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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차별, 그 예민함에 대하여

    차별, 그 예민함에 대하여

    ‘필라델피아’(1993)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맞선 영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서 놓치기 쉬운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유능한 변호사였으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은밀하게 해고당한 주인공 앤드류는 자신의 소송을 맡아주기로 한 흑인 변호사 조를 어느 날 게이 파티에 초대한다. 파티가 끝나고 소송 준비를 위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앤드류는 그만, 조의 눈빛에서 그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상처받은 앤드류는 오페라 '라 맘마 모르타(La Mamma Morta,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를 조와 함께 들으며, 주류에서 외면당하고 은밀하게 배제당하는 외로움과 슬픔에 대해 노래한다. "슬픔 중에 사랑이 내게 왔다. 주변이 피와 흙뿐인가. 그래도 살아라. 나는

    VR 강제추행

    VR 강제추행

    "어머나!!"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던 검사님이 갑자기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뺍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에 접속해 있던 검사님 옆으로 모르는 남자의 아바타가 갑자기 스윽 다가오더니 몸을 밀착한 것입니다(설정 아니었습니다). 평소 "에이, 애들 게임이지 성폭력은 무슨…"이라고 말해오던 검사님은 정색을 하며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처벌해야겠는데요."검찰 AI·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지난 5월, 메타버스 환경에서 성폭력범죄를 시연하는 연구모임을 개최하였습니다. 가해자 아바타, 피해자 아바타를 설정하고 VR 환경에서 강제추행 범죄를 시연해보고, 공연음란 범죄도 시연해보았습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VR 없는 모니터 환경의 강제추행 시연에서 '불쾌감' '짜증'을 호소하였는데 VR

    하늘에 뜬 아파트

    하늘에 뜬 아파트

    벙커 U부장에 시달리고 야근에 지친 A판사가 법원 옥상 문을 열고 몸을 던진다. 바닥에 두어번 튕기는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이제 더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이 놈의 퇴물 조비 S4로는 설악면 1000m 상공 아파트까지 출퇴근하는게 점점 버거워진다. 오른쪽 틸트로터와 에어쇼바가 낡을대로 낡아 한번에 매끄럽게 takeoff가 안되고 튕기기까지 한다. 공역 투기에 성공한 졸부 장모가 우면동 500m 상공 새 아파트와 베셀 신형 GV80을 사준다고 할 때 자존심 굽히고 받을 걸 하는 후회가 몰려든다. 늦게 버티포트에 올라온 M부장은 벌써 파이버프로 EX-9을 타고 씽하니 출발해 버렸다.  비싼 밥 먹고 헛소리한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조금만

    여분의 미학

    여분의 미학

    1919년 쾨니히스베르크의 무명 수학자 칼루자(Kaluza)는 시공간이 5차원일 가능성을 제시했었다(상하, 좌우, 앞뒤, 시간 그리고 '여분'). 이후 더 많은 여분의 차원을 예고한 끈이론, 초끈이론 등이 물리학계를 지배했는데 비과학도인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전부이다. 이런 여분의 차원들이 헌법재판업무와 대체 무슨 상관일까. 헌법재판에서는 특정한 사실관계보다 사실관계가 던진 법과 제도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접수한 사건의 기록은 얇지만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 헌법연구관은 사건의 심판대상인 법과 제도와 관련된 사회현상과 권력관계의 보이지 않는 차원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고 이러한 과정에는 사회학적, 정치철학적 인식과 관

    사또 억울합니다

    사또 억울합니다

    "사또~~ 내 원한을 풀어주시오"의 사또 또는 원님은 특정한 관직이 아니라, 지방관으로 파견된 문무관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원혼의 호소를 들은 뛰어난 원님이 일사천리로 사건을 해결하여 범인을 잡고 원혼을 달래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얼마나 효율적일까요. 장원급제한 사또 한 명이 변사체 검시, 범죄수사, 공소제기, 재판, 형집행까지 모두 하니 현대 형사사법체계에 비할바 없는 신속성, 효율성입니다.다만 조선시대 내내 그런 사또님보다는 변사또가 더 많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수청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포, 구속하고 홀로 기소하고 재판, 형집행까지.무고한 소추에 의해 침해되는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변사또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프랑스 혁명 이후의 검찰 제도

    "내일부터"

