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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개혁 학술행사 축소… 고위법관 개입 확인"

    대법원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보고서 공개

    신지민 기자  shinj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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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제도 개혁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와 관련, 연구회 회장 출신 고위법관이 연구회 소속 법관에게 행사축소를 종용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 또 법원행정처가 지난 2월 시행하려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인사발령했다가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주도로 2시간 만에 원 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의 '법관 부당인사' 의혹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3자 통한 설득 포함

    여러방법 동원 행사에 압력 드러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이 같은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했다.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제기돼 온 법관 부당 인사 의혹과법원 수뇌부에서 법관 성향을 파악한 명단을 만들어 인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업무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수평적 의사소통에 소홀했다면서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일선 판사들은 대체로 진상조사위의 결과를 수용하면서, 이번 일을 사법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장 지낸 양형실장 개입"= 진상조사위는 2015년 1월부터 국제인권법연구회장을 맡은 이규진(55·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그해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위촉돼 법원행정처장과 차장이 주재하는 각종 간부회의에 참석하면서 수시로 연구회 운영위원과 이 연구회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회원들에게 인사모 활동이 연구회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활동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오해와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우려를 계속 전달하고 활동 자제를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불이익 가능성을 고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인사모는 주로 판사의 사법행정 참여방안, 법관인사 이원화 및 고법부장 제도의 향방, 바람직한 대법관(대법원장)상, 사법부 독립 확보를 위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 등 사법제도와 사법행정에 관한 민감한 주제를 논의하고 그 토론결과를 코트넷 연구회 게시판에 게시해 왔다. 인사모는 특히 2015년 8월 대법원이 상고심 제도 개선의 핵심 방안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토론 결과를 게시했고 이때부터 법원행정처의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됐다. 법원행정처는 이후에도 인사모가 관련 논의를 거듭하자 인사모 활동이 연구회의 당초 설립취지인 국제인권의 연구와 무관해 부절한데다가 논의 주제들이 과거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논의 주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인사모 활동에 대한 우려를 하게 됐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 상임위원이 평소 인사모 활동 내용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상고법원과 법관인사 이원화 등 특히 민감한 주제를 다룬 논의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행정처 실장회의 등에 참석해 인사모의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7년에는 연구회장직이 끝났음에도 연구회가 추죄하는 이번 학술행사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연구회 운영위원 및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제3자를 통한 설득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학술행사의 연기나 축소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임위원은 공동학술대회 개최일이 3월 25일로 확정되자 곧바로 이 연구회 총무로 있던 이탄희(39·34기) 판사에게 전화해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학술대회를 내부행사로 진행되도록 하고 언론에 알리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으며 이는 이 판사가 사직서를 내게 된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했다. 


    법원행정처 지시거부 이유 

     

    '법관 부당인사 의혹'은 사실무근 

     

    진상조사위는 "이 상임위원의 행동은 2년간 이 연구회 회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연구회와 행정처 사이에서 해 온 조정 및 중재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지만,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에서도 실장회의 등에서 조치가 필요함을 보고하고 연구회 관계자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학술행사 연기 및 축소를 시도한 것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판사들의 전문분야연구회에 대한 중복가입 해소조치 등) 이 상임위원이 보고해 실장회의 등에서 논의된 관련 대책들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법원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을 제한한 것은 판사들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조치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비록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기는 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 등에서 시급성과 필요성 및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소조치 전후 사정에 비춰 국제인권법연구회나 학술행사에 대한 제재로 볼 만한 의심스런 정황이 많다"고 꼬집었다.

