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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없이 몸짓만으로… '수어'로 진행된 재판

    '제37회 장애인의 날' 맞아 법원 찾은 농학교학생들
    법복 입고 모의재판… 수어통역사 권형관 판사 도우미로
    시각장애인 판사·변호사 영상 시청… '법조인 꿈' 키워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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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돈을 모아 휴대용 게임기를 샀을 뿐입니다. 그걸 훔쳤다고 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저희 집은 가난하지만 저는 친구의 물건을 훔칠만큼 양심이 없지 않습니다. 판사님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십시오."

     

    20일 서초동 서울종합법원청사 서관 406호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말은 없었다. 쫙 편 오른손으로 주먹 쥔 왼손 위를 치며 수어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재판장과 배석판사들, 검사와 변호인 모두 수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의사소통 내용을 방청객 등에게 말로 풀어준 것은 수어 전문 통역인이었다.

     

    이날 재판은 실제 사건은 아니었다. 서울고법(원장 최완주)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농학교 학생 23명을 초청해 개최한 모의재판이다. 

     

    학생들은 같은 반 학생이 친구의 게임기를 훔친 사건을 가정해 모의재판을 열고 판사와 검사, 변호인, 배심원 역을 맡아 재판을 진행했다. 익숙치 않은 법률용어 때문인지 조금 어색해하고 실수도 나왔지만 학생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너무도 진지하게 억울함을 토로하는 피고인역의 학생 모습과 재치있고 능숙하게 변호인역을 소화한 학생의 모습에 방청석에서 간혹 대견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이 재판 진행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는 권형관(34·사법연수원 40기)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선생님들이 아이들 옆에서 진행을 도왔다. 권 판사는 법무관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3년전 수어통역사 자격을 취득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고 합의를 하려고 잠시 퇴정한 사이 배심원역을 맡은 학생들은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의견이 엇갈린 배심원들과는 달리 재판부의 결론은 무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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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장 역할을 맡은 이시진(18) 학생은 "법정에서 제일 높은 자리인 재판장 역할을 해보니 죄의 유무를 따져 판결을 하는데 부담도 됐고, 색다른 경험을 해 신기했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이날 학생들은 모의재판 외에도 실제 재판 중인 법정을 견학하고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37·41기) 부산지법 판사와 시각장애인으로서 서울고법 재판연구원을 지낸 김동현(35·변시 4회)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변호사가 출연한 영상을 보면서 장애인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웠다. 

     

    모의재판이 끝난 뒤 열린 '판사와의 대화' 시간에서 학생들은 권 판사에게 수어를 배운 이유와 기억에 남는 재판 등에 대해 질문을 했다. 학생들은 1000억원대 사기 사건에서 징역 14년형을 선고한 사건이 기억난다는 권 판사에게 형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고법은 현재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시민사법위원회 산하에 소수자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재판절차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 방안들을 논의하는 등 장애인의 소송 권익 보호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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