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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분권 개헌론의 부당성

    이광윤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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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개헌론의 골자
    최근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론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슬로건으로 지방자치단체에게 형식적 의미의 입법권을 부여하고, 재정권을 강화하여 스위스 같은 연방국가를 모델로 하되 최소한 준연방제를 실시하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한다.”


    II. 지방분권의 장단점과 국제적 경향

    지방자치는 이해당사자들이 사무를 관리하고 행정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분권화에 의한 능률 향상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가적 통일성과 국민들 간의 평등성을 위협하고 정실주의로 흘러 부패를 조장하며 지나친 분권에 의한 비능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영국에서는 1972년 지방법률에 의하여 잉글랜드와 웨일즈 내에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없애고 수도권 집중과 중앙정부의 기능이 강화된 중앙집권화로 방향을 선회하였으며, 1980년대에 들어 지방분권을 실시한 프랑스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부패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등의 문제로 인하여 더 이상 분권화를 추진하지 않고 부분적인 재집권화의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급기야 2016년부터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하여 본토의 22개 레지용(최상위 지방자치단체)을 13개로 통합하는 개혁을 단행하였다. “프랑스의 행정조직은 분권되어있다”는 프랑스 헌법 제1조 말단은 30여년간 실시해온 지방분권을 헌법적으로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공화국의 새로운 지방조직에 관한 2015년 8월 7일 법률은 ① 도(Region)와 군(Departement)의 개괄적 권한조항을 삭제하고, ② 지속가능한 발전 및 지방의 평등에 관한 도(Region)의 균형발전계획권을 신설하였으며, ③ 군(Departement)의 비도시지역 도로 수송 및 통학 서비스를 도(Region)로 이양하였다.  일본도 43개의 현을 11개 정도의 도주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독일도 16개 주를 9개 정도로 통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은 지방성이 강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지역정당들이 득세한다는 점이다. 이런 한국적 정치병이 준연방제의 도입으로 악화될 것인지 호전될 것인지 묻고 싶다. 


    III 문제점

    1.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모순된다.

    균형발전은 사회·환경·경제적으로 도시와 농어촌 간 및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계획권을 우선, 국가가 보유하여야 한다. 지방의 자유를 확대하는 지방분권과는 모순된다. 특히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전 국민의 평등한 서비스를 위하여 재집권이 필요하다.  재정도 국가재정, 지방자치단체재정, 공공기관들의 재정에 대한 재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프랑스 회계원장의 최근 발언). 그러므로 지방분권을 확대하는 개헌을 하려면 지방분권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균형발전 계획의 범위 내에서 한다는 점을 헌법에 명시하여야 하며 현재 '제9장 경제'에 한하여 규정된 균형발전을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으로 격상시켜 사회, 환경, 경제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으로 대치시켜야 한다.   

     

    2. 지방자치단체의 계층구조에 대한 몰이해

    유럽의 주민생활은 마을공동체(Commune; Gemeinde; Municipio)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핵심은 마을공동체의 자치에 있고 마을공동체의 상급에 위치하는 지방단위는 국가와 마을 공동체 사이의 중간단계에 해당한다. 이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지방단위는 상급단위(대체로 우리나라의 道에 해당)의 경우는 국가형태에 따라 달라, 독일과 같은 연방국가의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행정, 입법, 사법권을 모두 향유하는 주(Land)를 형성하고 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지역국가의 경우에는 지역(스페인의 Comunidades Auto??nomas; 이탈리아의 Regione)이 형식적 의미의 행정권과 지역에만 통용되는 형식적 의미의 부분적 입법권을 가진다. 프랑스와 같은 단일 국가에서의 최상급단체인 지역(Region)은 형식적 의미의 행정권만을 가질 뿐이며, 입법권은 가지지 않는다. 하급단위( 郡)는 Departement; Kreis; Provincia 등으로 불리는 것으로 오로지 형식적 의미의 행정권만 가질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도’ 단위나 ‘군’ 단위는 모두 국가와 마을공동체의 중간단위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군 단위를 소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오인한 나머지, 그 자치권을 강화하자는 몰이해한 주장을 하고 있다(상세한 내용은 이광윤, 신행정법론, 법문사 2007 참조).   

