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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訴제기 전 증거조사… 조정·화해 등 자율적 분쟁해결 유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추진 배경과 향후 전망

    신지민 기자 shinj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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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는 소송에서 양 당사자간의 힘의 균형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사법적 정의를 추구하는 제도다. 원·피고 양측이 모두 평등한 무기를 갖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입증할 수 있도록 공평한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결론을 법원이 내릴 수 있도록 해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사법절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사고나 기업,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보면 일반 서민들로서는 피해를 당해도 민사나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소송을 내는 서민들이 자신들이 입은 피해와 그 피해가 기업 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의 경우 해당 사건과 관련한 문서나 정보 등 주요 증거들은 모두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고 현행 제도 하에서는 상대방이 이를 알아낼 마땅할 방법도 없어, 소비자 등 원고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법정에 내는 증거라는 것이 대부분 언론 기사 정도에 그칠 때도 많다"며 "자동차 급발진 사고나 통신비 관련 등 기업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줄줄이 패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소비자 측의 주장이 옳다는 심증을 가져도 이를 뒷받침할 제대로 된 증거가 없으니 이기게 해 줄 방법도 없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증거 싸움을 둘러싼 힘의 불균형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나 시장이 기업의 횡포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대법원이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대략적인 모습은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이다. 소제기 전에 증거의 수집과 조사가 가능한 절차를 새로 마련해, 민사분쟁의 다툼이 되는 사실을 확정하는데 필요한 '법률상 이익'이 있고 다툼 해결에 '필요'한 증거에 대한 조사를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은 신청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증거조사 결정을 하고, 당사자들에게 '증거유지명령'을 내린다. 증거의 은닉과 위·변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존 '증거보존명령'과 유사한 '증거유지명령'이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변형되거나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사안의 신속성'을 다투는 증거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송 전 증거 조사만을 담당할 별도 재판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 간 힘의 불균형 해소… 기업의 일방적 횡포 저지
    전문영역에서 기업 등 상대 피해자의 소송 크게 늘 듯
    대형로펌도 ESI·IT등 전문팀 구성 대응 준비에 부산

    증거조사 절차는 전문가 검증 및 감정, 증인신문 등 민사소송법상 증거조사 방법과 유사하다. 법원은 사실관계 등을 입증할 문서제출명령도 내릴 수 있다. 대법원은 문서제출명령 등의 실효성 보장을 위해 법원의 관련 명령을 위반하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바를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등의 제재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또 소제기 전 증거조사 기일을 진행해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조정 또는 화해 등 자율적 분쟁해결(ADR)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디스커버리가 제대로 진행되면 사건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의 증거가 확보되고, 불리한 증거자료라고 숨길 수도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과도한 비용을 들여 소송으로 갈 필요 없이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이나 건축물의 하자 유무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불법행위 등에서 손해의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인 사건들은 증거조사만으로 사실상 해결될 수 있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법원은 기대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들의 신속하고 충실한 분쟁해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당사자가 소송전에 충분한 자료수집과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본안심리도 더욱 충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업계 반색…준비 분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사실심 강화 방안의 핵심 의제가 되면서 변호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소송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소비자들이 힘을 갖게 되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의료사고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피해자들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 이를 둘러싼 변호사 업계의 파이(pie)도 커질 것"이라며 "변호사들도 앞으로 효과적인 승소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윤(62·사법연수원11기)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르고 특히 로스쿨에서도 관련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가 도입된다면 빠른 시일내에 교육부터 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영·미법계의 제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한국 실정에 맞는 제도로 정착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실정에 맞게 제도 정착을
    제도 오남용 방지 대책 필요

    대형로펌들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정중택(50· 21기), 임윤수(46·27기) 변호사가 이끄는 'ESI(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전자적 저장증거) 관리팀'이 디스커버리는 물론 디지털 포렌식 등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ESI 관리팀은 종이 문서 등 아날로그 증거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디스커버리 제도에 각종 컴퓨터 파일과 이메일 등 디지털 증거를 추가한 '이 디스커버리(e-Discovery, 전자증거개시절차)'까지 담당한다.

    세종도 최근 디지털 포렌식을 포함한 각종 IT 이슈들을 법원, 검찰에서 직접 담당했던 이건주(52·17기), 윤종수(51·22기), 최성진(49·23기) 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IT전문그룹을 창설했다. 세종은 IT전문그룹을 중심으로 디스커버리 전담팀을 꾸릴 계획이다. 율촌의 정보보호팀도 손도일(49·25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디스커버리 관련 업무를 대비하고 있다.

    ◇제도 남용은 막아야= 하지만 제도 남용 우려도 나오고 있어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국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준비서면 하나를 내도 일단 길게 쓰는 게 좋다는 인식이 있는 우리 나라에서 당사자들이 꼭 필요한 자료만 증거개시를 신청하지는 않은 것"이라며 "해당 사건 재판과 관련이 없는 것까지도 청구하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현행 제도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어떤 증거를 어디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 법원이 확실히 판단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안전장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분쟁 사실을 확정하는 것에 법률상 이익이 없는 당사자가 한 신청이나 △해당 사건 다툼 해결에 필요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괴롭힐 목적인 경우 △신청인이 받게 될 효용가치에 비해 증거개시에 현저하게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경우 △영업비밀이나 사생활의 보호를 침해하는 경우 △국가적 이익에 배치되는 경우 등에서는 증거개시 신청을 기각하거나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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