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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녹음' 한 달… 달라진 법정 분위기

    판사들 언행에 더 신중… 공판중심주의 강화 기대도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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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 두달째를 맞고 있는 '법정녹음제도'가 법정 풍속을 바꿔놓고 있다. 법정녹음제도는 당사자와 증인 등이 법정에서 하는 진술을 전부 음성녹음파일에 기록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발언의 취지에 알맞게 속기사가 요약·정리한 기록을 사용했다. 증언을 한 사람이 똑같은 말을 두 번 한다면 간략하게 정리하고, 잘못 발언한 부분도 맥락과 흐름에 맞게 수정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정리한 기록은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정에서 오간 발언과 100% 같은 문장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당사자들이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발뺌하는 일도 잦았다. 새로 바뀐 제도 아래에서는 당사자의 발언이 그대로 반영된다. 재판이 투명해지고 공판중심주의에 충실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증인 등 돌출발언·욕설에 변호사들 언행 관리에 진땀
    음성 파일 통째 보관…기록 다시 살피는 일 수월찮아
    재판부, 조서 작성보다 재판 진행과정 심리에 더 집중
    "제도 홍보·'현장 토론기술' 교육 중요" 목소리 높아
     
    ◇"야!" "개XX!" '욱'하는 의뢰인 관리 진땀= 서울의 A변호사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소송 변론에 나섰다가 아찔한 일을 겪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의뢰인 중 한 명이 상대방을 향해 욕을 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재판기록과 상관 없는 발언이지만 법정녹음제도가 시행되면서 욕이 그대로 기록됐다. A변호사는 "의뢰인이 돌발행동으로 소송에서 불리해질까 봐 아찔하다"며 "앞으로 '욱하는' 성격의 의뢰인은 법정녹음할 때 재판에 함께 나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B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해 보이는 증인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봤다. 증인이 법정에서 심하게 긴장하는 바람에 하지 않아도 되는 불리한 발언까지 털어놨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급히막아서며 발언을 취소하려 했지만 그런 정황까지 모조리 기록으로 남아버렸다. B변호사는 "법정에 서기 전 어떻게 증언을 해야 하는지 연습을 셀 수 없이 많이 했는데도 법정에 서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앞으로는 증인의 성향이나 지식수준, 언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음성녹음 파일에는 신문하는 당사자의 말뿐 아니라 법정에서 나오는 뜻모를 추임새 등 모든 소리가 가감 없이 기록된다. 이 때문에 변호사업계에서는 법정녹음제도 시행 이후 의뢰인 입단속 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도움…막말도 줄어= 법조계에서는 법정녹음제도가 궁극적으로는 사법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법부의 중요 정책 목표 중 하나인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큰 전환점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간 재판부가 조서 작성에 들이던 역량을 심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판결문을 쓰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록을 뒤적일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서 사건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기록에서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상급심에서 원심 기록을 녹취록으로 파악하기 힘들어진 만큼 사실판단은 원심에서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항소심 재판부에서도 1심 증언을 다시 뒤적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오로지 법리적인 판단만을 할 수 있도록 재판부의 역할이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따금 지적받아오던 '막말판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발언이 녹취록으로 남는 만큼 언행에 신경 쓰는 판사들이 늘었다. 한 부장판사는 "녹취록에는 판사의 표정이나 행동이 기록되지 않아 발언이 더 냉정하게 보일 때가 있다"며 "혹여나 '못된 판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언행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녹음이 신경 쓰여 재판 진행이 불편해졌다는 판사들도 많았다. 한 판사는 "절자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당사자의 발언을 중간에 끊거나 쟁점과 상관없는 말은 못하게 제지해야 할 때도 있는데 녹음이 신경 쓰여 세번 중 한번은 참는다"고 털어놨다.

    ◇낯선 음성파일…재판부 바뀌면 무용지물 될 때도= 새 제도가 좋기만한 건 아니다. 우선 업무량이 끝없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생겼다. 판사들은 재판 기록이 요약되지 않고 통째로 보관되면서 기록을 다시 살피는 일이 부담스러워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요약본에 비해 음성파일이나 이를 그대로 글로 풀어쓴 녹취록은 양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많다. 특히 신문 분량이 많은 형사판결은 부담이 더 크다. 당사자가 잘못 말한 부분도 그대로 남아있다. 앞뒤 문맥을 확인하지 않으면 내용이 아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재판부가 변경되거나 상급심으로 사건이 이송됐을 때이다. 현장에 없던 사람이 재판 기록을 녹취록으로 읽으며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행동은 기록되지 않아서 발언자가 어느 증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새 재판부가 음성 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새 재판부가 막막함에 빠지는 상황을 줄이려고 요약본을 만들어 새 재판부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과거 원심의 부장판사가 승인하던 요약본에 대해 올해부터는 참여관이 전권을 지니게 되면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의 중요한 판단 근거인 재판기록에 들어가는 내용 중 무엇을 빼고 남겨둘지를 판사가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장 토론 기술 중요하다"= 사법부가 제도 시행에 앞서 관련 자료를 제작·배포하고 법조인을 대상으로 교육도 했지만 시행 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정녹음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현장 토론 기술' 교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조인들이 증인신문 녹취록을 자주 열람하고 변론기술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묻거나 쟁점과 상관없는 내용을 묻는 일은 자제해야 하고 답변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는 "법정녹음제도가 시행되면서 의뢰인과 모의신문을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증거나 기록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변론하고 증언하는 내용이 사건의 승패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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