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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에서 서증의 작성자는 누구인가

    지창구 판사 (춘천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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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문제의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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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에서 증거방법(법원이 사실의 존부를 확정하기 위해 조사하는 대상이 되는 유형물)은 인적 증거(증인, 감정인, 당사자)와 물적 증거(문서, 검증물 등)로 나누어진다.

     

      물적 증거 중 서증은 문서의 의미·내용을 증거자료로 하는 증거방법이다. 민사소송법은 공문서에 관해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이를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한다”(제356조 제1항)라고 하고, 사문서에 관해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제357조)라고 하여 문서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서의 진정, 즉 ‘진정성립’을 형식적 증거력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법원은 “서증은 문서에 표현된 작성자의 의사를 증거자료로 하여 요증사실을 증명하려는 증거방법이므로 우선 그 문서가 거증자에 의하여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임이 밝혀져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며, 그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된 다음 비로소 작성자의 의사가 요증사실의 증거로서 얼마나 유용하냐에 관한 실질적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9655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서증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문서가 ‘거증자에 의하여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작성자’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가? 문서에 어떠한 의사표시가 기재되어 있을 때, 그 문서의 ‘작성자’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 명의자(그 의사표시에 따른 법률효과의 귀속주체), ⒝ 그 의사표시의 효과의사를 결정한 사람, ⒞ 실제로 작성한 사람이 있다. 이 중 어떤 사람이 그 문서의 작성자인가?


    2. 사례를 통한 검토


      가. 사안


      원고가 피고에게 1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비대차계약 체결 사실의 증거로 ‘차용인: 피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차용증을 제출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원고는 청구원인사실로 ① 원고와 피고가 직접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 또는 ② 원고가 피고의 대리인 A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대리인에 의한 계약체결의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으면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 따라서 ①과 ②는 별개의 청구원인사실이 되므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대로 판단하여야 한다].

     

     위 ①의 경우는 원고의 주장이 ㉮ 피고가 직접 차용증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는 것인 경우와 ㉯ 피고의 사자(使者)인 B가 차용증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는 것인 경우(이는 대부분 피고와 B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차용증의 작성을 B가 하였다는 주장일 것이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계약서의 작성 또는 계약서상의 날인행위를 당사자가 직접 하였는지 또는 제3자가 당사자의 승낙을 얻어 하였는지 여부는 주요사실의 경위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주장 유무 여하에 불구하고 법원이 증거에 의하여 자유로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71. 4. 20. 선고 71다278 판결 참조). 따라서 ㉮와 ㉯는 동일한 청구원인사실이 되므로,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사법연수원, 요건사실론(2016), 16-17면 참조}].

     

      위 ②의 경우에 원고는 대리인 A가 차용증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나. 작성자는 누구인가


      1) ①㉮의 경우 


      이 경우 차용증의 ⒜ 명의자, ⒝ 효과의사의 결정자로 주장된 자, ⒞ 실제 작성자로 주장된 자는 모두 피고이다. 따라서 차용증의 작성자는 피고이고, 피고의 의사에 의하여 차용증이 작성된 사실을 원고가 입증하여야 차용증을 증거로 쓸 수 있다.


      2) ①㉯의 경우 


      이 경우 차용증의 ⒜ 명의자 및 ⒝ 효과의사의 결정자로 주장된 자는 피고이지만, ⒞ 실제 작성자로 주장된 자는 B이다. 이때 B는 사자로서 심부름꾼에 불과하므로 차용증의 작성자는 피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B가 효과의사를 결정하지 않았으므로 B의 의사에 의하여 차용증이 작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의 의사에 의하여 차용증이 작성된 사실을 원고가 입증하여야 차용증을 증거로 쓸 수 있다.


      3) ②의 경우 


      이 경우 차용증의 ⒜ 명의자는 피고이지만, ⒝ 효과의사의 결정자로 주장된 자 및 ⒞ 실제 작성자로 주장된 자는 A이다. 이때 차용증의 작성자는 A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리인은 자신이 효과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본인이 결정한 효과의사를 상대방에게 표시하거나 전달하는 사자와 구별되는바, 효과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피고의 의사(여기서 의사는 소비대차계약의 청약 또는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효과의사이다)에 의하여 차용증이 작성될 수는 없다.

     

      둘째,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하 ‘서명 등’이라 한다)이 있는 때‘라고 함은 위 차용증에 ’차용인: 피고 대리인 A‘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A의 서명 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 위 차용증을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A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뜻이지 피고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피고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대리행위는 항상 유권대리로 추정된다는 부당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거증자에 의하여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는 피고가 아니라 A이고, A에게 대리권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위 차용증은 A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어 증거로 쓸 수 있게 된다[주석민사소송법(Ⅴ) 제7판, 한국사법행정학회, 464면, 472면(김용상 집필부분)에서는 위 경우 피고가 A에 의한 차용증의 작성사실은 인정하면서 A의 대리권을 부정하는 것은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 A의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 차용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보면 A의 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로 대리행위의 존재까지 인정할 수 없게 되는 이상한 결과가 된다.

     

    원·피고 사이에 A에 의한 차용증의 작성사실에 관해 다툼이 없다면 그 차용증은 A의 의사에 의해 진정하게 성립된 것이고, 그 기재에 의해 피고를 대리한 A와 원고 사이에 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사실(A의 대리행위)은 인정된다. A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는 것(피고의 수권행위 등)은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별개의 요건사실이다. 위 견해에 의하면 무권대리행위가 있은 경우 대리행위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게 되어 표현대리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동의할 수 없다]. 위 경우와 ②의 경우는 A가 차용증에 ‘차용인: 피고 대리인 A’라고 쓰고 A의 서명 등을 하였는가 아니면 ‘차용인: 피고’라고 쓰고 피고의 서명 등을 하였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피고를 대리한 A가 원고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이와 같은 표시형식의 차이에 따라 문서의 작성자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②의 경우 A의 의사에 의하여 차용증이 작성된 사실을 원고가 입증하여야 차용증을 증거로 쓸 수 있다.


    3. 결론


      서증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문서가 거증자에 의하여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임이 밝혀져야 하는데, 이때 ‘작성자’는 문서에 나타난 의사표시의 효과의사를 결정한 사람(법률행위를 본인이 한 경우에는 본인, 대리인이 한 경우에는 대리인)으로 보아야 한다.

     

      위 대여금 청구의 소 사례에서 원고가 주위적으로 피고와 직접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예비적으로 피고의 대리인 A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는데, ‘차용인: 피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차용증을 A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에서는 위 차용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에서는 위 차용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므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있고, 다만 위 차용증은 A가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일 뿐이므로, A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거나 그러한 권한이 없었을 경우 표현대리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원고가 추가로 입증하여야 비로소 위 소비대차계약의 법률효과가 피고에게 귀속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 서증이라도 원고가 청구원인사실을 무엇으로 주장하는가에 따라 형식적 증거력이 달라질 수 있음이 특기(特記)할만 하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