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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고이유서 준비기간 1/3 날아간다

    형사 상고사건 기록복사 신청 후 1주일 정도 지나야 허가

    박수연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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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에 상고된 형사사건을 수임한 A변호사는 최근 기록 복사·열람이 늦어져 여러차례 애를 먹었다. 대법원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기록에 포함된 사건 관계자의 개인정보를 가리는 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기록 복사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주말이나 공휴일까지 낀 때에는 기록 복사를 신청한 지 1주일이나 지나서야 복사가 허용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제379조가 규정한 '소송기록접수통지서 수령시부터 20일 이내'인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의 3분의 1 가량을 허송세월로 보내야 하는 셈이어서 A변호사는 진땀을 빼야 했다. A변호사는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또 "변호인이 기록열람복사 신청을 한 때에는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의 기산점을 기록 복사일로부터 계산해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원행정처는 A변호사에게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장이 소송기록 열람·복사에 앞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면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기산점 변경도 원칙적으로 법률 개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35조

    따라 개인정보 보호 강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35조 3항은 '재판장은 피해자, 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1항 및 2항에 따른 열람·복사에 앞서 사건관계인의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아니하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4항은 '3항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조치의 방법과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도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을 개정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했다.

     

    개정 형소법이 시행된 후 법원이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를 가리는 등 보호조치를 한 다음 형사사건 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자 변호사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상고이유서 등을 제출해야 해 늘 시간에 쫓기기 마련인데, 서면 작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록 파악까지 늦어지면서 변론권 행사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인) 20일이라는 기간은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피고인의 방어권이 최대한 행사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체크해 상고이유를 작성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그런데 기록을 복사하는 데에만 며칠을 허비해야 한다면 그만큼 법리검토 등 상고이유를 작성할 수 있는 기간이 줄게 돼 결국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1심이나 2심부터 해당 사건을 맡은 변호인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상고심에서 사건을 새로 맡은 변호인이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라면 시간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관계인의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문제도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서면 작성에 필수적인 기록

    파악까지 잇따라 지연

     

     

    A변호사의 협조 요청을 받은 대한변호사협회도 뒤늦게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대한변협은 지난 8일 법원행정처에 '상고심 소송기록 열람·등사 소요 시간 단축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대법원이 행정부 및 국회에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의 기산점을 기록 복사 최종일로 변경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을 입법청원하고 △법 개정 전까지 소송기록 열람·등사 기간을 1~2일로 최대한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록 복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조치로 상고심 일부 사건에서 기록의 열람·복사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기록 복사 등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의 기산점을 변경하는 것은 법이 개정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기산점을 기록 복사 최종일로 변경하면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경과할 무렵 기록 복사를 신청하는 등의 경우와 같이 소송지연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 복사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산정의 기준시점이 불명확해지고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사건마다 달라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 " 변론권 행사 등에 

    지장 많다" 볼멘 소리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기록 복사가 늦어져 상고이유서 준비기간이 제한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형사소송은 절차적 확실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산점을 기록 복사일로 바꾼다면 기록복사일이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을 빨리 복사하도록 하거나 제때 복사하지 못해 상고이유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보완할 다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도 "대한변협이 제시한 방안대로 기산점을 바꾼다면 일부러 복사 신청을 늦게 하는 등 오·남용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며 "예컨대 5일 이상 기록 복사가 지연됐다면 그 기간만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을 늘려주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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