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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 "코로나 방역 이유로 구청 고시로 집합금지구역 설정 '집회 전면 금지'는 위법"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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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고시로 특정 지역 일대를 집합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
    는 최근 서울중부노점상연합 소속 A씨가 서울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집회집합금지구역 지정 취소소송(2021구합64009)에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소송비용은 피고인 중구청 측이 부담하라고 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중부노점상연합을 대표해 한 달간 오후 2시 15분부터 자정 이전까지 '노점상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다고 신고하고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중구청은 같은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근거해 일부 장소에서 별도 공표 시까지 일체의 옥외집회 및 시위 등 집합행위를 금지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금지 고시'를 했다. 이 고시의 집회금지장소에는 A씨가 신고한 집회 장소인 중구청 앞 등이 포함됐다. 이에 A씨는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신청과 함께 집회집합금지구역 지정 취소에 대한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A씨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A씨는 사전 신고한 5월 12일까지 집회를 진행했다. 이후 중구청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 해당 고시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중구청은 "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해 A씨는 집회 신고 종기까지 집회를 개최할 수 있었고, 고시는 소송 중에 폐지돼 A씨가 고시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중구청 고시의 위법 여부는 과거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 A씨가 해당 고시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더라도 고시 존속 기간 동안 제한 받았던 집회의 자유가 원상회복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의 법률상 이익 또한 잔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소송은 부적법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송비용은 중구청이 부담토록 했다. 고시가 해제돼 소송을 각하하기는 하지만, 중구청의 고시는 위법한 것이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집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소나 집회에서 표명되는 의견에 대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기본권의 보호가 사실상 그 효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도 집회 장소의 중요성은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수행하는 행정청으로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집회의 시간, 장소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객관적·합리적인 근거 등에 의해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구청은 A씨 측이 집단적 의사표현을 전달해 항의하고자 하는 핵심적 상대방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중구청 앞을 포함한 집합금지구역 일대에 대해 전면적·일률적으로 고시를 통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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