     

    ◇"부당인사·블랙리스트, 사실 아니다"=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이 판사의 법원행정처 심의관 인사 발령이 연구회에 대한 견제 목적이라거나 연구회 견제에 활용할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고, 이 판사의 겸임 해제 발령 역시 본인의 요구로 이뤄졌으므로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2월 15일 행정처 전임자와 함께 법원장 간담회 개최 장소에 대한 사전 답사를 떠났는데 당시 이 상임위원이 전화를 걸어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와 관련해 연구회 간사가 이의를 제기한 내용에 대한 반박 논리를 연구회측에 전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이 판사는 다음날 사직 의사를 표시했고 18일 안양지원으로 복귀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상임위원이 이 판사에게 한 요구는 연구회와 관련한 부당한 지시와 간섭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고, 법원행정처의 실상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고 생각되자 이를 견디기 어려워 사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판사의 사직 의사 표시는 이 상임위원의 부적절한 요구들이 주요한 원인이 됐지만 법원행정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들 성향 등 파악·활용,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도 없어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연구회나 인사모 관련 동향 보고 등은 이 상임위원이 맡아서 한 점에 비춰볼 때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파일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블랙리스트라고 지목된 것은) 이 상임위원이 올 1월 차장이 주재하는 실장회의와 처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보고한 인사모 관련 문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선 판사들 "사법부 발전 계기로 삼아야"= 두 달여간 법원 안팎을 뒤흔든 이번 사태는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발표로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양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아 조사를 진행한 만큼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며 "더 이상 법관 사회가 이 문제로 분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도 "진상조사위원의 절반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들 조사결과를 받아들이고 화합해 이번 일이 사법부 발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 한 부장판사는 "조사 방법상의 한계가 있긴 했지만 진상조사위가 나름 최선을 다해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처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법행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도 보고서 말미에 "사법제도에 대한 논의를 (인사모와 같은) 학술단체의 소모임이 주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논란의 소지가 있고, 법관 개인의 사법제도에 대한 견해가 외부에 공표될 경우 개헌논의 등 정치적 상황과 결부돼 논란이 야기되고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 부정적 측면이 있더라도 사법제도에 관한 일선 법관들의 관심과 논의 및 의견수렴 요구를 외면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행정처는 수직적 업무처리 과정에서 무시되는 수평적 의사소통의 부재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심의관을 발탁하고 근무평정이 우수하고 평판이 좋은 법관들을 행정처 주요 보직자로 우선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관행이 행정처 근무경력이 없는 판사들에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주요 원인이 됐는지에 대한 반성적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진상조사위는 사실 규명을 위해 26일간 30여 차례의 회의를 열어 조사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임 전 차장과 이 상임위원 등 핵심 관계자 11명에 대해서는 대면 조사를 진행하고, 20명의 법관에 대한 서면조사도 실시했다. 서면조사 대상에는 양승태(69·2기) 대법원장과 고영한(62·11기) 법원행정처장까지 포함됐다. 또 관련 당사자나 법원행정처로부터 확보한 이메일과 법원행정처 보관문서,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내역, 녹음파일 등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사건 일지>
    2월 9일:국제인권법연구회,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 착수. 이탄희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 근무 발령
    2월 13일: 법원행정처 "법원 내 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하며 3월 5일까지 가입을 정리하지 않으면 최초 가입 학회를 제외하고 탈퇴시키겠다"고 코트넷에 공지
    2월 15일: 이 판사, 법원장 간담회 장소 사전 답사 다녀옴
    2월 16일: 이 판사, 사의 표명
    2월 20일: 법원행정처 '연구회 중복 가입 해소 공지' 철회, 이 판사에 대한 겸임 해제 인사 발령
    3월 6일: 일부 언론,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이 판사가 거부하자 인사 조치했다고 보도
    3월 7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떤 지시도 한 적 없다" 해명
    3월 8일: 이 판사, 법원 게시판에 "제 인사 발령에 대한 언론보도는 제 의사와 무관" 글 올려
    3월 13일: 양승태 대법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 위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직무 배제
    3월 17일: 임 차장, 사의 표명
    3월 22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조사 착수
    3월 25일: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에서 법관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4월 7일: 일부 언론,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블랙리스트' 파일이 관리하고 있다고 의혹 제기
    4월 18일: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

     

    < 이장호 신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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