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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한진해운 회생절차에서의 해상법 및 도산법상 쟁점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한국해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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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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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대의 선사였고 연간 매출 8조원의 규모를 가졌던 한진해운은 2016년 8월 31일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였다. 정기선 영업은 수출입화물을 적기에 규칙적으로 실어 나르기 때문에 마치 고속도로와 같은 공익적 성격을 갖는 국가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한진해운은 회생에 실패하였다. 2009년부터 10여개 해운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생이 되었다. 왜 이와 같이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는가? 그것은 관련자들이 정기선영업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하여 장차 발생할 물류대란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소홀히 한 점에도 기인한다. 


    II. 회생에 실패의 이유  

     한진해운이 회생에 실패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사전준비가 되지 않아, 회생절차 신청 전 6조원이었던 채무가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불과 몇 달 사이에 30조원으로 늘어났다. 국내외 선사들이 인수를 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둘째, 정기선사들이 효율적으로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얼라이언스에서 회생절차개시 직후 퇴출당하였기 때문에 수익창출의 기대가능성이 급격히낮아졌다. 셋째, 마지막항차에 실린 화물을 제대로 화주들에게 배달해주지 못하여 급격하게 기업신용도가 낮아져버렸다. 

     

     이러한 세 가지는 부정기선 영업과 비교할 때 정기선 영업에서 특유한 것들이다. 부정기선은 운송인 한명에 화주도 한명이다. 그렇지만, 정기선의 경우 운송인 한명에 수천명의 화주가 있다. 부정기선에서는 부두에서 수입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여주면 운송인의 의무는 종료되지만, 정기선에서는 내륙에까지 화물을 운송인이 배달해야 하므로 운송인은 철도 등 내륙운송수단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국 정기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이해당사자들이 많고 복잡한 조직망이 필요하므로 잘 준비되지 않으면 회생이 쉽지 않게 된다.  

     

    III. 회생절차상 법적 쟁점 

    1. 선박소유자와 용선자의 관계

    해운기업은 소유한 선박뿐만 아니라 용선한 선박으로도 화물을 실어 나른다. 현재의 시장가격보다 몇 배 높은 선박을 많이 빌려서 운항하던 한진해운은 불경기를 맞아 낮은 운임 때문에 수년간 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었다.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인 용선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용선계약을 해지하면 남은 용선기간동안 손해를 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상하여주어야 한다. 이 손해액은 회생채권이 된다. 해지 후 낮은 용선료의 선박을 빌려서 영업을 하게 되면 채무자는 적자규모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회생에 유리하게 된다. 팬오션이나 대한해운은 이러한 도산법상의 제도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회생이 되었다.  


    2. 얼라이언스 관계

     2개의 선사가 동일한 항로에 선박을 한척씩 투입하는 데 선복의 2분의 1씩만 화물을 싣고 다니는 경우보다 두척을 한척으로 줄여서 한척에 100% 화물을 싣고 수입을 2분의 1로 나누면 두 선사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선복을 빌려주는 계약을 슬로트 용선계약이라고 한다. 여러 정기선사들이 협력하여 비용을 줄이고 공동운항하는 관계를 얼라이언스라고 부른다. 얼라이언스 하에서 A정기선사가 운송인으로 인수한 화물이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서 운송된다. 한진해운이 회생절차 신청으로 항만에서 하역작업이 거부되면서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던 A정기선사의 화물도 마찬가지로 화주에게 인도되지 못하여  피해를 보게 되었다.  


    3. 국적취득조건부(이하 국취부) 선체용선 

     선체용선(나용선)은 일종의 선박에 대한 임대차이다(상법 제847조). 그런데 국취부 선체용선은 용선기간 종료 시 용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과거 우리나라 선주들은 당장 현금으로 선박을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간 연불로 선박을 매입하면서 영업을 통하여 얻는 용선료로 선박의 가액을 분할하여 지급하여 용선기간 만료 시 잔금을 마지막으로 치르고 소유권(한국국적)을 취득하는 방식을 취하여왔다. 선원법, 선박안전법, 도선법등 여러 단행법에서 국취부 선체용선도 우리나라 선박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해상법에서는 이를 선박임대차의 일종으로 보므로(제848조) 용선기간중 소유권은 여전히 소유자에게 남아있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58조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불가하다고 한다. 이는 채무자회생을 위하여 채무자의 영업의 지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취부 선체용선된 한진해운의 선박은 제58조의 범주에 속하지 않고 채권자보호를 위하여 임의경매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그렇게 되면 해운회사의 영업이 되지 않으므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우리나라 선사 운항선박의 70%정도는 국취부 선체용선된 선박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여기에 미국과 싱가포르의 압류금지 명령에는 한진해운이 단순선체용선 및 정기용선된 선박조차도 압류금지명령의 대상으로 보자 동법 제58조는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 선박우선특권

