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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추행 인정의 문제점

    금윤화 국선전담변호사 (서울서부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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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들어가며 

    다음의 두 사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피고인이 클럽 무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는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붙잡고, 같은 날 다른 피해자가 테이블 옆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피해자의 엉덩이를 2회 만진 사건이다. 두 번째 사건은 피고인이 휘트니트센터 남자탈의실에서 알몸으로 있는 13세 미만 아동에게 “고추 따먹어야겠다”라고 말을 하며 그 아동의 성기를 아래에서 위로 훑듯이 만진 사건이다. 위 사례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은 각 무엇인가. 

     

    첫 번째 사건에 대해, 검사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을 적용하여 기소했고 법원은 적용된 죄명 그대로 유죄를 인정하여 판결이 확정되었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3항 13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을 적용하여 기소하였고 1심 법원은 적용된 죄명 그대로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고등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여 피고인이 다시 상고한 상태이다. 

     

    위 사실관계에서 볼 수 있다시피 각 피고인의 행위에는 추행행위 외 별도의 폭행, 협박에 해당할만한 행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들에 대해 강제추행이 인정된 이유는 바로 기습추행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기습추행이란 상대방에게 폭행·협박을 가하여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한 후 추행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의 강제추행을 의미한다. 판례는 그 폭행의 정도에 대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족할 뿐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도3182 판결, 1994. 8. 23. 선고 94도630 판결 등).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체를 스치는 정도의 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추행행위가 갑작스러웠다면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으로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Ⅱ. 폭행의 고의 문제

    그 첫 번째는 폭행의 고의를 지나치게 완화하여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고의범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한 인식, 즉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행위 당시 존재해야 한다. 강제추행죄 역시 고의범으로서 이 점에 대한 예외는 없다. 즉,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인식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경우 추행행위에 대한 인식만 있어도, 즉 폭행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없더라도 쉽게 고의를 인정해버리는 누를 범할 수 있다. 위의 두 사건 중 첫 번째 사건에서 피고인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엉덩이나 허리를 만졌다’라고 주장하거나, 두 번째 사건에서 피고인이 ‘아이가 귀여워서 만진 것이다’라고 주장할 경우 피고인에게 그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까지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기습추행의 개념으로 인해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이르고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한다는 인식만 하고 있었다면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를 한다는 인식을 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해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Ⅲ. 적용법조 혼동의 문제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이 갖고 오는 또 다른 문제는 적용법조의 혼동이다. 즉, 기습추행이라는 개념 때문에 ‘폭행을 상정한 추행에 관한 죄’가 적용되어야 할지 아니면 ‘폭행을 상정하지 않은 다른 추행에 관한 죄’가 적용되어야 할지에 대해 혼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폭행을 상정하지 않은 다른 추행에 관한 죄’란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13세미만 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을 말한다. 

     

    법은 피해자가 미성년자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업무·고용 등 특수한 관계에 있을 때에는 폭행·협박 없이 위력으로 추행을 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5항, 제10조). 여기서 ‘위력’이란 ‘성적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폭행’보다는 완화된 실력행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기습추행’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추행죄의 폭행을 완화하여 해석함에 따라 법률가의 입장에서도 ‘기습추행’과 ‘위력에 의한 추행’의 차이점을 온전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결국 ‘위력’에 불과한 추행행위를 ‘기습추행’으로 보아 처벌하도록 하여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아니거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특수관계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법은 13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폭행이나 협박, 심지어 위계나 위력이 없어도 추행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05조, 제298조). 위 두 번째 사건도 굳이 기습추행으로 처벌하지 않고 13세미만 의제 강제추행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의 피고인은 70대 할아버지이고, 피해자는 13세 미만의 남자아이였고, 사건 발생장소가 남자 탈의실이었고, 이 피해자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알몸으로 있던 상황이었고, 피고인의 행위는 성기를 아래에서 위로 한 번 훑은 것일 뿐이다. 따라서 항거불능상태로 제압을 한 후 성기를 만진 사건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으로 항거불능상태로 제압한 후 강제추행한 것과 동일한 죄명과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법은 폭행·협박 없이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제11조). 따라서 클럽에서 발생한 위 첫 번째 사건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대한 해석을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서로 간에 신체적 접촉이 이뤄지고있는 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된 상태에 놓여있는 곳 일반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는바(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판결), 위 두 번째 사건의 장소인 남자탈의실 조차 충분히 법에서 말하는 공중밀집 장소로 포섭이 가능하여 역시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두 사건을 ‘기습추행’에 이른다고 보아 각 강제추행죄로 처벌한 것은 지나친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Ⅳ.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반박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기습추행을 인정하지 않으면 폭행·협박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지는 추행행위에 대해 처벌공백이 생긴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벌공백만을 이유로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반하며, 처벌공백의 문제는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인데 오히려 지나치게 폭행을 완화하여 해석함으로써 입법적 해결을 미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유형력 행사의 정도는 양형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즉, 폭행·협박을 한 후 추행한 것과 폭행행위 자체로 추행한 것의 질적 차이는 양형으로 다스리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형력 행사의 정도가 현저히 약한 점은 양형기준상 감형요소에 해당하기도 하다. 그러나 법이 폭행·협박이 없는 추행행위는 상대방이 미성년자이거나 상대방과 특수관계에 있거나 사건 발생장소가 공중밀집장소의 경우에는 별도로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은 폭행·협박이 없는 추행은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라고 할 것인바, 단지 양형으로 반영할 문제는 아니라고 함이 타당하다. 또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13세미만 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일반강제추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혹은 위력, 위계에 의한 추행(2년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13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5년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 벌금) 중 어느 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법정형이 현격히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단순히 감형요소로 반영되는 것에 그칠 수는 없는 문제인 것이다.


    Ⅴ. 마치며

    이와 같이 기습추행의 개념은 결국 지나친 처벌의 확대로 귀결된다. 즉, 폭행의 고의를 완화하여 해석하거나 위력에 불과한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보게 되는 등으로 인해 처벌되지 않아야 할 행위가 처벌되거나, 경하게 처벌되어야 하는 행위가 중하게 처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의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었다는 점,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이 원칙이라는 점, 그리고 그 신상정보 등록기간도 선고한 형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 해 볼 때 피고인에게 책임 범위를 넘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 필요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인바,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을 전면 검토해볼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