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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⑪ 형사소송법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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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머리에

    형사법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판례를 보면서 사회와 끊임없이 교통하는 시대적 역사성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서 법은 사회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야 하는 실천의지인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보편의지인지 하는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이것은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부딪치는 과제인데, 2013년 우리 형사소송법 판례 앞에서도 유사한 전율이 흐른다(이 글에 표시된 조문은 형사소송법의 조문을, 통칭으로서의 판결은 재판 일반을 지칭).

    II. 수사법

    1. 피의자신문의 수인의무


    가. 판결의 요지
    구속영장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위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한다면 수사기관은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지만, 그 피의자신문 절차는 임의수사의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하므로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이 있고 수사기관은 신문하기 전에 그 권리를 알려주어야 한다(2013. 7. 1. 2013모160).

    나. 판결의 의미
    피의자조사(200조)와 피의자신문(242조 이하)을 구별하여 후자는 수인의무가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다수의 견해는 양자를 구별하지 않았다. 그동안 피의자신문이 임의수사임을 시사한 판례도 있었는데(2006다32132), 2013모160은 '임의수사의 한 방법으로 피의자신문', '200조, 241조 내지 244조의5에 규정된 피의자신문'이라고 하여 비구별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그런데 체포·구속된 피의자는 달리 보아야 하는가에 관하여, 학설은 나뉘었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논증과정에서이지만 구속 피의자는 임의퇴거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수인의무를 긍정하는 듯 판시한 바 있다(2000헌마138). 2013모160은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출석의무와 체류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수인의무를 인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의자신문은 여전히 임의수사로서의 성질을 잃지 않기 때문에 신문에 응하여 진술을 하여야 할 의무로서의 수인의무는 없다는 것을 2013모160은 명시하고 있다. 이 법리는 구속영장에 의한 구속뿐만 아니라 적법한 구속 일반과 체포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구속영장은 공판정에의 출석이나 형의 집행을 담보하기 위함과 동시에 피의자에 대한 조사 등 수사도 예정하고 있다는 내용의 2013모160의 설시는 매우 미묘한 파장을 낳는데, 조사를 위한 구속, 영장청구 전의 조사, 진술거부권의 실질적 약화 등까지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고인조사를 위해 임의출석한 사람을 피의자로 긴급체포하는 것에 관한 판결(2006도148)이 있는 위에,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답변이 자필,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판결(2010도3359)이 2013년 선고된 것이 2013모160의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2. 변호사의 접견장소

    가. 판결의 요지

    변호사와 접견하는 경우에도 수용자의 접견은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8. 10. 29. 개정된 것) 제58조 제4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되, 2014. 7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잠정 적용된다(2013. 8. 29. 2011헌마122).

    나. 판결의 의미
    헌재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사건에 관한 것이고 교정시설의 수용자가 헌법재판 등 다른 사건과 관련하여 변호사와 접견하는 것은 위 권리의 보호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96헌마398, 2002헌마478). 결국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의 장소에서 접견하도록 하고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촉하는 경우에만 예외를 두고 있는 위 시행령 조항은 형사변호인과의 접견을 제외하고는 변호사와의 접견이라도 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2011헌마122는 이 제한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용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변호인접견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반대의견이 있지만,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차단시설이 없는 접견을 보장하되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반대의견의 우려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위 판결의 논리는 수형자가 헌법소원 사건의 변호사와 접견한 내용을 녹음, 기록한 행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한 판결(2013. 9. 26. 2011헌마398)에 그대로 이어졌다. 위 판결들은 논리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형사사건 이외의 분야로 확장시킨 것이라 하겠다.

    3. 기타

    ① 피의자가 경찰조사 당시 변호인의 참여를 원한다고 하였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피의자신문을 한 것은 위법하고 그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2010도3359)이 있는가 하면, ② 현행범체포나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기한 범죄제지조치가 적법한지 여부는 객관적 사후기준이 아니라 제지조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 한다는 판결(2011도4763, 2012도9937)이 있다. 한편, ③ 통관검사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우편물의 개봉 등은 행정조사로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아니므로 압수·수색영장 없이 이루어져도 위법하지 않다고 한 판결(2013도7718)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범죄 조사에 진술거부권의 고지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판결(2013도5441)과 함께 행정조사에 관하여 매우 느슨한 규율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과제를 던져준다. ④ 검사가 범죄피해자이거나 영장집행에 참여하였다 하여 수사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판결(2011도12918)은 위 ②,③과 함께 ①과는 다른 계열에 서 있다.

