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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한 소년범죄 처벌강화" 여론 속… 법조계는

    "극단적 처방은 오히려 毒" 우려 목소리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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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강릉 여중·고생 폭행사건' 등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청소년보호법과 혼동)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동조하는 서명이 20만건을 넘어서는 등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청소년들이 '선도'와 '보호'에 방점을 둔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우습게 보고 있을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로 판단능력이 성숙해져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일련의 몇몇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못한 소년범을 무조건 엄벌하는 것은 능사가 아닐뿐만 아니라 소년법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소년법은 국가가 보호자 역할을 하고 필요 적절한 보호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고자 하는 국친사상을 배경으로 국가형사정책 차원에서 대두됐다는 점에서 소년범에 대한 '따뜻한 법치'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을 시대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하거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흉폭범죄 등 특정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보호처분 및 소년원 교육의 내실화 등 맞춤형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소년법 폐지"… 靑 청원 20만명 넘어서= 이번 사태를 두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된다. 14세 미만은 책임무능력자인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소년법은 10세 이상~14세 미만의 비행소년을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보호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소년법은 소년범에 대한 여러가지 형사특례조항도 두고 있다.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서는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소년범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有期刑)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하도록 하되,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감경 외에도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해 추가 감경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또 18세 미만 소년이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않더라도 노역장에 환형유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가석방 요건도 완화하고 있다.

     

    소년법 뿐만 아니라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도 미성년자가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최대 20년으로 형량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며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시민들은 "더 이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만 해서는 안 된다"며 "법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것을 악용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신중한 논의 필요"=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소년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법을 만들어 성인들과 다르게 처벌하는 것은 소년범들이 개선·교화의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소년범과 관련해서는 처벌보다 교정과 선도 이념이 앞서기 때문"이라며 "몇가지 사건이 불거졌다고 해서 소년범 처우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한두 사건의 엽기성과 잔인성에 대한 충격요법으로 강력한 개정론을 불쑥 끄집어내는 것은 포퓰리즘의 발로"라며 "소년법은 일반형법과 다른 관점에서 출발하기때문에 소년법의 이념도 재조명해보고, 전반적인 범죄양상의 변화와 형벌이냐 보호처분이냐 등 정책적으로 차분히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47·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민법상 성년의 기준이 20세에서 19세로 낮춰진 점,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점 등을 감안하면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출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한 최대 형량을 20년으로 제한한 규정을 폐지하자는 등의 주장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종호(52·26기)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소년법을 폐지하고 성년과 같이 취급하는 문제는 민법과 근로기준법 등 우리 법체계 전체에 걸쳐 고민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소년법 자체를 폐지할 문제가 아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형의 상한을 높이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소년보호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형량 상한이 2년이라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한을 높여 사안에 맞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 등은 있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소년의 지적·육체적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발전한 만큼 형사미성년자 연령에 대한 논의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소년을 선도·개선하겠다는 법 취지가 적용되지 않는 미성년자에게까지 무조건 이를 강조할 수는 없으므로 극심한 사안의 경우 엄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범죄 전문가인 한 부장검사는 "소년법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은 브레이크 없는 기차와 같다"며 "처음부터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드문만큼 초기 비행이 적발됐을 때 더 큰 비행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선도하고 관리·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년범에 대한 각종 보호처분과 소년원 시설내 교육 등이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강화하는 한편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법원·검찰 등 관련기관 등이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청소년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범 처벌 여부 단순히 나이만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돼"= 김성은 강원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연구 107호에 게재한 '소년의 책임능력과 형사책임:책임능력의 평가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소년범의 처벌 여부 등을 단순히 나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독일과 같이 나이와 함께 도덕적·정신적 성숙도와 불법통찰능력 및 행위조정능력을 함께 평가해 소년의 형사책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소년법원법 제3조 제1문은 '소년은 행위시 그 행위의 불법을 통찰하고 이러한 통찰에 따라 행동할만큼 도덕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경우 형법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14세이상 18세미만의 소년범 사건에서 도덕적·정신적 성숙성 및 불법통찰능력과 행위조정능력 등 소년의 책임능력 유무를 심사하고 이를 토대로 형사책임 여부를 결정한다.

     

    김 교수는 "소년범 형사책임의 핵심은 연령을 몇 세로 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소년의 책임능력을 확고하게 형사책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며 "청소년은 개인의 발달특성이나 환경의 차이에 따라 정신적, 도덕적 또는 사회적으로 아직 미성숙하거나 성장과정에 있는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년의 책임능력을 실질적으로 심사하고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형벌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보장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촉각… 국회 논의 착수= 한편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59·14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며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형법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하향 △소년법상 촉법소년 연령 10세이상 12세미만으로 개정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 저지른 소년에 대해 소년법 적용 배제 등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 여야의원 29명은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는 한편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에도 형량 상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6일 법조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있다고 해서 폐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긴 하지만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수단도 찾아봐야 한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논의를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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