    "내일부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거라는 5년의 마지막날이 지나가고 있다. 운율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이 멋진 프로파간다가 각자의 입맛대로 회자되는 동안 우리는 BTS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환호했고, 머스크의 끊임없는 혁신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탈릭 부테린의 돈 마술에 웃고 울다가 윤여정의 완숙한 여유로움에 치유받았다. 이분들의 노력은 세상에 없던 잉여를 만든다는 본인만의 진한 희열에 팬덤의 찬사와 부까지 더해져 보답받았다. 저 멋진 프로파간다를 쥐어짜낸 무명의 필력가도 한동안은 그러했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은 이런 화려한 성공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고 불행히도 이런 성공마저 오래 지속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우리는 성공의 뒤안길에서 켜켜이 쌓여 하루하루를 살아가

    어느 상속변호사의 꿈

    어느 상속변호사의 꿈

    미국 뉴욕의 상속전문변호사 '벤'은 부유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승계를 도와주며 많은 돈을 버는 성공한 변호사이다. 벤은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작가 게리와 불륜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벤은 게리의 집에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벤은 게리의 시신을 숨기고 몬태나로 도망친 후 게리로 위장하여 살면서 젊은 시절에 접었던 사진작가의 꿈을 펼치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인기소설 '빅픽쳐'의 초반 줄거리이다. 나 역시 상속분야를 주된 업무로 하는 변호사이지만, 원래 꿈은 변호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법대에 들어가서도 법조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원래 기자, 특히 문화부 기자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

    6월 1일은 지방선거일이다. 나라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 법조인 출신이 세 번째 당선되었고, 이번 지방선거에도 많은 법조인 출신들이 출마하리라 예상된다. 필자는 2014년부터 용인시 기흥구 선거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선거에 참여만 하다 선거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의 학력, 경력, 재산 관계, 전과 등 각종 기재사항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된다. 필자는 자녀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요구되는 봉사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2~3년은 코로나로 인하여 다소 변경이 있었겠지만, 중·고등학교는 대개 40시간의 봉사를 요구하는 것 같고, 주말이면 학생들은 바쁜 학업 중에도 시간을 내어 여러 봉사단체를 찾아 참여하게 된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졸업하기

    오늘도 걱정

    오늘도 걱정

    3년 전 입적하신 보성 큰스님의 생전에 인연이 닿아 뵌 적이 있다. 법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을 아시곤, "법의 주인이 되어야겠느냐, 법의 심부름꾼이 되어야겠느냐?"라고 물으셨다.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뭐라고 법의 주인이겠는가. 당연히 심부름꾼이겠지' 생각했다가, '법의 지배는 법이 바른 법일 때에만 정당하지 않은가. 마냥 법의 심부름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생각했다. 그러다 '아. 스님 말씀이니 부처님의 법을 말씀하시는 것인가. 그럼 내가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 잠시 출제자의 의도를 떠올렸다가, '속세의 법이든, 부처님의 법이든, 내가 주권자이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라면 주인이 못 될 것은 무엇인가.' 출제자가 판 함정을 의심했다. 이제 와 되돌아보면, 스님께서 대답을 기대하고 물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날개를 잃고 (심지어 옷도 잃고 알몸 상태로) 땅에 떨어졌던 천사 미카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라는 답을 내어놓는다(왜 천사가 땅에 떨어졌는지, 왜 이런 답을 하는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아주 재미있을 뿐 아니라 감동적이기도 하고, 다른 좋은 단편들도 실려있으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검사인 나에게도 물어보고 싶어졌다. “검사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검사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

    글쓰기의 재미와 의미

    글쓰기의 재미와 의미

    월요법창에 글을 기고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판결문이나 논문 외에 글을 써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필자로서는 주제 선정부터 고민이 많이 되었고, 지금까지 재판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법조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예전에 동료 판사들과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판사들마다 매번 소개하는 책의 장르가 일관된 것이 흥미롭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시집이나 소설을 추천하는 분, 자기개발서를 추천하는 분, 과학 서적을 추천하는 분은 매번 비슷한 종류의 책을 추천했었는데,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첫 기고문에서도 썼지만, 좋은 판사가 어떤 판사인지는 지금도 유효한 고민이다. 사회는 많은 사건을

    내 인생의 사다리

    내 인생의 사다리

    30년도 더 지난 4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절의 경험을 지금과 비교하며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필자가 법대를 입학하던 시절에는 사법시험 공부 과정을 적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또는 '어머니 아직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합격기가 있었다. 이러한 제목의 합격기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고, 필자 역시 합격기를 읽으며 합격만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수험생활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법조인이 되는 시험을 두고 흔히들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고 한다. 합격이 출세를 보장하는 시기도 있어서인지 이를 사다리에 비유한 것 같다. 사다리의 본래 용도는 집이나 건설현장에서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위치한 장소에서 작업할 때 사용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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