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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채권 등 등기담보, 일괄담보, 기업담보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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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산·채권 등 등기담보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법제처가 정한 약칭은 '동산채권담보법'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동산채권등기담보법'이라 한다)은 2010년 6월 12일 제정되어 2012년 시행되었다. 이 법은 '동산담보권', '채권담보권', '지식재산담보권'의 세 물적 '담보권'을 창설하였다. 그 핵심은 본래 등기의 대상이 아닌 동산과 지명채권에 대하여 인적 편성주의에 입각한 등기담보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 자체 등록대상인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등기담보가 아닌 각 지식재산권 등록부(물적으로 편성되어 있다)에 등록하는 방법으로 담보권을 취득하게 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 법이 지식재산권담보에 관하여 특별한 정함을 포함하고 있지만 대체로 각 지식재산권법상의 지식재산권담보를 전제로 이를 보충하는 데 그치고, 주된 규율은 동산과 채권에 국한되어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이때의 담보권은 동산등기담보권, 채권등기담보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동산등기담보권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될 뿐 질권과 비슷하다. 점유를 매개로 하는 동산물권과의 우열이 문제 되는데 같은 법은 등기에 의한 권리취득과 그 밖의 (점유에 의한) 권리취득의 선후에 맡긴다. 따라서 등기만 믿고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학설은 타당하게도 별다른 계기가 없는 한 등기의 존부를 조회하지 아니한 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점유만 믿고 그에 터 잡아 선의로 목적물을 양수하거나 그에 대한 질권을 취득하면 선의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채권등기담보권에는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등기로 갈음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국내 은행의 동산 등 담보대출은 동산채권등기담보법 시행 전 수백억 원 수준에서 시행 직후인 2012년 8, 9월 1000억 원까지 올랐으나, 2013, 2014년 4500억 원 내외에 머물렀고 계속 감소하여 2018년에는 2000억 원 정도에 그쳤다. 700조 원에 이르는 총 담보대출 규모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외의 자산의 규모에 비추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법의 제정이 '동산담보나 채권담보가 이용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공시제도의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9년 11월 5일 동산채권등기담보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2020년 3월 19일 제20대 국회에 제출하였다. 같은 안에는 동산·채권등기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을 법인과 상호등기를 한 사람에서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으로 확대하고 종래 '정당한 이유'로 되어 있던 동산등기담보권의 사적 실행의 요건을 구체화하며 원칙적으로 5년(상사시효를 고려한 기간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이었던 담보권 존속기간을 폐지하는 것 이외에 아래에서 볼 일괄담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개정 또한 소상공인 등의 동산 등 담보대출 활성화를 제1의 목적으로 내세웠고 그것이 실제 이유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같은 개정안은 별다른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되었고 제21대 국회에는 아직까지는 의원발의로 그 중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으로 적용범위를 넓히는 안만이 제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위 개정이 동산 등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위 개정 중 적용대상의 확대는 여러 행정적 불편에도 불구하고 적용범위에 직접 영향을 준다. 사적 실행의 요건 명확화는 금융권에서 제도의 흠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약은 특히 동산등기담보권과 제도 간 경쟁 관계에 있는 양도담보에는 어차피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제약 때문에 동산등기담보가 많이 이용되지 아니하였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문에 동산 담보대출이 활성화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 동산과 채권에 대하여 일반적 등기제도를 두지 아니한 것은 이들이 등기에 기초하여 거래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담보거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동산·채권 거래 전반을 우선적·전면적으로 등기에 의존시킬 수는 없다. 공시의 불완전성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식의 담보권은 UNCITRAL 담보거래지침을 거쳐 미국 통일상법전(UCC) 제9장으로 소급하는데 후자도 점유를 믿고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한다. 결국 동산채권등기담보법은 동산·채권담보의 걸림돌로서 이른바 공시제도의 불완전성을 해소하지도 못한다. 동산채권등기담보법의 제·개정이 동산 등 담보대출의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리라는 기대는 어느 모로도 별 근거가 없다.


