자 중에서 각 사건마다 조정장이 이를 지정한다(가사소송법 제53조 2항). 조정위원의 사회적 지위나 경험만으로는 조정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조정의 성부는 조정위원의 자질과 적합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조정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민간인이 조정위원으로 구성될 경우 조정제도를 포함한 법률지식에 대한 연수제도를 확립하고 충실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법률전문가와 전문상담가가 각 1인씩 팀을 이루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정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분쟁해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의 적극적 활용

    가사조정에서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의무화하고 있는데(가사소송법 제49조, 민사조정법 제30조ㆍ제32조ㆍ제40조), 이는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조서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는 때, 이의신청이 취하된 때, 이의신청이 부적법하여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각하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민사조정법 제34조 4항). 이와 같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 또는 당사자 사이에 성립된 합의의 내용이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관하여 가정법원이 결정의 형식으로 적정ㆍ타당한 해결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을 당사자에게 보여 분쟁해결의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므로 강제성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다. 따라서 법원의 후견적 역할이 강조되는 가사사건에서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Ⅳ. 맺는말

    후견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법원으로서의 가정법원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정법원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여 조정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가사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만 가정법원이 있다는 것(부산, 대구, 광주의 경우에는 가정지원)은 특수법원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정법원을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최소한 고등법원 소재지에라도 우선적으로 가정법원을 설립하여야 할 것이다.

    가사사건은 가능한 한 당사자가 용이하게 적은 비용으로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상담ㆍ조정 등을 활용하여 당사자가 사법판단보다는 조정 등 합의에 의하여 신속하게 분쟁해결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정전담창구의 설치, 구술신청의 확대, 신청서 및 첨부서류의 간소화, 흠결의 사후보정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사조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보다 필요한 것은 법규의 규정이 아니라 그 운용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가사분쟁을 가사조정을 통하여 평화적ㆍ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가일층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