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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소송법상의 집행정지결정의 논증과 관련한 문제점

    김중권 교수(중앙대학교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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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처음에-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온 집행정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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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소송법은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집행정지결정을 허용하고 있다(법 제23조 제1항). 공법상의 가처분제도의 도입이 판례상 부인되기에, 집행정지제도가 유일한 행정소송법상의 잠정적 권리보호수단이다. 작년 이맘때 대한민국 전체가 매서운 초겨울의 날씨를 일소하는 엄청난 열기로 가득 찼고, 마침내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이런 결과의 원인과 경과를 두고서 상반된 평가가 가능하지만, 분명한 점은 서울행정법원이 촛불집회금지처분에 대해 내린 일련의 집행정지결정이 역사적 흐름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었다(상론은 김중권, 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잠정적 권리구제에 관한 소고, 법조 제725호(2017.10.28.), 541면 이하). 새로운 지평에서 집행정지제도와 관련한 논증구조 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논의의 전제-법치국가원리와 잠정적 구제

    1. 잠정적 권리보호의 요청과 그 기능 

      

     법원의 적법성심사 전에 행정청이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집행했다고 하면, 재판청구권의 실현을 통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권리보호'는 구두선(口頭禪)일 수밖에 없다. 잠정적 권리보호는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이 표방하는 효과적인 권리보호를 위한 기본요소이다. 잠정적 권리보호는 먼저 소송계속 중에 결정의 집행이나 그 후속결과에 대해 보호를 가져다주거나 일정한 권리나 사실적 상태를 소송의 종결까지 보전하는 데 이바지한다(보전기능). 재판청구권을 통해 이런 보전기능은 헌법적으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잠정적 권리보호의 보전기능의 헌법적 의의가 비단 공법소송만이 아니라, 소송법 문헌에서 적극적으로 기술되고 있지 않다. 또한 잠정적 권리보호는 행정소송이 종료되기 전에 불법이 집행되지 않도록 행정의 법구속이란 통제의 객관적 기능을 지닌다(행정통제기능).  


    2. 집행부정지의 원칙의 채택 및 그것의 헌법적 문제점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에 비추어 잠정적 권리보호는 원칙적으로 헌법상의 위상을 갖는다. 통상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집행부정지를 원칙으로 할 것인지 여부의 물음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법치국가원리적 의문점과는 별개로 집행부정지의 원칙은, 특히 공정력과 관련해서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행정법도그마틱의 전개를 결정적으로 방해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행정지의 원칙을 규정한 행정법원법 제80조 제1항을 효과적인 권리보호의 기본법적 보장의 개별법적 표현으로, 또한 정지효의 원칙을 공법쟁송의 근본원칙으로 본다(그리고 집행정지와 집행부정지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놓이며, 만약 이런 관계를 역전시키는 행정실무는 위헌이라고 한다(BVerfGE 35, 382(402)). 민주화와 행정소송이 비례관계에 있어서 법치국가원리에 부응한 행정소송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집행정지제도를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본에서 연유한 기왕의 태도가 이제는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일본에서도 그들 집행부정지원칙의 위헌성이 지적된다. 松井茂記,『裁判を受ける?利』、1993、186頁以下).


    Ⅲ. 요건과 관련한 논증구조의 문제

     집행정지의 요건과 관련한 논증은 궁극적으로 -적극적 요건으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에(법 제23조 제2항) 해당하는 정지(연기)이익과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공복리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에(법 제23조 제3항) 해당하는 즉시집행이익간의 이익형량의 문제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본안에서의 승소가능성여부이다. 신청인의 본안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하지 않아야 집행정지가 허용된다. 본안의 승소전망과 관련한 계쟁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약식심사와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을 대상으로 한- 이익형량간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계쟁처분의 위법성이나 적법성에 관한 판단이 포괄적인 이익형량에 반영되면 자칫 계쟁처분의 명백한 위법성과 본안에서의 승소전망에도 불구하고 집행정지신청이 거부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계쟁처분의 명백한 적법성이나 위법성을 심사한 다음, 결과예측이 불확실할 때 비로소 정지(연기)이익과 즉시집행이익간의 이익형량을 행해야 한다(2단계적 시스템, 이는 독일의 통설과 판례가 취하는 논증구조이다). 이 점에서 법무부행정소송개정안이 소극적 요건의 조항에서 본안에서의 승소가능성여부를 함께 규정한 것은(제24조 제3항) 집행정지의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Ⅳ. 본안에서의 승소가능성 여부

