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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가는 변호사들… 법정예의 ‘실종’

    준비서면에 '허무맹랑한 주장' 등 원색적 비난 난무

    손현수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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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法廷)에서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근거없는 모략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법정 예의'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예의와 존경 등 '선비 정신'이 흐르던 법조계의 전통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뢰인의 입장만 고려한 듯 준비서면 등에 사실관계나 법리와 무관한 비난에 가까운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도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울의 A변호사는 최근 민사사건을 변론하다 비난에 가까운 자극적인 표현들로 가득찬 상대방 대리인의 준비서면을 받아들고 불쾌함에 치를 떨었다. 상대방 변호사가 A변호사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허무맹랑한 주장", "사실왜곡에 가까운 표현", "소송사기가 의심된다"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言辭)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도저히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작성했다고 믿기 힘든 표현들이 가득했다"며 "법조경력으로보나 연배로 봐도 (내가) 선배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혀를 찼다. 그는 "상대방 변호사가 잘 알려진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컸다"며 "준비서면을 받은 순간 눈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B변호사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노동 관련 사건이었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노동법의 기본 구조도 모르는 논리", "낫놓고 '기역(ㄱ)'자도 모르는 변호사"라는 인신공격성 표현들이 가득했다. B변호사는 "문제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라며 "소송에 이기기 위해 가능한 주장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명색이 변호사인 소송대리인이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증거와 함께 적시·주장하고 이에 따른 법률과 법리에 따라 소송을 진행해야 할 변호사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영혼을 파는 인간"등
    상대 대리인에 모욕적 언사도

    이처럼 상대방 변호사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일이 최근 들어 빈번해졌다. 상대방 변호사의 주장을 '무지(無知)의 소치'라고 폄훼하거나 '실로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라고 하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심지어는 상대방을 대리하는 대형로펌을 비난하며 '대기업의 편에 서서 부자들만을 위해 영혼을 파는 부류의 인간'이라고 모욕을 주는 경우까지 있다.

    재판부는 물론 다른 사건 관계자나 방청객이 지켜보고 있는 법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재경 지법의 C부장판사는 민사사건의 양측 변호사들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 받아 주의를 준 적이 있다. '원고측 변호사의 주장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적은 피고측 변호사의 준비서면을 문제삼아 원고측 변호사가 법정에서 노발대발 화를 냈는데 피고측 변호사도 이에 지지않고 대거리를 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D판사도 최근 법정에서 서로 막말과 고성을 내뱉는 변호사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D판사는 "의뢰인들이 '쌈닭형'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의뢰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쇼맨십을 보여주기 위해 별 것 아닌 일에도 더 심한 말을 하는 변호사들이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지 법정 안에서 변호사들끼리 감정 싸움을 하거나 비난을 주고 받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법정서도 예사로 막말·고성…
    재판장이 '주의'까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조인 배출 통로가 다원화되면서 선후배라는 연대감이 떨어진데다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 탓"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와 상관없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변호사는 없겠지만, 감정이 격해진 의뢰인들은 자극적인 표현들을 써주길 바라고 을(乙)의 위치에 있는 변호사들은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다 보니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법조인이 서로에 대한 예의를 내팽겨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겠는가"라며 "가뜩이나 법조비리 관련 사건으로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데 이런 일까지 계속되면 법조계에 대한 신뢰회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과거에도 의뢰인들이 준비서면 등에 자극적인 표현을 써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는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달래고 설득했다"며 "적어도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로서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갖고 자정(自淨)에 나서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손현수·이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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