    III. 증거법

    1. 위법수집증거의 2차적 증거

    가. 판결의 요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2013. 3. 28. 2012도13607, 2013. 3. 14. 2012도13611, 2013. 3. 14. 2010도2094).

    나. 판결의 의미
    대법원이 종래의 성상불변론을 폐기하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리를 채택한 후(2007도3061) 개정 형사소송법이 2008년부터 시행됨으로써 이제 이 법리는 확실하게 굳어졌다. 다만 원칙적 배제, 예외적 허용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위 법리는 확립되었지만, 그것이 구체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 하는 것은 사례의 집적을 필요로 하였다. 위 요지의 판결들은 2차적 증거의 배제에 관한 의미 있는 사례들을 제공함으로써 법리가 실천적 의미를 가지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① 피의자가 위법한 강제연행상태에서 호흡측정방법으로 한 음주측정결과에 항의하면서 혈액측정을 요구하여 이루어진 채혈을 바탕으로 한 감정서와 적발보고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경찰이 귀가를 권유하였음에도 피의자가 스스로 채혈을 요구하였다는 사정은 불법체포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한 판결(2010도2094)은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② 경찰이 영장 없이 위법하게 획득한 매출전표의 정보를 토대로 범인을 특정하여 긴급체포하고 1범행의 자백을 받고 긴급체포시 발견된 구두에 관한 2범행도 자백 받았으나 영장 기각으로 석방 후 3범행에 관한 자백을 받은 사안에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한 자백진술(1,2,3 범행)에 관하여는 석방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임의로 이루어졌다는 사정을 들어, 2,3범행 피해자들의 진술서에 관하여는 의도적 영장주의 회피는 아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독립한 자발적 진술이며, 3범행은 석방 후 자백하고 피해품도 임의로 제출한 사정을 들어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결(2012도13607), ③ 위법한 강제연행상태에서 채취한 소변에 대한 간이시약검사결과를 시인하는 소변검사시인서 및 이에 이은 긴급체포 후 발부된 영장에 기해 채취한 소변과 모발에 대한 감정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소변검사시인서는 증거능력이 없지만, 감정서는 당시 적법한 체포의 여지가 있었던 점, 수사의 순서를 잘못 선택한 것일 뿐 영장주의를 침해할 정도는 아닌 점, 달리 적법한 증거수집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던 점, 감정시료는 영장을 발부받은 후 채취한 것인 점이 인과관계를 희석할 정황에 속한다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결(2012도13611)은 다소 완화된 평가를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쌓여서 실천적 법리로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

    2. 디지털증거

    가. 판결의 요지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문건 또는 그로부터 출력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수집(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위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된다(2013. 6. 13. 2012도16001, 2013. 7. 26. 2013도2511; 2013. 2. 15. 2010도3504, 2013. 1. 10. 2010도3440).

    나. 판결의 의미
    제3의 혁명이라고 할 컴퓨터의 발명은 우리 사회에 많은 편익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점점 집적되고 통제되는 정보의 매트릭스에 인류를 가두고 있다. 형사사법에서 디지털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기만 한다. 위 판결들은 대법원의 판단까지 요하는 사안만 해도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문서원본-문서사본-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디스크-CD 등으로 판례의 법리가 형성되어 왔는데 디지털증거에 관한 법리도 이러한 역사적 토대 위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 요지의 법리 자체는 기존 판례에서 이미 기본적으로 형성된 것이지만(2009도6788 등), 다양한 사안을 통하여 그 법리가 점차 구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증거가 법정에 제출되는 통상적인 형태를 ①원본파일→②복제파일→③출력물로 단순화한다면, 진술증거인 경우 ①~③사이의 동일성과 전문증거요건(진정성립 등)을 요구하는 것이 판례의 기본법리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동일성은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인정되는데, 이를 인정하는 방법으로는 해쉬값, 증언, 검증 등이 있으며, 이 때 기술적 방법을 사용한 경우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조작자의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판례의 법리가 구체화되었다.

