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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통신원] 미국식 배심원재판을 하게 되면 달라지는 것들

    김원근 변호사 (사법연수원 22기 대한민국 변호사(휴업중) 현재 미국 버지니아 메릴랜드 변호사)

    이세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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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심원 재판은 판사재판을 기본으로 해서 운용하고 있는 것이라서 판사재판의 보조적인 성격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영미 사법제도의 배심원 재판과는 많이 다르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배심원 재판을 기본으로 해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도입한다면 우리나라 재판제도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필자는 배심원 재판을 실제로 처음부터 최종재판까지 수행해 본 일이 있는데 미국의 사법제도에 관련된 깊이 있는 이해는 실제 배심원 재판을 경험해 본 이후 가능한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배심원 재판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 미국식의 재판제도에서는 배심원 재판제도가 핵심이며 배심원제도를 기본으로 운용·발전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필자는 우리나라 재판제도의 문제점은 미국식 배심원 재판제도를 운영하여야 해결 가능하고 또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배심원 재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증거법의 중요성, 전관예우 문제점 해결, 기타 현행 재판제도의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미국식 배심원 재판제도의 도입·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제 7조에서 배심원 재판을 국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고 특히 수정헌법 제6조에서는 형사재판의 배심원 재판을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

    In suits at common law, where the value in controversy shall exceed twenty dollars, the right of trial by jury shall be preserved, and no fact tried by a jury, shall be otherwise reexamined in any court of the United States, than according to the rules of the common law. (7th amendment)

    In all criminal prosecutions, the accused shall enjoy the right to a speedy and public trial, by an impartial jury of the state and district wherein the crime shall have been committed, which district shall have been previously ascertained by law, and to be informed of the nature and cause of the accusation; to be confronted with the witnesses against him; to have compulsory process for obtaining witnesses in his favor, and to have the assistance of counsel for his defense. (6th amendment)

    먼저 판사는 심판의 위치에서 재판을 진행하면서 특히 배심원들이 전문증거(Hearsay)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증거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미국의 법정에 들어가면 전문증거를 둘러싸고 재판의 당사자간 이의신청이 수시로 제기되고 판사는 그때마다 전문증거 여부를 판단한다. 전문증거로 인정될 경우 배심원들이 이를 듣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한다. 또한 유도신문 등 잘못된 증인신문 방식이 금지되고, 증인신문 방식 역시 상대방의 이의신청과 판사의 판단에 의하여 철저하게 걸러진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재판실무를 할 때 가장 실망스러운 것 중 하나가 증인신문과정에서 상대방의 유도신문에 이의신청을 했을 때 담당재판부가 '우리가 알아서 판단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넘어 가는 것이었다. 이의 하는 쪽에서는 유도신문내용이 법원 속기록에서 지워지기를 원하는데 판사는 기록에 올라가는 것은 그대로 두고 재판부에서 이를 무시하면 된다는 방식이다. 여기에 계속 이의를 하게 되면 '싸움닭'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이의하는게 사실상 어렵게 되는 것이었다. 형사재판에서도 변호인의 부동의 혹은 내용부인으로 증거능력이 부인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가 버젓이 재판기록에 편철되어 따라다닌다.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재판부가 최종 판단시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한 줄이라도 읽어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배심원 재판의 긍정적인 측면은 이런 식의 잘못된 증인신문방식 혹은 전문증거가 재판기록에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증거법의 엄격한 적용을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 판사재판 제도하에서는 엄격한 증거법 적용이 일부 무시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증거법을 별도의 교과목으로 해서 교육하고 있는데 이는 배심원 재판 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증거법이 민사소송법의 일부 과정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발전을 저해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증거법에 관련해서 많은 훈련을 받지 못한 우리나라 법률가들의 수준은 세계수준에서 볼 때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로스쿨 졸업생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증거법의 철저한 교육과 실무운용이 필요하고 그에 가장 효율적인 미국식의 배심원 제도 운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실관계 확정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배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이 밀실에 모여서 사실관계를 확정한다. 그런 점 때문인지 미국의 1심의 판결문에서 사실관계를 판결문에 남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미국의 판사들은 법정에서 결론만 얘기한다. 이 경우에도 법률판단 위주이며 사실관계 판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판사들의 업무량 대부분은 사실관계 확정 및 그 내용을 판결문에 적는데 사용된다. 일반인들의 불만 역시 사실관계 판단에 있다. 그래서 항소하는 비율도 많이 높다. 미국식으로 사실관계 판단을 판결문에 남기지 않게 하면 현재의 판사 인원으로 법원을 운영하더라도 절대 판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항소하는 비율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에서는 항소심에 올라가서야 그리고 선례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비로소 법률이슈를 판단 받을 수 있다. 또한 항소심에서 법률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항소인은 수많은 케이스를 찾아 근거를 대고, 서면제출뿐 아니라 구두변론도 잘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판사의 업무량은 엄청 줄어든다.

    배심원 재판을 하게 되면 배심원들이 법률판단을 잘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게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Jury Instruction 이라는 것을 당사자들이 재판부에 제출하고 판사와 양측의 변호사들이 의논하여 최종 마무리를 한 이후 판사가 배심원에게 이를 지키도록 지시하게 된다. 이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상당히 고난도의 전문실력이 필요하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법률로 도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변호사 아닌 일반인들은 재판을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배심재판은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배심재판에서는 변호사들이 배심원을 설득하는 전문지식과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관예우 문제가 당연히 설 곳이 없을 것이다. 재판부와의 인맥이 아닌 배심원들을 설득할수 있는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된 변호사들만이 살아 남는 그런 법조문화가 자리잡게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판부가 변경되면 새로운 재판부가 케이스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전임재판부와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배심재판에서는 배심원이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배심원이 출석하는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지고 모든 절차가 종결된다.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배심원들이 증인신문을 직접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 변경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없고 재판이 지연되지도 않는다.

     법률신문은 해외 각국의 법조 소식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해외통신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홍콩 등지에서 15명의 해외통신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신원이 보내온 글은 인터넷 법률신문에 실시간으로 게재하고, 중요한 내용은 신문 지면을 통해서도 소개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아울러 통신원으로 활동하고자 원하시는 분은 법률신문 편집국으로 이메일(desk@lawtimes.co.kr)을 보내주시면 심사를 거쳐 위촉여부를 통보해드리겠습니다. 통신원에게는 소정의 고료가 지급됩니다.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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