    미국 통일상법전 제9장이 등기방식의 동산 등 담보권을 도입한 것은 담보거래가 주(州)법의 규율대상이어서 주간 담보거래의 경우 효력이 인정될지 불확실하고 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판례가 우리와 달리 특허에 대하여도 통일상법전 제9장에 따른 등기가 곧바로 담보권을 발생시킨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제도는 주로 국제거래의 맥락과 국제투자가 문제 되는 저개발국가에 대하여 의미가 있고 이미 정비된 담보제도를 갖춘 나라의 국내거래에서는 의의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담보법의 역사가 보여주듯 동산 등 담보에서 공시의 불완전성은 담보권자도 그로 인한 위험을 일부 감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재산가치에 대하여 우선권을 확보하는 데 만족함으로써 조정되는 것이다.


    2. 일괄담보와 기업담보

    올해의 동산채권등기담보법 개정시도는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부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고 특히 일괄담보의 도입을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그 후 동산 등 담보대출도 법 개정 없이 6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일괄담보는 한 기업을 이루는 여러 자산을 모두 합쳐 하나의 담보로 삼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은 법적으로는 하나의 단위로 파악되지 아니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유기적 실체이다. 그 구성요소의 가치를 모두 더한 것보다 유기체로서 기업의 가치가 훨씬 클 수 있다. 기업회생절차의 존재이유이다. 이들을 묶어 담보로 쓸 수 있다면 숨은 담보가치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의 도입이 담보대출을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담보로 할 자산이 없거나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에 터 잡은 신용제공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도입이 제도적 개선임은 분명하다. 이 경우 고객명부·아이디어 등에 대한 담보가 가능해지리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폐기된 개정안에는 이른바 일괄담보에 관한 제6장의 신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개정안이 정하는 일괄담보는 동산등기담보권과 채권등기담보권을 하나의 일괄담보등기로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지식재산권등기담보권을 추가하며(그 대신 지식재산권등록부에 이를 반영하되 설권효는 일괄담보등기에 부여한다) 일괄경매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 결과 하나의 '기업'을 이루는 구성요소라 하더라도 동산·채권·지식재산권이 아닌 여타의 요소, 가령 고객명부, 거래처 내지 거래관계 기타 영업권, 영업비밀, 아이디어, 데이터 등은 물론 장래의 지식재산권도 일괄담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이들이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처분될 수 있는 권리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 자체의 가치도 종래 담보의 대상이 되지 못한 아이디어 등 사실상 가치도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동산등기담보와 채권등기담보, 지식재산권담보를 하나의 등기로 묶은 데 그친다. 약간의 거래비용을 낮추어줄 수 있을 뿐이다.


    기대된 기능을 하는 일괄담보·기업담보는 기존 담보법의 틀을 벗어나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기업은 현행법상 하나의 권리객체가 아니고 법적으로 한 번에 이를 양도·처분할 수도 없다. 기업의 일부로서만 의미가 있는 사실상의 가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담보권을 상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영업질(nantissement du fonds de commerce)은 이들에 대한 포괄적 담보를 허용한다. 물적 담보는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 그 최소한이다. 평시에는 재고재산과 매출채권이 수시로 드나들고 처분과 변제를 인정하되 도산한 때에는 영업의 '처분'대가에서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면 이미 물적 담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권리자 스스로 절차를 개시하여 도산절차에서 관리인처럼 기업인수·영업양도·자산이전 등을 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면 좋을 것이다. 영국의 부동담보(floating charge)가 대체로 그러하다. 이러한 담보권은 책임재산에 대한 우선적 지위(일반우선특권)와 비슷하고 그렇기에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 등 물권법 원칙의 적용도 피할 수 있다.


    물론 투자와 함께 경영에 관여하고 그 회수가 문제 되면 경영권을 빼앗으면 이러한 담보제도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은행의 대출 관행과 역량이 더 중요하고 아마도 사실상 그것만이 중요할 것이다. 제도개선의 기대효과가 불분명한 이유이다.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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