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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회피행위 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의 도입 논의

    이동식 교수(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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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시작하면서 


    세금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납세자들은 세금납부를 즐거워하지 않는다. 납세자들이 자신의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행하는 다양한 시도는 이론적으로 절세행위, 조세회피행위, 탈세행위로 3분류할 수 있다. 절세행위는 입법자가 예정하고 있는 합법적인 조세절감시도이고, 탈세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의하여 형사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그 정의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조세회피행위는 합법적인 시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사처벌대상도 아닌 것으로 그 개념정의와 범위가 모호한 영역이다. 조세법률주의원칙에 따라 세금부과요건과 비과세·감면요건은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 관계로 조세를 회피하려는 자는 이러한 법률규정에 따른 과세요건을 법률의 흠결(loophole)을 이용하여 미실현한 것처럼 혹은 비과세·감면요건을 실현한 것처럼 행위하는 방법으로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제41조의4에 따라 증여세가 과세되지만 이러한 규정이 입법되기 전에는 금전무상소비대차의 방법으로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이용한 납세자는 실질적으로 이자 상당액에 대해 증여를 받았음에도 과세요건으로 규정된  ‘증여’ 개념의 해석상 이러한 거래행위를 포섭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증여세부담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러한 행위는 증여라는 과세요건을 규정한 세법규정을 회피하려 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조세회피행위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조세공평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세입법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OECD의 BEPS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이러한 조세회피행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여부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세법의 영원한 과제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뜨거운 논의 주제로 되고 있는 조세회피방지와 관련하여 조세회피방지방법 중 특히 일반규정에 의한 조세회피방지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논의들과 관련하여 지금까지의 현황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펑가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II. 현행 조세회피행위 방지 방법들


    1. 의의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한다는 것은 거래행위의 사법적 효력은 인정하되 납세자가 의도한 세부담경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는 방법으로는 종래 많이 언급된 것은 기존 세법규정의 해석을 통한 방지, 개별규정의 입법을 통한 방지이다. 그 외에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4조에 의한 조세회피방지문제도 중요한 이슈이다. 

     

    2. 기존 세법규정의 해석을 통한 방지

    예를 들어 민법상 증여가 아닌 무이자금전소비대차와 같은 민법상 법률행위방식을 선택하여 증여세과세를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 기존 세법규정의 해석을 통한 방지라 함은 증여세과세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증여’의 개념을 민법상 증여에 한정하지 않고 무이자금전소비대차도 포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소위 엄격해석원칙이라는 것에 입각하여 조세법규의 해석을 문언중심으로 행하여 왔다. 그 결과 해석을 통한 조세회피방지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국제조세영역을 중심으로 과거에 비해 해석을 통한 조세회피방지에 상당히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개별규정의 입법을 통한 조세회피방지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함에 있어서 납세자가 회피하려고 하는 세법규정의 해석을 통한 방지가 쉽지 않은 관계로 지금까지 조세회피방지는 주로 입법자의 몫으로 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개별규정방식의 입법을 통한 조세회피방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특정한 유형의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하나의 법률규정을 별도로 신설하는 형태의 대응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별규정은 그 수가 매우 많은데 무이자금전소비대차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한 상증세법 제41조의4도 이러한 개별규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별규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규정된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이다. 


    4. 국세기본법 제14조

    조세회피행위는 거래행위의 경제적 실질과 법적 행위형식이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이를 방지함에 있어서 미국, 독일 등의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법에서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규정에 의한 조세회피방지가능성이 문제된다.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총 3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항은 실질귀속원칙을, 제2항은 거래내용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하고, 제3항은 우회행위·다단계행위에 대한 과세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제1항은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재판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과 제3항을 직접적으로 재판의 근거로 활용하는 데에는 대단히 소극적이다. 다만 대법원은 2012. 1. 19. 선고 2008두8499판결을 통해 실질과세원칙에 대해 종래와는 차이가 나는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는데 이 판결 이후 대법원이 과거와 달리 실질과세원칙에 기초하여 조세회피 일반을 규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III. 일반규정에 의한 조세회피행위 도입시도들


    1. 의의

    조세회피행위방지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 가장 타당한 방법은 기존 세법규정(회피규정)의 해석을 통한 방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이 이러한 방법에 의한 조세회피방지에 소극적이므로 입법에 의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대응은 개별규정을 입법하는 방식에 의한 대응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조세회피행위는 그 속성상 개별규정방식에 의한 대응으로는 절대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독일 등 외국의 입법과정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밝혀진 바이다. 그래서 논의되는 것이 일반규정을 통한 조세회피방지이다. 이는 모든 유형의 조세회피행위를 하나의 일반규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2.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안된 조세회피방지 일반규정 모델들

    국내에서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 모델이 이미 여러 연구결과물을 통해 제안된 바 있다. 우선 이철송 교수의 1994년 한국조세연구원 보고서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2 조문을 신설하여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 이후 2001년 김석태·이동식의 연구에서는 국세기본법 제2장 제2절 ‘세법적용의 원칙’에 일반규정을 입법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2008년 안경봉·오윤안은 독일의 일반규정을 참조한 조문안과 미국의 판례에 의해 발전한 실질과세원칙을 조문화한 안 두 개를 함께 제시하기도 하였다. 2016년 12월 출간된 홍성훈·박수진·이형민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보고서에서도 구체적 조문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반규정의 도입에 대해 연구를 한 바 있다.  

     

    IV. 맺음말 


    만일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을 신설한다고 한다면 국세기본법 제14조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주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제3항이 특히 문제이다. 왜냐하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그 입법 당시에는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을 입법한다는 의사로 입법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세회피방지규정을 도입한다면 제3항은 신설조문 속에 흡수시키고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다음으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도 신설규정과 통합을 하고 삭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독일 등 외국의 입법례를 참조하였을 때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을 신설한다면 제2항은 이론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제1항만 남게 된다. 국세기본법 제14조를 제1항만으로 규정하고 표제를 ‘과세물건 등의 귀속’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 이러한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을 도입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침해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들도 함께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몇 가지 거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조문운영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기준들이 마련되어 공개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영국식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고, 유사한 국내입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3항처럼 대통령령이나 기타 하부규정에 위임하여 세부적인 규정을 입법하도록 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조문의 신설 후 과세당국이 이 조문을 남용하여 납세자들과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적어도 이러한 우려가 불식될 때까지는 이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하는 경우 개별 세무공무원의 판단에 일임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규정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셋째, 세법해석사전답변제도처럼 구체적 사례가 이 규정의 적용대상인지를 납세자가 거래 전 문의할 수 있는 절차를 입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