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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구 공백’ 두 달간 기부행위… 유무죄 판단에 촉각

    대구지법 "선거에 영향력 미쳐" 김천지원 "선거구 효력 상실" 판결 엇갈려

    이세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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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유례가 없는 '국회의원 선거구 공백기'에 벌어진 기부행위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해 처벌 가능한지를 두고 혼란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기부행위는 모두 선거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인데, 선거구 자체가 없어진 시기의 기부행위는 범죄 구성요건을 총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선 법원에서는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현재 입건된 금품선거사범이 260명이어서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선거구 공백기 기부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여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1항은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정당의 대표자·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12조는 '기부행위'의 의미 자체를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3자의 기부행위를 제한하는 같은 법 제115조도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부행위 역시 112조를 전제로 한다. 모두 '당해 선거구'를 전제로 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은 이 '당해 선거구'가 62일간 없어지면서 비롯됐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 별표1 국회의원지역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시한을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지만 국회는 이 시한이 지나도록 개정을 하지 않아 선거구 자체가 사라졌다.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당해 선거구'를 전제로 하는 기부행위 금지 위반죄는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부행위 처벌 필요성 존재"
    "입법공백…처벌근거 없어"
    법조계도 논란

    실제로 이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재판장 김태균 부장판사)는 올 2월 자신의 선거구민들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제공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A씨를 위해 A씨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선물세트 등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시의원 B씨에 대해 B씨가 자신의 선거구민들에게 기부행위를 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해 지난 9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2016고합36). 시의원인 B씨의 선거구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한 국회의원 선거구와는 별개의 것으로 유효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기부행위 위반에 해당되지만,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인 A씨를 위한 기부행위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회가 입법시한인 2015년 12월 31일까지 새로운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를 확정하지 않아 2016년 1월 1일부터 기존 선거구는 효력을 상실했다"며 "B씨가 물품을 제공한 시기는 기부행위의 전제가 되는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B씨의 행위를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회가 올 3월 3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새로운 선거구를 확정하면서 부칙 제3조에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015년 12월 31일 현재 지역구가 2016년 1월 1일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 존재한 것으로 보고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 지연에 따른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한다'는 규정을 두었지만 이 부칙을 근거로 B씨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하는 것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1항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조 1항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선거구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부행위 금지의 처벌 필요성이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를 위해 선거구민들에게 식대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C(53)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16고합290). C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당해 선거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데 C씨가 기부행위를 한 올 2월에는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는 선거가 실시될 때마다 국회에서 의결함으로써 비로소 확정된다"며 "이처럼 국회의원 선거구는 선거를 앞두고 조정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으므로 직전에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와 뒤이어 실시되는 선거의 선거구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은 향후 실시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112조에서 규정한 '당해 선거구'는 기존에 실시된 선거에 관한 선거구가 아니라 해당 기부행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후 예정된 선거에서의 선거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입건된 선거사범
    260여건 중 상당수
    기부행위 관련돼 혼란 커질 듯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선거구 공백 사태가 빚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선거를 혼탁하게 만드는 기부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의해 형벌 법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범죄의 중요한 구성요건인 '당해 선거구'가 부존재 했으므로 법 적용을 위한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 역시 "불법이 명백한 상황인데도 입법공백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선례가 없는 사안이라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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