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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학과 실무의 가교 역할… 김진환 형사정책연구원장

    "잇단 검사비리에 안타까움…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 지켜야"

    장혜진 기자 cor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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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섭(統攝)'. 김진환(67·사법연수원 4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와 잘 어울린다. "법학도 인간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법학 외에도 문학과 음악, 역사 등에 두루 깊은 조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섭렵한 실무가 출신이지만 무려 4개나 되는 학회의 회장을 맡아 법조실무계와 법학계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80년대 법학과 의학의 교집합 분야인 '정신장애인의 형사책임 문제'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행보를 보였던 그는 현재 국책연구기관의 장으로서 범죄현상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법학자와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통섭을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을 지난달 29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원장은 대학시절 "법은 영원한 시, 법률가는 영원한 시인"이라는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고대 로마제국 후기 스토아 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말을 가슴 속에 품고 다녔다. 가장 압축적인 형태의 문학인 '시'와 같이 법학 역시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간적인 것과 나와는 무관한 것이 없다"는 니체의 말 역시 법학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이라고 하는 휴머니즘이 저의 가장 중심 테마라는 의미에요. 인문학과 법학은 모두 인간을 다룬 것이고,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해석에 있어서 법조문에만 매달리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념법학이 아니라 법 속의 인간을 봐야 해요."

    인문학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법학과 같지만 실생활에 필수적인 학문은 아니다. 대신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한다. 이 때문인지 김 원장의 곁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따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크고 작은 모임의 감투도 많이 썼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에는 낙산문학회와 법철학회장을 맡았고, 학보인 피데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글을 썼다. 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가 법철학회 선배다. 검찰 재직 시절에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퇴임 후에는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와 대한공증인협회장을 지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 4개 학회의 회장과 서울대 법대 총동문회장 등도 맡았다. 이 밖에도 역사 연구모임 '자운회'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최장수 시(詩) 전문계간지인 '시와 시학' 운영위원장, 한국바그너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조문만 보다 보면 건조한 법조인 될 수 있어
    법학이외 문학·음악·역사 등에 두루 깊은 조예
    곁에 항상 사람따라… 다양한 모임 감투도 많아

    김 원장은 특히 문학에 조예가 깊다. 매월당 김시습이 강릉 김씨 14대조이고,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도 같은 본관이다. 대학시절 시를 출품해 문학전공자들을 제치고 대학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고시 공부를 위해 충남 부여에 있는 무량사에 들어갔을 때도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법학 서적이 아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이었다. 그의 재능을 물려받은 딸은 시와 문학평론으로 각각 등단해 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인문학은 법학의 주변 뿌리이며, 육체적·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직업인 법조인이야말로 인문학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개별 사건은 인간생활 양상에서 나타나는 문제인데,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건을 다룰 때에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큰 틀에서 보면 법학도 인간을 다루는 것이어서 인문학과 연계를 맺을 수밖에 없어요. 인문학적인 뿌리를 통해 법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해석과 운영이 좀 더 명확하고 풍부해질 수 있죠. 넓게 파야 높게 지을 수 있거든요."

    그는 지금도 매일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면 잠들기 전 시 한편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이혼이나 재산분쟁 등 다른 사람의 고달픈 문제나 분쟁에 개입해서 해결하는 게 법조인의 업무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직업이에요. 그런 환경 속에서 법조문만 보다보면 핵심에서 겉도는 건조한 법조인이 될 수 있어요. 문학이나 역사, 철학, 예술을 자양분토로 삼을 필요가 있어요."

    그는 최근 잇따른 검사 비위 사건 등으로 난관에 빠진 검찰에 대해 선배로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여러 선배들이 제게 가르쳐준 것 같이 어려울 때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입니다. 얼마전 여든을 넘기신 법조계 대선배를 뵈었는데 최근 바닥난 법조인 윤리 문제와 법조계에 대한 사회적 비난으로 법조인인게 부끄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실망과 부끄러움, 자탄을 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은 정말 곤란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법개혁 논의의 핵심은 대개 검찰에 집중돼 왔죠. 많은 개혁과정과 검토를 통해 이미 제도적인 부분은 상당수 정비가 이뤄진 상태라고 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고 검찰 내부 감찰을 강화하자는 것도 좋은 얘기지만 그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입니다.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왜 검사가 됐는지', '검사 선서를 할 때의 다짐은 무엇이었는지'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요."
     
