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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국 前 헌재소장 "개헌 때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해야"

    17일 제헌절 기념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서…"법률과 명령·규칙 등 규범 통제기관 일원화해야" 주장도

    이승윤 기자 leesy@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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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개정 때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도는 헌법소원 등이 제기된 경우가 아니어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더라도 헌법재판기관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강국(72·사시 8회) 전 헌법재판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서 "(국회 내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그 운명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더 높은 차원의 정치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규범통제 절차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전 소장과 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개헌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전 소장은 "국회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격론이 벌어져 논의되더라도 결국 다수당 의사에 따라 통과될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에서는 추상적 규범통제 절차에 의해 정치적 평화를 유지하고 국력 낭비를 막는 것으로 이미 검증됐다"고 소개했다. '추상적 규범통제'는 구체적인 사건과 관계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바로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헌재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소수당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석을 점령하거나 상임위원회 출입문을 걸어잠그는 등 굳이 다수당과 물리적으로 맞서 싸울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 이 전 소장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소송이 제기됐을 때에만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는 또 "이번 개헌에서 사법권도 분권과 조정이 필요하며, 규범통제권을 일원화하는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헌재가 설치돼 있는 나라 중 법률과 명령·규칙 등 규범통제권을 이원화하고 있는 입헌례는 전혀 없다"면서 법률과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규범통제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행 헌법상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 권한을, 대법원은 명령·규칙에 대한 최종적인 위헌심사권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 논의 과정에서도 △행정입법은 행정작용이므로 법원이 명령·규칙의 위헌심사를 담당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규범통제 체계정합성 측면에서 헌법재판소가 명령·규칙도 위헌심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 전 소장은 "현행 헌법상 대법원장은 중임할 수 없도록 명문으로 규정돼 있는 반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대법원장에 대한 중임 제한 규정은 대통령 단임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대법원장이 중임·연임 여부 등에 관심갖지 말고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해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건을 처리·담당하는 것은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이 아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라며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은 (지금보다) 임기를 약간 연장하는 대신 연임이나 중임할 수 없도록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행 대통령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30년 전과 다름없이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의지가 지금도 강하다"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화되거나 권한이 남용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에 대한 두 가지 요구를 종합하면 결국 국회나 국민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정부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인사권의 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강력한 제한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방분권은 지역의 균형발전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중앙권력을 제한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결국 중앙권력,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일되는 경우 남북한 연방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연방국가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 체제를 경험하고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헌법상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면 공천제를 포함해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에 대한 실제적인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이번 개헌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분권"이라며 "개헌을 통해 입법·행정·사법부가 서로 돕고 견제하면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기본권도 더욱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며 "권력이나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이 아니라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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