    3. 기타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공개된 장소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우리나라 국민을 촬영한 것은 그 장소가 외국이라도 증거능력이 있다는 판결(2013도2511)이 있는 반면, 증언번복조서는 위증의 혐의를 조사한 피의자신문조서라도 증거능력이 없고 그 후 다시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더라도 마찬가지이며(2012도13665), 피고인이 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진술은 명시적이어야 하고 이의하지 않은 것, 작성절차와 방식 인정, 입증취지 부인만으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2011도8325)는 판결이 있었다. 한편, 제314조는 서류의 진정성립 진술을 할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서류의 진술이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이에 관하여,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유일한 연락처인 전자우편으로 출석을 권유하였으나 증언거부의 뜻을 명확히 하였고 그 밖에 달리 출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국의 주소를 확인하고 소환장을 발송하지 않았더라도 외국거주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판결(2013도2511), 증인의 주소지에 대한 소재탐지불능보고서는 있지만 기록에 나타난 전화번호로 연락한 자료가 없는 경우는 소재불명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2013도1435),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여 진정성립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 경우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판결(2012도16001, 증언거부권 행사에 관한 종전의 2009도6788과 맥을 같이 함), 피고인과 시종일관 진술이 다르고 스스로 허위라고 진술한 바 있는 사람에 대한 진술서나 조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요건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2013도12652)이 있다. 또, 증거동의의 주체는 피고인이므로 피고인이 출석하여 부동의한 후 변호인이 피고인 불출석 기일에 동의로 번복할 수 없다는 판결(2013도3), 음주운전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시점인지 하강시점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상당한 시간 경과 후 측정된 수치가 처벌기준치를 약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시점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는 판결(2013도6285)이 있다. 한편 헌재는 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 성폭력 피해아동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2011헌바108, 3인의 반대의견),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조항(2011헌바79, 공범의 공판조서는 배제하는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3인의 보충의견), 공판조서의 절대적 증명력을 인정하는 조항과 증거채택에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는 조항(2011헌바253등)에 대하여 모두 합헌 판단을 하였다.

    IV. 재판법

    1. 쿠오바디스

    가. 판결의 요지

    헌재는 유신헌법하의 긴급조치 1호, 2호, 9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고(2013. 3. 21. 2010헌바132등),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 4호, 9호가 위헌·무효라고 판단하였다(2013. 5. 16. 2011도2631 전합, 2013. 4. 18. 2011초기689 전합, 2013. 4. 18. 2010모363, 2013. 7. 11. 2011도14044). 대법원은 이에 기초하여 공소제기의 근거가 된 형벌에 관한 법령이 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무죄사유이지 면소사유가 아니라고 하고(2011도2631, 2011초기689, 2010모363, 2011도14044), 이미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정한 '면소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2011초기689), 형벌에 관한 법령이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법원에서 위헌·무효라고 선언한 때에도 제420조가 정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2010모363).

    나. 판결의 의미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는 것은 이미 2010년 대법원 판결(2010도5986 전합)에서 선언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이미 그 원심사건을 당해사건으로 하는 2010헌바70이 헌재에 계속 중이었고 이를 병합사건의 하나로 하여 2013년에 선고된 것이 2010헌바132등으로서, 이에는 2010모363의 원심사건을 당해사건으로 하는 2010헌바132도 포함되어 있다. 헌재결정 이후 대법원은 다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위와 같이 여러 번 확인하였다. 서슬이 퍼렇던 긴급조치가 헌재와 대법원 모두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되었음은 우리 법상황이 이른 역사를 느끼게 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는 대법원은 파생하는 여러 법리를 정리해가고 있는데 위에서 본 법리는 그 중 일부이다. 위헌심사의 기준에 관하여 헌재는 현행헌법만을 기준으로 한 데 비하여 대법원은 유신헌법과 현행헌법 모두에 위반된다고 하여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다 큰 긴장이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둘러싸고 흘렀다. 대법원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또는 그와 동등한 것만이 헌재가 심사권이 있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논리에서, 헌재는 실질적으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규범 일반이 이에 해당한다는 논리에서 각 긴급조치에 대한 심사권이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우리 헌법이 헌재와 대법원을 모두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그 외에도 여러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최고법원을 두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헌재를 정점으로 하는 독일식 또는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미국식을 기반으로 하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이들의 모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현행 헌법의 제도는 마침 불어온 정치적 상황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의 법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다소의 충돌은 발생하였지만 그 보다는 훨씬 큰 순기능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그것이 의도치 않게 우연히 주어진 것일지라도 실존의 몸부림 속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로 자라났다. 이른바 선진모델이라는 서양의 낯선 제도와 유사한 다른 나라도 매력을 느끼게 될지 모르는 한국의 제도 사이에서, 어디로 가시나이까.

