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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도 잘 모르는 ‘상속재산 파산제도’

    "고인이 남긴 빚, 상속재산 한도서 법원이 정리"
    상속인·채권자 등 모두 편리… 홍보 안돼 이용저조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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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을 남기고 세상을 뜬 선친 때문에 A씨는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해 허가를 받긴 했지만, 이후 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진땀을 빼야 했다. 변제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A씨는 부친의 채권자들에게 자신이 한정승인한 사실을 알리고 채권액을 알려달라는 공고를 해야 했다. 이후 채권액이 정해지면 배당액을 정하고 변제를 했다. 유산을 경매로밖에 처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마음대로 빚을 갚을 수도 없었다. 혹시나 실수로 먼저 변제해야 할 빚보다 후순위에 있는 빚을 먼저 갚았다가 선순위자가 변제를 못 받게 되면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했다. 복잡한 절차로 골머리를 앓았던 A씨는 "그냥 상속을 포기하는 게 나을 뻔 했다"고 토로했다.

     

    # B씨는 C씨에게 빌려준 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뒤늦게 C씨가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1순위 상속인인 C씨의 자녀들을 찾아 이들을 상대로 소송수계 신청을 했다. 그러자 C씨의 자녀들은 어머니인 C씨의 빚이 남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상속을 포기했다. B씨는 다시 C씨의 후순위 상속인을 찾아 소송수계를 신청하려 했지만, 후순위 상속인인 C씨의 형제 등도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B씨는 다음 순위 상속자인 C씨의 4촌 방계혈족들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일일이 상속인들의 가족관계등복부를 떼 확인작업 등을 거쳐야 했다. 후순위 상속자를 찾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을 허비한 B씨는 결국 3000만원을 포기했다.

     

    A씨나 B씨 모두 '상속재판 파산제도'를 몰라 애를 먹은 사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상속재산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모두 해결해 준다. 하지만 이 제도는 1962년 파산법 시절부터 도입됐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일반인은 물론 법률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이 처리한 한정승인 건수는 3600여건에 이르지만,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 가운데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해 승인 받은 사례는 0.2%에 불과한 8건에 그쳤다. 한정승인 이후 채무변제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그냥 상속포기를 한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이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속재산 파산은 상속인과 상속채권자는 물론 유증을 받은 자와 유언집행자도 신청할 수 있지만,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과 상속채권자에게 가장 큰 효용성을 발휘한다. 고인이 남긴 빚을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법원이 대신 관리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상속재산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빚 변제를 대신 해준다. 

     

    따라서 채권자들에 대한 공고와 최고 의무도 없고, 만에 하나 채무를 잘못 변제할 경우 져야 할 손해배상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한 뒤 관할 회생법원에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하면 된다.

     

    한정승인을 하지 않고도 관할 회생법원에 상속재산 파산 신청을 하고 법원이 파산선고를 하면 자동으로 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만약 파산 신청이 기각이 되고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고인이 남긴 빚 모두를 상속하겠다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한 다음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채권자들도 이 제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선순위 상속자들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돈을 돌려받기 위해 후순위 상속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빚 독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상속인들의 상속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상속재산을 처리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변제받을 수 있다. 

     

    이처럼 편리한 제도이지만 지금까지 유명무실화됐던 것은 상속재판 파산제도가 가사분야와 파산분야를 아우르는 제도임에도 상속은 가정법원에서, 파산은 회생법원이나 지법 파산부 등에서 전담해 따로 취급하는 바람에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혀졌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활성화에 나섰다. 서울가정법원(원장 성백현)과 서울회생법원(원장 이경춘)은 17일부터 가정법원에서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에게 회생법원의 상속재산파산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서울회생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NEW START 상담센터'에서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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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재산 파산 제도가 활성화되면 고인의 빚이 남긴 재산보다 많을까 두려워 유족이 서로 상속을 떠넘기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권창환(42·사법연수원 36기) 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는 "두 전문법원의 후견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첫 사업"이라며 "상속재산 파산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상속인의 청산 부담을 경감시키고, 채권자들의 안정적인 채권회수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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