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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법관 임용예정자 명단 공개를 보며

    법관 임용예정자 명단 공개를 보며

    미국 출장 갔을 때 뉴욕 주에 있는 정신보건법원(Brooklyn Mental Health Court)을 방문하여 담당 판사(Matthew J. D′Emic)와 정신보건국장(Clinical Director)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해당 법원은 정신병증이 있지만 유죄를 인정할 의사가 있는 중범죄자에 대하여 수감 대신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보석조건을 통하여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위 미국 법원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생각된다.   법원에 몰려드는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려다 보면 관성적으로 예전 방식대로 업무를 처리하기 쉽고, 해당 사건에 맞는 특유의 절차를 발굴하여 적용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이 보다

    요통에 대하여

    요통에 대하여

    중학교 2학년 때 운동하다가 허리를 다친 후 40년 정도 요통과 함께 살아왔다. 오래 시달리는 동안 많은 약을 먹고,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아니지만 나누고 싶은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다.    나름 요통의 정도를 고양이, 여우, 표범 그리고 호랑이가 무는 것으로 나누고 있다. 40~50줄 들어 친구들이 처음 고양이나 여우에 물렸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오면 부러울 따름이다. 표범에 물리면 서는 건 물론 앉는 것도 힘들다. 호랑이가 물면 누워서 몸을 뒤척이는 것도 어렵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호랑이에게 물려도 2~3주 정도 잘 버티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하면 엄청난 고통에 압도된 나머지 덜컥 수술을 해버리

    플랫폼의 '내돈내산' 주장이 틀린 이유

    플랫폼의 '내돈내산' 주장이 틀린 이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카카오의 매물 확보를 방해한 네이버 부동산에 대한 10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플랫폼 업체를 둘러싼 불공정거래 사건이 연일 기사에 오르고 있다. 네이버 쇼핑의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도 임박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공정거래 관점에서의 규제에 대해 플랫폼에서 흔하게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는 "사기업이 거액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인데 왜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인데 정부가 어떤 근거로 규제하는 것이냐는 반론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반박 논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플

    인사, 인사

    인사, 인사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인사가 났거든요. 찾아보니 안녕을 고하는 인사와 관리나 직원의 해임, 임용 등과 관련된 일인 인사는 같은 한자를 쓰더군요. '人事', 둘 다 사람의 일이라는 뜻인가 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그 사이에서 안녕을 고하는 일도 마땅히 사람의 일이라 해야겠네요.   검사가 된 이래로 매년 인사를 맞이하고 목격했습니다. 알고 보니 검사는 늘 떠나거나 떠나보내는 자리였습니다. 인사를 들어 어떤 이는 '조직을 입맛대로 장악하려는 길들이기'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조직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적나라한 통지서'라고 합니다. 검사의 인사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어리석은 저는 답을 대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그것은 본디 여러 사람을 각각의 쓰임이 있는 자리에 적절

    법정에티켓

    법정에티켓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에티켓의 본질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경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당사자 사이에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실체진실 발견과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다소 상반되는 이념에 기초하여 각자 주장을 펴는 경우 중재가 쉽지 않다. 진행경과에 비추어 한 쪽이 상당히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상대방의 증거 신청에 대하여 불필요하고 소송지연책이라며 빨리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반

    정치적 해결과 사법적 해결

    정치적 해결과 사법적 해결

    법관 장기해외연수로 미국에 있던 2000년의 일이다. TV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한 연방대법관(케네디 대법관인지 스티븐스 대법관인지 명확하지 않다)이 전국의 학생대표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질의응답 때 한 학생이 "학교 내 라커룸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하여 왜 연방대법원이 빨리 판결을 해주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그 대법관은 "우리는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다(We don’t want to jump into conclusion)"고 답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인 만큼 하급심 판결들의 동향과 그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고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 내의 분

