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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건설로 인한 사법(私法)상 환경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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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6]



    들어가는 말

    올해 3월과 6월에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를 그 청구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관한 2건의 대법원 판결이 차례로 선고되었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 및 2021. 6. 3. 선고 2016다33202·33219 판결). 그동안 일조권, 조망권 또는 시야 차단으로 인한 생활 방해 등에 관해서는 다수의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였으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분쟁에 관하여 선례가 될 수 있는 2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를 비롯한 사법상 환경권에 관한 논의도 보다 활발해지고, 관련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은 인간의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행위이지만, 그 과정에서 제3자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진동 등으로 주변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붕괴되는 경우, 자재 낙하 등으로 제3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재산적 또는 생명·신체적 피해 외에도 일조권이나 조망권 같은 기존 건물 거주자의 생활 환경, 즉 사법상 환경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설 행위가 제3자의 재산적 또는 생명·신체적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와 제3자의 사법상 환경권을 침해하는 경우의 분쟁의 양상은 사뭇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 해당 건설 행위가 위법한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배상되어야 하는 손해의 범위가 주로 문제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과연 해당 건설 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가 문제됩니다. 건설 행위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로서 사법상 환경권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이므로, 이로 인해 사법상 환경권이 일부 제한된다고 해서 무조건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 6월 판결은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파기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는데,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갈리게 된 이유도 문제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견해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문제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가 위법하지 않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하에서는 이른바 사법상 환경권의 종류, 사법상 환경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 사법상 환경권 침해 분쟁에서 많이 문제되는 위법성 판단 방법으로서의 수인한도론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법상 환경권의 종류

    사법상 환경권으로는 일조권, 조망권, 경관권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대법원은 시야 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 또한 배상되어야 할 생활 방해라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4다54282 판결 등), 이 역시 사법상 환경권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조권은 태양 광선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조망권은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경관권을 조망권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권리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 조망권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권리로서의 경관권을 인정한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주민들의 경관권 침해를 이유로 신축 건물 중 높이 20m를 초과하는 부분의 철거를 명한 하급심 판례[동경지방재판소 2002. 12. 18. 선고 2001년 (ワ) 제6273호 판결, 이른바 ‘국립맨션 사건’]가 존재합니다.


    한강 변에 위치한 아파트와 한강 사이에 신축 건물이 지어짐에 따라 한강 변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더 이상 한강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면, 이것은 조망권 침해 사례입니다. 그러나 반대편 한강 변에 도저히 보아줄 수 없는 흉물스러운 신축 건물이 지어짐에 따라, 여전히 한강이 보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보였던 아름다운 한강은 아니라면, 이것은 경관권 침해 사례입니다.


    위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경관권은 설령 이를 권리로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범위나 효력은 일조권이나 조망권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보이던 풍경이 여전히 보이지만, 단지 그 풍경이 기존의 것보다 덜 아름답다는 사정만으로는, 어떠한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위 국립맨션 사건에서 동경지방재판소가 경관권 침해를 인정한 근거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름다운 경관 형성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었습니다. 해당 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관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그 노력들 중 하나가 건물의 높이 제한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건물의 높이가 경관 형성의 중요한 요소로, 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할 경우 통일감이 생겨 보다 단정하고 보기 좋은 경관을 형성하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자체적으로 건물의 높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어 오랜 기간 동안 이를 준수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그러한 취지의 조례를 제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 해당 지역은 일본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거리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동경지방재판소는 이러한 지역 공동체 스스로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 형성된 아름다운 경관은 권리로서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7. 5. 17. 경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관법 제2조 제1호는 경관에 관하여 ‘자연, 인공 요소 및 주민의 생활상 등으로 이루어진 일단의 지역환경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경관에는 자연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것 또한 포함되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본의 경우처럼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의 노력과 희생으로 형성한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여러 행위들이 경관권으로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사법상 환경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

    사법상 환경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으로는 손해배상청구와 방지청구가 있습니다. 손해배상청구는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구하는 것이고, 방지청구는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구하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신축 건물로 인해 기존 건물의 일조권이나 조망권이 제한되고, 이러한 제한이 불법행위를 구성할 경우, 방지청구로서 신축 건물의 철거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짓는 행위 또한 재산권 행사로서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고, 이미 완성된 건물의 철거는 너무 가혹한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법상 환경권 침해를 이유로 신축 건물의 철거를 구하거나 이를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고, 실무상 공사금지 또는 공사중지 가처분이 신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대법원 6월 판결의 제1심법원은 피고에게 원고들의 아파트에 유입되는 태양반사광의 정도가 불능현휘 및 맹안효과의 정도에 이르지 않도록 문제의 건물에 태양반사광 차단시설을 설치할 것을 명하였는데, 이 또한 방지청구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법상 환경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의 손해배상청구 또는 방지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건축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여야 합니다. 어떠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여야 하고(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 해당 행위자에게 고의나 과실 같은 귀책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며, 해당 행위가 위법한 것이어야 합니다.


    실무상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 행위자의 귀책사유의 존재 등이 문제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해당 행위의 위법성이 문제됩니다. 위법성이란 법질서에 반하는 성격을 의미합니다. 민법은 제750조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행위가 위법한지는 결국 법적 평가 또는 가치 판단의 문제이고, 이는 결국 개개의 사안에 있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라 할 것입니다.


    사법상 환경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특유의 법리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수인한도론입니다. 어떠한 행위, 예컨대 어떠한 건설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되기 위해서는, 해당 건설 행위 상대방의 생활 이익, 즉 사법상 환경권에 대한 제한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수인 한도, 즉 참을 한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수인한도론의 요체로,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수인 한도 일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생활 방해의 정도, 피해 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 이용의 선후 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 위반 여부 및 교섭 과정 등 문제의 행위를 둘러싼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23850 판결 등).


    위 대법원 6월 판결이 수인 한도 일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침해 행위의 태양이었습니다.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는 일조 방해보다 더 적극적인 침해 행위이므로, 수인 한도 일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시력 저하 등 건강상 피해와 독서 등과 같은 시각 작업의 방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수인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빛반사 시각장애로 인하여 주거 내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등 자연스러운 주거 생활을 방해받는다고 볼 수 있다면 수인 한도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맺음말

    법정으로까지 가는 분쟁의 대부분은 그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입니다.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의 주장 중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그 판단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건설 행위와 사법상 환경권이 서로 충돌하는 분쟁 또한 그 해결이 쉽지 않은 유형의 분쟁들 중 하나인데, 기본적으로 양자 모두 정당한 권리, 즉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가치들이기 때문입니다. 수인한도론은 이러한 권리의 충돌 사례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고 발전되어온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 방해나 경관권 사례처럼 사회와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법상 환경권의 범위는 확대되고,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환경권이 생기기도 할 텐데, 그에 따라 수인한도론과 같은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이론도 더욱 풍부해지고 정치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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