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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증거’ 증거능력 인정받기 쉬워진다

    "이메일 등도 포렌식수사관 증언하면 증거로"
    "종이시대 증거법,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
    국회법사위 제1소위, 형사소송법 개정안 마련
    "예외적 인정 등 안전장치도 고려해야" 지적도

    장혜진 기자 cor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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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메일이나 컴퓨터 파일 등 디지털 증거의 작성을 부인하더라도 디지털포렌식 조사관 등의 증언을 통해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위원장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어 디지털 전문증거에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 소위원장은 이날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범위를 넓히는 수정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여러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 법무부와 대법원, 여러 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대 공약수를 뽑았다"고 말했다.

    1소위가 대법원, 법무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수정안은 지난해 5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형소법 제313조 1항을 개정해 진술이 담긴 일반 종이 서류뿐만 아니라 '피고인 등이 작성했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가 컴퓨터용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는' 디지털 증거까지 전문증거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또 같은 조 2항을 개정해 전문증거의 작성자가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조사관의 증언,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진정 성립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했다. 단, 진술자와 작성자가 다른 진술 기재 자료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에서 그 기재 내용에 관해 원진술자를 신문하도록 하는 '반대신문권'을 명시했다.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61년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전문증거 관련 규정이 개정되게 된다.

    수정안은 전기통신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컴퓨터 등 각종 정보저장매체를 이용한 정보저장이 일상화됐고, 범죄행위에 사용된 증거들도 종이문서가 아닌 전자 정보의 형태로 디지털화된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과학수사기법의 발달로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정성립 인정이 없더라도 아이디와 비밀번호의 소유자, 로그 기록, IP주소, 작성자만의 고유한 암호 사용 등을 통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진정성립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최대한 증거로 현출해 법정에서 다투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파기환송할 때에도 국정원 심리전단팀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2개의 텍스트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된 바 있다. 검찰은 정부 정책 홍보와 야권 주장 반박 내용 등을 담은 '425지논' 파일과 트위터 계정 및 비밀번호, 활동내용 등을 담은 'ssecurity.txt' 형태의 시큐리티 파일을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김씨는 법정에서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고, 대법원은 전문증거 배제 법칙에 따라 이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서에 대해 객관적인 입증으로 동일인이 작성했다고 볼 수 있으면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나름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몰라도 해석을 통해 실정법의 명문조항을 달리 확장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혀 입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종이시대 증거법이 드디어 디지털 시대에 맞춰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원진술자가 무조건 법정에 나와야 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권도 추가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공판중심주의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수환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디지털 증거는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증거능력이 입증된다면 특신 상태가 굉장히 높은 증거"라며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이 가능한데도 진술자가 부인한다고 해서 이를 배제하는 것은 형소법의 목표인 실체적 진실을 찾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술서도 본질적으로 기록이라는 점에서 같은 것이기 때문에 반대신문권 등을 보장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현행법이 진정성립과 관련해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개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전문증거는 진술자가 법정밖에서 얘기하지 말고 법정 안에서 직접 얘기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처럼 광범위하게 조서에 의한 재판을 하는 나라가 드문 점을 감안했을 때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은 영미식의 'Hearsay Rule(전문증거배제법칙)'에서 일부를 차용한 것 같다"며 "우리의 형사사법구조가 영미와 다른데 검찰수사와 공소유지상의 불편을 제거하기 위해 그 중 일부만 차용해온다면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원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진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서면 등은 아주 예외적으로만 들어오도록 하는 등의 다른 안전장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원칙"이라며 "아주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만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결국 원칙이 와해돼 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로 가고 있는 와중에 다시 조서 재판으로 돌아가게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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