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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통신원] 英, 7살 엘리 버틀러의 죽음으로 촉발된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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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3년 10월, 만 7세도 되지 않은 엘리 버틀러는 친아버지인 벤 버틀러에게 맞아서 죽었다. 아버지가 테이블을 휘둘러 아이를 가격한 것인지 아이를 휘둘러 테이블에 부딪히게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머리에 입은 상처는 고속으로 달리던 차와 사고가 날 경우와 비슷할 정도였다. 부모는 아이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했으나 결국 지난 21일 아버지는 살인과 아동학대, 어머니는 사법방해 및 아동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전업 아버지'였던 벤 버틀러는 이전에도 생후 몇 주 되지 않은 엘리를 돌보다가 '사고'로 화상을 입힌 경력이 있었다. 이후 엘리가 생후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또 중상해를 입혔는데 의사들은 엘리의 증상은 '일부러 아이를 마구 흔드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틀러는 이로 인해 19개월간 형을 살았고, 아이는 부모에게서 격리되어 외조부모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부모는 유죄 판결을 뒤집고 아이를 되찾아오기 위한 법정 투쟁을 벌였다. 항소심에서 벤 버틀러의 중상해 유죄가 뒤집어졌고 가정법원에서는 아이를 부모 곁으로 돌려 보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 곁으로 돌려 보내진 지 겨우 11개월 만에 사망했다.

    영국 언론은 지금 엘리 버틀러의 죽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가정법원 판사인 메리 호그의 판단이라며 들썩이고 있다. 호그 판사는 바리스터(법정 변호사) 출신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법무상이었고 오빠는 농무상이었으며 증조부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설립자다. 호그 판사는 영국에서도 드문 유명 법조인 가족 출신으로 가장 경험이 많은 가정법원 판사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호그 판사는 벤 버틀러를 잘못 행사된 정의로 인한 희생자로 보았다. 호그 판사는 판결에서 "벤 버틀러가 아이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할지라도 이는 '좋은 의도'에 기인한 것이며, 아이가 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나에게는 '기쁨'"이라고까지 썼다.

    이에 더해 모든 전문가, 교육기관, 의료기관, 복지기관들은 '벤 버틀러가 이 사건에 관하여 면책받았다는 점을 유의하라'는 미공개 명령을 내렸고, 아이의 부모는 지속적으로 아이를 학대하면서도 학대의혹을 제기하는 학교 및 관련 기관들에게 이 명령을 들이대며 문제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엘리 버틀러의 살인 사건 심리에서 밝혀진 것이다.

    엘리의 외조부모는 엘리가 친부모에게도 돌아가는 것을 막고자 가진 돈을 다 쓸 때까지 법정 투쟁을 했다. 아이의 외조부모는 당시 판사인 메리 호그에게 "당신 손에 피를 묻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 불길한 예언은 머지 않아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호그 판사는 엘리 버틀러 살인사건에 대한 심리가 시작되기 직전에 20여년 이상 재직하던 가정법원에서 은퇴했다. 이는 법으로 정해진 은퇴 시기보다 1년 정도 이른 것이어서 이 사건이 은퇴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판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사실관계와 법과 본인의 전문인적 양심에 의거하여 판단을 하게된다. 그러나 그 판단의 결과가 비극으로, 그것도 즉각적으로 나타났을 때 그 무거움이란 말할 필요도 없이 크다. 그때 전문적 양심이 아닌 판사의 개인적 양심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이 사건에 책임감을 느끼냐"는 언론의 질문에, 호그 판사는 사과를 거부하며 "이번 판단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었다"라고만 했을뿐이다.

    김세정(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 現 영국 GRM로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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