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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자율과 주주 평등에 관한 소고

    조장곤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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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프리미엄의 귀속과 관련하여 -

     

    1. 들어가며

     


      작년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각각 매각되었다. 대우증권의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주당 1만6519원에 보유지분을 미래에셋증권에 매각함으로써 주당 8700원, 총 1조2000억원가량의 시가 대비 차액,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취득하였다(지분 양도 본계약 체결일인 2016. 1. 25.의 대우증권 주가 7790원 기준).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에 반대한 대우증권 소수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수령한 금액은 보통주 기준 주당 7999원이었다. 현대증권의 경우 그 차이가 더욱 심한데, 대주주였던 현대상선은 KB금융에 주당 2만3182원에 지분을 매각한 반면, 현대증권의 소수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지급받은 돈은 주당 6637원에 불과하였다. 


    2. 경영권 프리미엄과 주주간의 불평등


      주식회사 지배주주의 보유 주식의 양도로 인하여 회사 지배권이 이전될 때, 그 양도대금이 주식의 시가 내지 장부가보다 큰 경우, 그 차액을 경영권 프리미엄이라 한다. 거래 목적물 자체의 가격 외에 일정한 가치가 부가되어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권리금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그 배분에 관하여는 양자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동업자들이 사업을 양도하면서 권리금을 받는다면, 다른 약정이 없는 이상 그 권리금은 동업자들에게 지분별로 귀속될 것이다. 그런데 주식회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후술할 바와 같이, 지배주주가 받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주주들 모두에게 귀속되어야 할 회사의 자산이라는 관점에 입각하고 있는 다른 입법례들도 있으나, 국내의 경우 그러한 논의는 일부 교과서나 논문에서 소개될 뿐이어서 많은 법률가들이 그러한 관점에 생소할 수 있다. 보유 주식 수에 따른 비례적 평등을 의미하는 주주평등원칙과 민법상 공동소유의 법리를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과 권리금의 위와 같은 차이는 법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여지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 이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나, 아직 시장에서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독식을 당연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3. 해외 입법례와 현행 상법의 태도


      미국에선 ‘지배주주는 소수주주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신탁관계(fiduciary relationship)에서 수탁자인 지배주주는 그 지위를 이용해서 수익자(beneficiary)에 해당하는 소수주주의 이익과 상충되는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례가 확고하고, 독일의 경우 지배주주의 소수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들 규정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자 신설된 것으로서 위 입법례들과 비슷한 문제의식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나,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4. 관련 상법 개정안들 


      최근, 경영투명성 확보와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개정안들이 다수 발의되고 있는데, 대표소송제도의 활성화, 주주총회의 실질화, 경영에 관한 대주주의 영향력 배제를 주된 취지로 정리할 수 있다. 

     

      대표소송제도와 관련하여서는, ① 회사가 주주의 제소청구를 받고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에게 그 이유를 통지하도록 하고, ② 대표소송이 제기된 경우 그 사실을 공고하여 다른 주주들의 참가를 인정하고, ③ 대표소송 제기 후 주주의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도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④ 주주들의 소송비용 보전을 현실화하고, ⑤ 모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의 회계장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자회사에 대하여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주주총회의 실질화와 관련하여서는, ① 전자투표강제, 서면투표의 확대를 통하여,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확대하고, ② 주주명부 기재사항에 전자메일 주소를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소수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③ 주주총회 안건에 관하여 회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주주에게 제공되는 자료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들 수 있다. 


      대주주의 영향력 배제와 관련하여서는, ①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사외이사 구성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② 현행법상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강제하고, ③ 감사위원 선임에서도 감사와 마찬가지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④ 이사의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금지에 관한 상법 규정에 업무집행지시자를 수범자로 확대하여 지배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억제하고자 하고, ⑤ 자사주 취득 제한에 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자사주가 회사의 분할,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권 확보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자사주의 취득 및 처분을 엄격하게 규제하려는 시도를 들 수 있다. 


    5. 기업의 자율


      위 개정안들에 대한 반론을 거칠게 정리하면, ‘소수주주 보호도 좋지만, 특히 해외 투기 자본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지켜야 한다, 상법은 회사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기본법이므로 기업의 자율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회사의 지배주주는 돈을 벌고 자신과 조직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회사를 설립하고 인수한 것이며, 그러한 이기심이 자본주의와 회사 제도의 토대임은 부정할 수 없다. 위 개정안 내용들이 기업에 여러 부담을 초래하거나, 기업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수긍할 부분이 있다. 


    6. 상장회사의 특수성


      그러나 그 기업이 상장회사라면 문제가 다르다. 회사를 상장하여 그 지분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자본시장은 일반투자자의 출자 없이는 형성될 수 없다. 상장회사의 지배주주는 회사 공개를 통하여 큰 이익을 본 것은 물론, 일반투자자의 지분 참여 덕분에 거대한 자본을 토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기에, 상장회사의 지배주주는 그 이익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부담하여야 한다. 


      글의 서두에서 든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본다. 피인수기업인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모두 상장사였다. 인수전에 뛰어든 미래에셋증권과 KB금융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인수에 성공하기 위하여 피인수기업의 지배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에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하였다. 이후 인수회사, 정확히는 인수회사의 지배주주는 과다하게 지급된 프리미엄 상당액을 보전하고, 보유지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에, 즉 합병비율은 최대한 유리한 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주들의 주식매수가액은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에, 합병절차를 진행한다. 여기까지는 고도의 합리적인 경제인인 금융기관의 당연한 처사이다. 


      이제 소수주주들은 합병에 찬성하거나, 헐값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현행법상 법원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공정한 매수가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구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설사 합병이 부당해 보인다하더라도, 합병에 반대하는 소수주주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와 소송을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거나, ‘회사와 소송하면 소송 확정시까지 출자금이 묶인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 의한 구제를 포기한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을 극복하고 소송을 진행하게 된 극소수 주주들의 앞길도 너무나 험난하다. 주주 자격 상실로 대표소송이 각하되거나, 본안에 들어가더라도, 삼성물산 합병 사건과 같이 비위사실이 일부나마 드러난 건이 아니라면, 소명과 입증이 지극히 어렵다. 


    7. 글을 마치며 : 기업의 효율과 공정의 조화


      위와 같이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서 사법에 따른 해결이 용이하지 않기에 다양한 입법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법은 기업법임과 동시에 사적자치와 공공복리가 양대 이념인 민법의 특별법이기도 하다. 기업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여 기업이 경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되, 위법행위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진은 물론 지배주주에게도 용이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조화로운 방안의 예를 들기 위하여 다시 서두의 논의로 돌아가 본다. 지배권 양도 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불평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구 증권거래법은 인수자의 주식 공개매수를 강제한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은 기업의 인수·합병에 지나친 비용을 초래함으로써 시장의 자율과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의 공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같은 이유로 폐지되었다. 이러한 사전적인 규제보다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상법 규정에 상장회사의 지배주주를 수범자로 포함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불공정한 상황을 사후적으로 용이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함이 보다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앎이 부족하여 법률신문 여러 독자 분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용기를 내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