     

    3.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지방자치이론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 내용으로 상당수의 학자들은 ‘전권한성의 원칙’과 ‘자기책임의 원칙’을 들고 있다(김남진, 행정법 Ⅱ, 법문사, 2000, 76면; 이기우, 지방자치법, 37-38면; 홍정선, 지방자치법학, 법영사, 2000, 35-42면 등). 그러나 독일도 게마인데에게 인정되는 전권한성이 군(Landkreis)에는 인정되지 않고 한정적 자치권만이 부여된다. 

     

    우리나라에는 게마인데와 같은 마을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고, 국가와 마을공동체 사이의 중간적 지방행정단위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독일의 게마인데 자치법 이론인 전권한성의 원칙은 적용될 수 없다. 

    4.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입법권에 대한 몰이해

    우리나라는 단일국가이므로 지방자치, 즉 지방분권이라 함은 국가의 권력인 행정·입법·사법권 중에서 형식적 의미의 행정권의 일부 분야에 대한 결정권을 국가가 독립된 지방공공단체에게 위임하여 행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주민에 의하여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형식적 입법권을 포함한 정치적 민주화가 아닌 행정적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위원회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도나 군의 의결기관을 의회로 명명한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에 입법부는 국회 하나밖에 없다.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는 형식적 의미의 입법이 아닌 행정입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일국가인 프랑스의 경우, 조례의 제정에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만 한다. 조례를 행정입법이 아닌 법률에 준하는 자주입법으로 주장하는 것은 군 단위에까지 형식적 입법권을 인정하는 정치적 분권을 하자는 것으로 신봉건제를 채택하여 국가를 해체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준연방국가인 스페인에서의 ‘조례법’(Estatuto)이란 헌법보충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정치적 분권기관인 자치공동체의회에서 제정하는 지역입법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군(provincia)과 시·읍·면(municipio)의 지위는 단일국가에서와 같은 단순한 행정적 분권 기관이며, 행정입법권 또는 명령권(competence reglementaire)밖에는 향유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헌법 제117조에서는 입법권은 국가와 헌법규정에 따른 지역(Regione)만이 보유함을 명시하고 있다.

     

    5. 국가대표기관의 지방에의 부존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사무를 처리하고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할 국가대표기관이 지방에는 존재하지 않고 국가사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고 있다. 지방의 이익에 민감한 정당공천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국가의 법령 수호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하고, 자치단체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사무를 집행한다는 것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다. 프랑스의 예를 참고하여 지방에 국가사무를 담당하는 국가의 대표를 국가에서 임명하는 한편, 현재의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만을 맡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6. 세계화 시대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는 국경이 엷어지는 대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최상급 단위인 ‘지역’(Region; Regione; Comunidades Autonomas; Land) 단위의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스트라스부르를 중심으로 한 알자스 지역,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롬바르디아 지역,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역들을 들 수 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주의의 고양(高揚)은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의 경쟁력 있는 지역단위의 번성을 대변하는 것이지 카탈루냐 민족주의 자체가 카탈루냐의 번영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의 지방화는 국가권력과의 투쟁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의 권한재분배에 초점이 주어져야 할 것이며 그 단위는 최광역 단위에 초점이 주어져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도 부터 군(Departement)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북경권, 상해권, 동경권, 오사카권 등의 대규모 지역과 경쟁하여야 할 우리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수도권과 남해안벨트권 만이 대규모 항만, 산업단지, 관광자원을 구비한 국제적 경쟁력 있는 단위가 될 수 있다. 우리와 인구 및 국토면적이 비슷한 영국의 잉글랜드가 중앙집권 국가임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