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법의 날 특집

    [법의 날 특집] 형사부 검사의 하루

    힘들지만 내색도 못하고… 밤을 잊은 채 내일을 준비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대다수의 검사들은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특수수사 기사들이 온 언론을 장식하지만, 오늘도 일선에서 묵묵히 국민생활과 밀접한 형사사건을 처리하며 땀을 쏟는 검사들이 있다. 바로 전체 검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들이다. 

     

    이들은 1인당 월 평균 180건 정도의 사건을 맡아 지난 한 해 동안만 258만여건을 처리했다. 경찰 송치사건은 물론 온갖 고소·고발사건을 통해 국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며 야간·주말 근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힘들다는 내색조차 못하고 사건 속에 파묻혀 산다. 민사로 해결할 문제까지 수사기관으로 들고오는 통에 고소·고발 건수가 연평균 50만건대를 돌파하며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검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본보는 제54회 법의 날을 맞아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3인의 하루를 통해 이들의 삶을 들여다 봤다.

     

    109568.jpg
    (왼쪽부터) 한진희 검사, 배상윤 검사, 고영하 검사

      

    ■한진희(45·사법연수원 33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

    ◇오전 6시 : 이른 일과 시작
    "늘어난 사건 기록을 보고 봄이 온 걸 알았습니다." 한 검사가 속한 여조부는 계절에 따라 사건 수가 요동친다. 겨우내 줄었던 사건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늘기 시작해 여름이면 정점을 찍는다. 오늘은 새벽 출근 날. '워킹맘'인 한 검사는 아이들을 위해 하루 정도는 꼭 '칼퇴근'해야겠기에 해가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선다. 밀려오는 졸음에 사무실 한켠에서 때론 쪽잠을 자기도 하지만, 이른 아침 2~3시간의 업무는 일과 중 6시간에 해당하는 효율을 내기도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후 2시 : 나는 아래로, 사건은 위로. 깨고깨도 차오르는 테트리스 게임 같아.
    일과시간에는 주로 조사를 한다. 하지만 2차 피해를 우려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조사를 하고 대부분은 변호인 등을 통한다. 연수원 시절부터 검사를 꿈꿨던 한 검사는 교수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검사는 씩씩해야 하고, 놀라서도 안 되고….' 조사와 함께 틈나는 대로 공소사실, 불기소이유, 증거설명서 등 사건 처리에 필요한 서류 작업도 해야 한다. 작업을 거친 기록은 백과사전보다 더 두꺼워지기 일쑤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하하하. 밑빠진 독은 물이라도 빠지죠. 이건 계속계속 차오르는 테트리스예요!" 키를 훌쩍 넘는 캐비넷도 금새 종이 뭉치로 가득해진다.

    ◇오후 7시 : 끝나지 않는 하루
    새벽에 출근한 덕분에 6시가 땡하자마자 검찰청을 나설 수 있었다. 늦은 퇴근으로 잠이 든 모습만 봤던 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맞는다.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일과 가정의 양립은 우리나라 모든 워킹맘들의 숙제다. 간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시 싸들고 온 기록을 책상에 폈다. "초임때부터 여성아동범죄사건을 다뤘어요. 당시에 가정폭력상담소분들과 가까워졌는데, 그게 계기가 돼서 가정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여검사 숫자는 점점 늘어나 이제는 3분의 1정도가 여성이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가 돼야죠." 한 검사는 밤도 잊은 채 또 내일을 준비한다. 