     우리 상법에는 선박관련 채권자들에게 저당권자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부여하는 선박우선특권제도가 있다(제777조). 그 채권자는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자로 보호받는다. 그런데, 외국적 요소가 있을 때에는 국제사법 제60조에 의해 그 대상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하여 우선특권자 여부가 결정된다. 파나마선적의 경우 선박연료유공급자는 우선특권을 가지지만, 한국선박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이 회생절차에서도 공급된 선박의 선적에 따라 채권자의 보호의 정도가 달라지는 점이 부각되었다.  

     

     도선사의 도선료채권은 우선특권이 발생되는 채권이다. 선체용선된 선박에 도선서비스를 제공한 도선사는 우선특권을 가진다. 이 특권은 추급권이 있어서 소유자가 변경되어도 청구가 가능하여,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다음 매각된 다음에도 임의경매의 대상이 되어 신 소유자가 실제로 그 채권을 변제하여야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도선법에 의하면 도선료 지급의무는 선박소유자와 선장에게 있다(제 21조). 한진해운이 선체용선자로서 발생시킨 채권은 회생절차에서 처리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 당시의 선박소유자는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도선법에 의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결국, 도선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가 발생시킨 도선료를 아무런 제약 없이 수령할 수 있어서 다른 채권자보다 특히 보호되는 결과가 되었다. 


    5.  지연손해에 대한 배상 및 보상 

     한진해운 사태로 화주들이 입은 손해는 대부분이 지연손해이다. 화물에 대한 인도가 늦어졌기 때문에 수입자에게 지연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손해는 한진해운의 선하증권상 지급배제약정, 상법의 정액배상주의, 영미법에 따르면 배상이 어려운 특별손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견해이다. 

     

     이러한 손해가 배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한진해운에 대한 청구 시 회생채권이 되어 회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계약운송인으로 기능한 운송주선인에게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들도 재정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적하보험 약관에는 도산 등으로 인한 손해나 지연손해는 배상이 안 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화주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IV. 개선방향과 결론 

    1. 법률 개정사항   

     상법상 화주보호 수단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은 운송계약관련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도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주들은 회생담보권을 가지는 것이 되어 회생절차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된다. 

     

     2016년 개정 채무자회생법에 의하면 회생절차 개시 2~3개월 전에 공급된 물품대금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해운기업의 경우 항해기간이 길고 외상거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별히 그 기간을 3개월로 연장하면 상거래 채권자들이 더 균형있게 보호될 것이다. 

     

     채무자회생법상 국취부선체용선 선박도 강제집행의 금지대상으로 하여 채무자의 회생을 도와주는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마지막 항차의 하역작업 장치의 마련 

     한진해운 사태에서 하역회사는 우월한 지위에서 하역비에 대한 현금지급을 요구하면서 하역거부를 시작하여 엄청난 물류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정기선 운항의 공익적인 성격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정기선사끼리 보장기금을 만들어 회원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금에서 먼저 하역회사들에게 하역비를 지급하고 회생절차에서 차후에 회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운법 등에 하역회사에게 직접청구권을 부여하여야한다. 

     

     이 제도를 더 확대하여 일본의 ‘기업재생지원기구’제도와 같은 기구를 둘 필요도 있다. 2010년 일본항공은 회생절차 시 동 기구와 사전 조율을 통하여 한편의 항공기 결항도 없이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회생에 성공하였다. 


    3. 결   

     한진해운 사태에서 국취부 선체용선의 법적성질과 법원에서의 처리방향, 지연손해가 배상불가한지 여부, 국가마다 다른 압류금지명령 등은 채무자회생과 관련한 우리 법제도가 예측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상법, 채무자회생법등을 개정하여 우리 법제도가 예측가능성을 부여하여 채무자회생도 돕고 관련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상사법연구 제36권 제2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