    DB에게 자리를 찾아주자

    DB에게 자리를 찾아주자

    'DB'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답변에 따라 세대와 생활 패턴을 대충 알 수 있다. 최근 그룹 이름을 변경하고 광고를 많이 한 모 대기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 TV를 많이 보는 사람일 것이다. MT에서 자주 하던 '디비디비딥' 게임이 떠올랐다면 '옛날 사람'일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의 약자로 생각되었다면 IT업계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DB'는 원래 database의 약자가 맞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모음이라는 뜻이다. IT 용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IT업계 밖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구글에서 '디비 판매'라고 검색을 해 보면, '보험디비 팝니다', '주식디비 팝니다' 등 각종 디비를 판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이럴 때 '디비'는 사실 특정 집단 또

    말의 이면

    말의 이면

    말의 이면을 의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대부분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증되지 않은 채 의심으로만 존재하는 세계는 위험하다. 그 의심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곳에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할 때, 되도록 그 말이 담고 있는 문언적 의미를 그의 진심이라고 믿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면을 담지 않은 언어로 대답하고자 노력한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과 함께 '형사부·공판부 강화'라는 말이 떠오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검사생활을 오롯이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보내온 검사로서 가슴이 뛰는 말이었다. 형사부·공판부의 업무가 검찰의 중심으로서 자리매김 하고, 강화된 형사부·공판부를 가진 검찰은 국민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

    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역대급 장맛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법원은 요즘 하계 휴정기라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보통의 판사들은 휴정기를 제외하고는 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일에 파묻혀 지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미제건수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런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혹자는 사건수가 많으면 판사를 더 뽑으면 될 일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3천명이 안 되는 전체 판사 중에 1~2백명 늘린다고 사건 적체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갑자기 판사수를 2~3배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판사를 선발한다고 저절로 재판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개

    직업으로서의 학문

    직업으로서의 학문

    1992년부터 14년간 법원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 학교로 옮겼는데, 그때로부터 올해가 15년차가 된다. 이제 법원에서 일한 기간보다 학교에서 일한 기간이 더 길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법원에 비하여 학교는 어떠냐는 질문도 잘 받지 않게 되었다.   법조삼륜 중에서 법원은 학교와 유사하다. 조직이 있기는 하나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상명하복을 추구하지 않고, 교원·판사와 직원의 이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높은 자율성이 보장된다.    다만, 법원에 비하여 학교의 분위기가 훨씬 느슨하고, 따라서 교수들은 판사들에 비하여 훨씬 개성이 강한 것 같다.   '교수 10명 버스에 태우는 것이 돼지 10마리 트럭에 싣는 것보다 더 어렵다'

    별점 사회

    별점 사회

    네 개 반을 줄까, 다섯 개를 줄까. 오늘도 잠깐 고민하다가 대단한 선심을 쓰듯 엄지 손가락으로 다섯 개의 별을 모두 색칠하고 앱을 닫는다. 다섯 개의 별로 이루어진 평가 시스템, 우리는 지금 별점 사회에 살고 있다.   모두가 모두에게 별점을 매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택시에서 내리면서, 물건을 받아 보고 나서. 심지어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도 강의 평가 사이트에서, 퇴사를 한 후에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서 별점을 남긴다. 별점으로 나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해야 무언가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모두가 별점 바라기고 별점의 노예다.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할 수 있다. 별점은 인터넷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이제 그 이름을

    진술 증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진술 증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며칠째 한 건의 사건에 물음표를 띄워 놓은 채 고민 중이다. 죄명은 단출하게 '폭행', 지인들끼리 사소한 다툼 끝에 쌍방 고소한 사안인데, 서로 "나는 당하기만 했다"는 주장만 높고 CCTV도 목격자도 없다.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수사환경도 많은 것이 변했다.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는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러한 기술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이 오늘날의 수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오늘날 수사의 시작은 일단 CCTV를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되곤 한다.   그런데, 그 조밀한 흔적의 빈틈에서만 발생하는 일들이 있다. 어느 저녁,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서 A가 먼저 멱살을 잡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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