     

     

    109568-1.jpg


    ■배상윤(36·37기) 형사2부 수사지휘 검사

    ◇오전 11시 : 두근두근, 클릭 하나로 좌우되는 하루
    전국 50명, 서울중앙지검에는 4명 뿐인 수사지휘 전담검사 가운데 한 명인 배 검사는 서울 종로·관악·방배경찰서를 관할하고 있다.  오전 시간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의문사항을 전화로 상의하거나 검사실을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일하시는 경찰관님들을 보면 저도 덩달아 더 열심히하게 돼요." 그를 보면 검·경 갈등은 먼나라 얘기 같다. 11시가 가까워지면 손에 땀이 난다. 오늘 하루 그가 처리해야 할 경찰 영장 신청서들이 접수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로딩되는 짧은 순간이 조마조마하다. '3,2,1…' 배 검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3시 : 긴급한 오후
    부장님의 호출을 받고 급히 청을 나선다. 관내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검시를 하러가는 발걸음이 가장 무겁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경찰이 미리 작성한 기록으로 사망자를 먼저 만난다. 헐레벌떡 검안실에 도착해 장갑부터 받아든다. 오늘은 일회용 비닐장갑이다. 병원 사정에 따라 검시용 고무 장갑이 아닌 얇은 비닐 장갑이 제공되기도 한다. '혹시라도 죽음에 억울한 점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꼭 풀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검시를 시작했다.

    ◇오후 11시 : 야근은 내운명
    검시를 한 날은 야근으로 이어진다. 지난 가을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왔을 때 하루 300~400건에 달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했다. 특히 구속·체포영장 신청 사건은 인신과 관련된 부분이라 더욱 신중과 신속을 기해야 한다. 체포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처리할 때에는 유치장에 있는 피의자와 하나하나 전화통화를 해 체포·수사 과정, 혐의 인정 여부, 구속될 경우 발생하게 될 곤란한 사정 등을 듣는다. 독박육아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은 배 검사의 몫이다. 틈틈이 봐둔 블로그를 참고해 이번주에는 저수분 돼지고기 보쌈과 아들이 좋아하는 라자냐를 할 계획이다. 주중에 먹을 반찬도 알뜰하게 냉동. 아빠가 검사인걸 알면서도 경찰이 되고 싶다던 아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하자 야구선수로 꿈을 바꿨다. "자랑스러운 것까지는 안 바라지만, 검사 모두를 악인(惡人)으로 볼 때가 가장 힘들죠, 특히 저보다 가족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배 검사는 늦은 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검사로서 열과 성의를 다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진심만은 전해지길 바랐다.

    ■고영하(38·38기) 형사7부 검사

    ◇오전 9시 : 한달을 달리는 마라토너
    고 검사가 속한 형사7부는 기업·금융 관련 사건 전담부서다. 돈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한 때, 물건을 훔쳐서 되파는 경우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건들이 많다. 아침 잠이 많아 늦었다고 했지만 8시30분 그는 사무실의 컴퓨터를 켰다. 오늘 내에 처리해야 할 사건, 주내에 처리해야 할 사건, 이달안에 마무리해야 할 사건까지. 3개월 초과 미제사건으로 달력에 빨간불이 가득하지 않으려면 하루하루 꾸준히 달려야 한다. 그래도 형사부 마감인 월말이 다가오면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오후 2시 : '친절한 고 검사님'
    최근 임용된 새내기 검찰수사관은 고 검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누구든 검찰청에 오게 되면 대부분 잔뜩 긴장한다. "검사 일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강하게 말하기도 하죠."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필요한 사항을 샅샅이 조사하는게 검사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오늘 조사 사건은 계모임 관련 사기사건이다. 주부들이 친분관계에 의해서인지 의외로 장기간 모아둔 거액을 건네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다.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쉬었다 할까요?"

    ◇오후 9시 : 이번 주말에는 동물원
    회식은 한달에 2~3번 정도. 술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통에 처음에는 많이 고전했다. 마시다보면 는다지만 9년차인 지금도 주량은 변함이 없다. "술도 업무능력이라고 하던 때가 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다행이죠(웃음)." 보고싶은 아들 둘과 부인은 인천에 있다. 평일에는 부모님 댁에서 지내며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주말에야 집을 찾지만 쓰러져 낮잠으로 보내거나, 그마저도 일이 많으면 주말을 반납해야 한다. 이번주에는 아이들과 동물원에 갈 수 있기를. 

     


    최근 많이 본 기사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