     신청인의 본안청구가 이유없음이 명백하지 않아야 집행정지가 허용된다. 판례는 시종 이 점을 고수하지만, 종종 행정처분 자체의 위법 여부는 궁극적으로 본안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할 성질의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판단할 것이 아니고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제3항에 정해진 요건의 존부만이 판단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8.8.26. 자 2008무51결정), 심각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체계적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하루바삐 정리될 필요가 있다. 본안에서의 승소전망은 일종의 동적 시스템으로 그 다음 단계의 이익형량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가해지는 부담이 중하면 중할수록, 행정조치로 불가변적 상황이 야기되면 야기될수록, 적법성 심사의 강도가 높아져야 한다. 따라서 집회금지처분과 관련해서는 집회자유의 고양된 의의에 비추어, 그리고 집회금지가 지닌 심각하고 불가역적인 결과(재현불가능)를 감안할 때, 설령 긴급절차라 하더라도 법원은 사안과 계쟁처분의 적법성을 심도 있게 심사해야 한다.


    Ⅴ. 이익형량에서의 판단태도

     즉시집행의 이익과 정지이익 간에 형량에 의해 보전의 필요성이 판단되는데, 원고의 청구가 명백한 이유가 있거나 계쟁처분의 적법성에 심각한 의문이 있을 때는 행정의 집행이익은 존재하지 않고, 집행정지가 내려져야 한다(하지만 행정행위가 명백히 적법하다고 하여 그 자체가 즉시집행의 이익을 성립시킨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본안에서의 이유 있음이나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즉시집행이익과 정지이익간의 형량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본안의 승소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정지이익에 대한 요청은 더욱더 쉽게 관철되고, 반대로 본안의 승소가능성이 낮으면 낮아질수록 집행정지를 정당화시키는 정지이익을 더 엄격히 사정해야 한다. 정지이익과 즉시집행이익간의 이익형량에서는 법률의 목적 역시 고려해야 하며, 법원은 원칙적으로 신청자와 처분청의 이익만이 아니라, 본안과 관련한 모든 공익과 사익을 고려해야 한다. 유의할 점은 추상적으로 공익의 우위와 사익의 후퇴를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관련인의 기본권적 중요사항이 형량에 포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가령 집회금지처분에서 그것의 즉시집행은 원칙적으로 집회의 종국적인 저지를 초래하기에, 제1심의 잠정적 권리보호가 사실상 종국적 권리보호인 셈이다. 여기선 잠정적 권리보호가 특별한 의의를 가지며, 당연히 집회금지를 정당화시키는 공익상의 위험예측에 대해서 높은 기준요청을 설정해야 한다). 여기서 법관은 이중가설의 공식의 방법으로, 행정처분이 즉시 집행되었는데 만약 나중에 그 소송이 종내 인용될 경우에 일어날 상황은 어떠하며, 행정처분의 집행이 정지되었는데 만약 그 소송이 궁극적으로 이유가 없다고 판명될 경우에 일어날 상황은 어떠한지에 관해 물음을 제기하여야 한다. 잠정적 권리보호의 목표는 본안오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현행 행정소송법이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취하지만, 재판청구권의 차원에서 집행정지에 유리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집행이익과 정지이익이 비등하면 집행정지에 유리하게’). 그리고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덜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중권, 행정법, 2016, 692면).  


    Ⅵ. 맺으면서-입법자의 선물이 아닌 헌법상의 명령

     행정법원에 의한 잠정적 권리보호는 입법자가 임의로 부여하거나 제한하거나 빼앗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라, 헌법상의 명령(원칙)이다(Finkelnburg/Dombert/Kulpmann, Vorlaufiger Rechtsschutz im Verwaltungsstreitverfahren, 6. Aufl. 2011., Rn.1.). 30년에 가까운 헌법재판의 역사에서 이제껏 가처분인용 건수가 5건에 불과할 정도로, 잠정적 권리보호는 공법소송상으로 매우 낮은 위상을 지닌다. 행정재판은 물론, 헌법재판에서도 민사법상의 가처분규정이 준용되기에, 민사가처분적 관점이 공법적 잠정적 권리보호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공법소송에 민사가처분의 기조가 그대로 투영되는 것은 사물의 본성에 반한다. 이제 공법적 잠정적 권리보호 시스템을 법치국가의 원리에 맞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