    2. 국선변호

    가. 판결의 요지

    1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항소심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이 바람직한데 선정청구를 기각하고 공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지는 않을지라도 바람직하지 않고(2013. 7. 11. 2013도351),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였는데 실질적 심리를 마친 후에야 선정청구 기각결정을 고지하고 항소를 기각한 것은 위법하지만(2013. 7. 11. 2012도16334),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도, 제출기간 내 항소이유서 제출도 하지 않는 경우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항소를 기각한 것에는 위법이 없다(2013. 5. 9. 2013도1886).

    나. 판결의 의미
    위는 모두 필요적 변호사건이 아니지만 1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던 사안에 관한 것이다. 근자에 국선변호의 실질적 보장은 제도와 실무를 통하여 비약적으로 강화되었고 판례는 여러 사안에서 국선변호인에게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실질적으로 확보해주어 왔다(2008도11486, 2010도3377, 2009모1044). 요지의 판결들은 필요적 변호사건이 아닌 경우 국선변호를 어느 정도 보장해 줄 것인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들이다. 대체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려는 입장에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 국선변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이와 함께,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후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다시 통지할 필요 없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피고인이 통지받은 날부터 기산한다는 판결(2013. 6. 27. 2013도4114)과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 대한 변호사비용보상을 국선변호인에 준하도록 한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결(2013. 8. 29. 2012헌바168)은 후자의 계열에 있는 것이라 평가된다.

    3. 기타

    공소장변경과 관련하여, 공소장변경에 의하여 합의사건이 단독사건으로 되었더라도 합의부의 관할에 영향이 없고(2013도1658), 공소장변경의 경우나 직권으로 공소장과 다른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변경된 사실을 기준으로 공소제기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2013도6182)는 판결이 있었다. 송달에 관하여, 공소장변경신청서 부본은 피고인과 변호인 중 어느 한쪽에 대하여만 송달하여도 되고(2013도5156),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에서는 소촉법의 6개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공시송달할 수 있으며(2012도12843), 별건으로 수감 중인 피고인에게 공시송달함은 위법하다(2013도2714)는 판결이 있었다. 열람등사허용을 명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도, 항고도 할 수 없다는 판결(2012모1393),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신청은 벌금확정일부터 할 수 있으며 검사의 납부명령일로부터 30일 이내는 종기만을 정한 것이라는 판결(2011모16)이 있었다. 금고형을 징역형으로 바꾸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이 아니며(2013도6608), 죄명이나 적용법조가 중하게 변경되었더라도 형이 같거나 가벼운 경우에는 불이익변경이 아니다(2011도14986)는 판결이 있었다. 약식명령(a)에 대한 정식재판에서 유죄판결(b)이 확정된 경우 또는 항소심의 유죄판결(a)에 대한 상고심 계속 중 피고인 사망으로 공소기각결정(b)이 확정된 경우, 법원이 잘못하여 b를 대상으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여 확정된 때에는 재심이 개시된 대상은 b로 확정되지만, 이 결정에 따라 재심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은 심판대상이 없어 아무런 재판도 할 수 없다고 한다(2011도10626, 2011도7931). 한편, 헌재는 약식명령에 대하여 고지일부터 7일의 불복기간을 설정한 것(2012헌바428, 헌법불합치의견 4인), 마약류사범에 대하여 다른 수용자와 달리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조항(2012헌바63)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제도(2011헌바106등, 2인의 반대의견 있음)가 합헌이라고 하였다.

    IV. 맺으며

    2013년의 판례는 혁명적인 변화보다는 기존 법리를 탄탄히 하고 구체화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법리를 구축한 특징이 보인다. 대법원에서의 법리 공방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사건과 배심재판의 효용성, 그리고 양형과 형집행을 둘러싼 정책적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형사법은 화장실과도 같아서 가장 멀리 있어야 좋을 듯하면서도 늘상 우리 곁에서 함께 하면서 끊임없는 논쟁과 투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어차피 멀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보다 친화적이고 보다 유익한 친구 같은 존재로 삼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형사법을 공부하는 학자로서의 임무를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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