    수많은 사법개혁 논의 핵심은 대개 검찰에 집중
    이미 제도적인 부분은 상당수 정비 이뤄진 상태
    검사 한 사람, 한 사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그는 '검찰 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명정대'와 '불편부당'이라고 함축했다. "99%의 검사는 지금도 묵묵히 격무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어려운 사건이 있을 수 있는데, 복잡한 셈식을 하지 않으면 돼요. 이 수사 결과가 나중에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역사 앞에 떳떳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개별 검사들이 그런 의식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일이 필요해요. 독일에서는 검찰을 정의하면서 '가장 객관적인 기관'이라는 말을 씁니다. 가장 객관적인 기관이라는 검사제도의 원형에 부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 결과는 과연 객관적인 것인지 등을 생각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에 띄는 그의 또다른 이력 중 하나는 2003년 '정신장애 범죄자의 책임과 처우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박사논문이다. 검사 재직 당시 독일로 연수를 떠났던 1981년 처음 연구를 시작해 완성한 주제다. 이 논문은 현재도 학계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한의사인 조부와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의학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의대에 간 형과 달리 저는 법대에 진학했지만, 법을 통해 사회병리를 치료한다는 점에서 맞닿는 부분이 있어요. 법학을 공부하면서 의학과 법학의 접점에 해당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했죠. 정신장애자의 형사책임에 관한 연구는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정신의학자는 법을 모르고, 법학자는 정신의학을 잘 몰라 사각지대에 있던 주제였어요. 정신질환의 유형에 따라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 유학시절 수십권의 정신의학책을 읽었어요. 의학과 법학의 융복합적인 연구과 사각지대에 관한 부분을 연구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었어요."

    한국판례연구회, 비교형사법학회, 형사소송법학회, 디지털포렌식학회 등 4개 학회의 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는 국내 법학계와 실무계 사이에 보다 활발한 협업과 공동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형사정책원구원장 취임 이후 검찰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기관들과 공동세미나를 열며 이 같은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법학과 의학 모두 실용학문인데, 의학은 실무계와 학계간 연계가 아주 밀접해서 교수가 치료도 하고 실무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학계와 실무계가 너무 동떨어진 상태에서 지내왔어요. 프랑스와 중국만 봐도 실무자들이 연구소장을 겸임하는 등 교류와 공동연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거든요.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실무자들이 로스쿨 교수로 많이 진입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에요. 그동안 다양한 학회의 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회에 실무자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실무자들도 학회에 나와서 학자들과 법률적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학자들도 실무의 방향을 연구하고 판례평석을 통해 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학계와 실무계의 가교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향후 어떤 범죄 일어날지 미래지향적 연구 필요
    법학계-실무계 사이 보다 활발한 협업 이뤄져야
    죽기 전 내 이름으로 된 時集 한권 내보고 싶어

    형사정책연구원은 법학자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박사들이 모여 범죄현상을 둘러싼 융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법학 전공자는 연구원 인력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부임 이후 연구원 내에 안전연구회, 부패연구회, 피해자연구회 등 8개의 자율연구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사이버테러, 인공지능을 둘러싼 활용과 법적책임문제, 기후변화와 환경범죄, 부패연구 등이 중요 과제다. "하나의 범죄현상을 분석할 때 법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적·심리학적인 접근을 공동으로 시도하는거죠. 당장 지금 일어나고 있는 범죄현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범죄현상이 일어날 것인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지향적이고 선제적인 연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봐요. 특히 신종범죄는 사회변화에 편승해 항상 더 빨리 앞서나가기 마련이거든요."

    검사에서 로펌 대표로,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GDP보다는 신뢰원칙과 준법 같은 사회적 자본이 자리잡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많이 취약한 게 사실이에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생활화되고 사회지도층의 준법 분위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법조인들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선진적이고 성숙한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는 50년전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꺾었던 붓을 다시 들어서 시혼(詩魂)을 되살려보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 제 이름으로 된 시집을 한권 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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