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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67주년 특집] AI 판사, 인간대체 가능할까

    家事사건, '데이터 '만으로 판단은 회의적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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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영국과 러시아 등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로봇 스스로 적군을 파악하고 공격할지를 판단하는 '킬러 로봇' 개발까지 앞다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AI 등 컴퓨터가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정확한 결과나 잘못된 판단이 도출될 경우 그 피해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도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UN 미래보고서가 30년 후 AI에 의해 대체될 주요 직업군 가운데 하나로 변호사를 뽑고 있고 다보스포럼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 하나로 법조인이 거론하고 있지만, 과연 AI 판사가 내린 결론을 인간 판사가 내린 판결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인이 많다.

     

    소액 민사사건을 많이 다뤘던 한 판사는 "다른 건 잘 몰라도 AI에 내가 한 판결을 넣어보면 결과들이 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사람이 다르게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혼 등 가사사건에서는 자녀의 복리나 청소년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판단'이 더 중요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A씨는 이혼 후 전처인 B씨가 아이를 못 보게 하자 2015년 11월 법원에 면접교섭허가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아이의 친아버지로서 법적으로 당연히 면접교섭권을 갖지만,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아이였다. 아이가 B씨의 재혼배우자를 친아버지로 알고 자란데다 계부의 성으로 성본변경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곧바로 면접교섭을 허용할 경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아이가 정서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고 싶은 친아버지의 마음을 모른척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가정법원 박상현(45·사법연수원 32기) 판사는 고심끝에 A씨와 B씨를 설득해 아이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한 조정안을 이끌어냈다. "아이가 11살이 되는 2018년 5월까지 B씨는 매월 한번씩 그 달에 촬영한 아이 사진 10장을 A씨에게 보내고, A씨는 그때까지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부모와 법원 모두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조정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C양은 친구 3명과 절도범죄를 일삼다 법정에 서게됐다. C양과 친구들 모두 범죄횟수가 많아 모두 소년법상 10호처분인 장기 소년원 송치가 불가피했다. 문제는 C양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소년원에는 임신한 청소년의 출산을 도울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고 보조인도 없다. 그렇다고 1호처분(보호자 감호위탁)을 했다가는 낙태를 원하는 C양이 낙태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낙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낙태범죄를 방조했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고심끝에 C양에게 일단 10호처분을 내린 뒤 출산시점에 임박해 1호처분으로 변경,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했다.

     

    천종호(52·26기)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은 절차와 최종결론이 가장 중요하다"며 "간단한 사건의 최종결론은 AI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도, 인간들의 양보가 필요하고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줘야할 필요성이 있는 절차에 관한 부분은 기계에 맞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C양의 경우 비행을 저지르다 소년원에 위탁되고 나서야 비로소 임신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상황을 과연 기계가 잘 처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태아의 법적 지위라든지 임신한 소녀의 장래 등은 인간 판사가 고민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기계가 소년재판을 한다면 비행사실, 비행전력 정도만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소년보호처분은 목적 자체가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기 때문에 고려돼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모든 것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인간 대 인간으로 직접 만나서 숙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소년사건이나 가사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민·형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원인 D(32)씨는 키우던 강아지가 혈소판이 감소하는 병에 걸리자 집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결국 죽었다. D씨는 평소 자주 접속하던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혈소판감소증으로 애완견을 OO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 치료가 안 된다면 집에서 따뜻하게 보내주고 싶었는데 의사가 계속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보호자가 돌려달라고 해도 본인 고집으로 개를 보내지 않더니 무책임하게 미국 가버린 사이 애완견이 죽었다'는 취지의 글을 여러번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D씨가 주장한 '입원강요와 퇴원 거부'가 허위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D씨가 같은 내용의 글도 여러번 올렸기 때문에 경합범 가중도 가능했다. 그러나 법원은 D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가족처럼 여기던 애완견이 입원치료 도중 담당주치의가 없는 상태에서 죽자 원인규명을 위해 치료내역 공개 등을 요청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글을 게시하게 이르렀다"며 "범행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D씨가 게시글을 삭제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도 형량에 반영했다. 

     

    이 밖에도 '어린 자녀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점', '평소 무시를 당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의 문구는 형사 판결문을 자주 접하는 법조인들에게는 익숙한 구절이다. 사건 유형에 따라 범행 전후 사정을 두루 살펴 형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AI가 과연 인간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기술발전과 연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도 거쳐야하는 어려운 주제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정법원에서 하는 재판들은 거의 다 AI가 판단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김성우(48·31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가정법원은 답만 내주는 곳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치유해주는 후견적 기능을 해야 하는데, 데이터만 가지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소송의 경우 누가 유책인지 여부를 데이터로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친권자나 양육자를 지정하는 문제가 중요한데, 그건 아이와 부모의 친밀도, 아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봐야하는 문제다. 또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잘 자랄지도 중요한데 그 역시 데이터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김 부장은 "소년재판도 기본적으로 훈육이 필요하다"며 "재판을 통해 아이의 모든 마음이나 정신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태도나 눈빛, 말투 등을 통해 현재 상태를 찾아내야 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해줘야 한다.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소년재판 역시 AI가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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