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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샤의 은퇴식

    진욱재 해외통신원 (사법연수원 28기,미국 뉴욕 베이커바츠 로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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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제가 일하고 있는 베이커바츠의 뉴욕 사무실에서 의미 있는 작은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이 은퇴식은 35년간 이 곳 베이커바츠의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한 사무직원(paralegal) 마샤를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마샤와 저는 비슷한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곳 뉴욕 사무실에 출근하는 첫날부터 그녀와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은발이긴 하지만, 워낙 건강해 보였고 늘 웃으면서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 때문에, 마샤는 50대 중반의 직장 여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작년 연말 송년회장에서 마샤가 35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저를 포함하여 이곳에서의 근무 경력이 오래지 않았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은퇴식을 통해서 그녀의 나이가 만으로 66세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태백, 사오정 등이 회자되면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 직장을 오래 다니기도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마샤가 우리 나이로 67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로펌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로펌이 많은 미국에서조차 마샤의 이런 장기근속은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내 로펌은 대부분이 ‘at will’ 조건이 들어 있는 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로펌과 근로자는 어느 때든 자유로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은퇴하였지만, 마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녀의 직장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어 보았습니다.

    마샤는 회사에서의 첫 업무를 클라이언트들에 대한 빌링에서부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상표권 관련 업무를 도와주게 되었고, 그 부분의 일감이 늘어나게 되면서 전적으로 상표권 관련 업무만을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5년 후, 회사는 그녀가 뉴욕대에서 열린 상표권 강좌에 참석하도록 하여, 전문성을 보강시켜 주었답니다. 또,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상표권 협회(INTA)의 회의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의를 통하여, 마샤는 전 세계에서 온 상표권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이나 패러리걸들을 만나 대화하고, 세계 각국의 입법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마샤는 회사에 요청해서 매년 열리는 INTA에 가급적 참석하여 각국의 최신 경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운이 좋게도 10여년간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INTA 회의를 통해 알게 된 각국의 변호사나 패러리걸들과는 회의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들은 마샤가 해외 각국의 상표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많은 직장 여성들은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샤는 처음에는 9-5제로 근무를 하였으나, 지하철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8-4제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어린이집 운영 시간 때문에,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자주 생겼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회사가 이를 배려해 주어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샤와의 인터뷰 말미에, 본인이 베이커바츠에서 장기근속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마샤는 다른 사람들이 월급 때문에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을 많이 봤지만, 자신은 회사의 자신에 대한 배려가 마음에 들어 계속 잔류했었고 그러다 보니 35년이 다 되었다고 말하며, 그녀 특유의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저는 마샤의 웃음을 통해서 한 분야에서 35년간을 일해 온 프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태백’이나 ‘사오정’이 들리는 대신에, 마샤의 은퇴식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진욱재 해외통신원 (사법연수원 28기,미국 뉴욕 베이커바츠 로펌(Baker Botts 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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