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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딴 영장기각 싸고 법원·검찰 '날선 공방'

    "해묵은 법원·검찰 영장 갈등 재연되나" 우려의 목소리도

    이정현 기자 j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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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댓글 외곽팀 사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의혹 사건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이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전을 벌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 기관의 해묵은 '영장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은 아닌지 법조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은 8일 이명박정부 시절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이른바 '민간인 댓글 작전'에 참여한 국정원 퇴직자모임 양지회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아 사원을 부당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AI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출입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입장문을 보내 법원을 공개적으로 강력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을 통해 "지난 2월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 댓글부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심지어 공판에 출석하는 특별검사에 대해 수십명의 경찰이 경호중임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영장, 계좌영장까지 기각해 공범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일반적인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른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그동안 검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해 왔지만,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매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영장전담 판사들의 이러한 입장에 굴하지 않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현재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참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강형주)도 이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의 영장기각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형사공보관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해 강력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전담법관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8조의 불구속 수사의 원칙 및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 제70조가 정한 구속사유에 따라 개별사안의 기록을 검토하고 영장심사 재판을 거쳐 공정하면서도 신중하게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 중"이라며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수사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영장전담법관이 바뀌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서울중앙지검 측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서울중앙지검이 개별 사건에서의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부적절할뿐만 아니라 특히 이번과 같은 부적절한 의견 표명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수년째 잠잠하던 법원·검찰간 해묵은 영장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이 영장발부 여부를 놓고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것은 지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론스타 사건 수사 때다.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론스타 임원들에 대해 청구된 체포·구속영장은 총 12차례 기각됐다. 외환은행 주가 조작 혐의로 체포됐던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경우 4번 연속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남이 장사하는데 소금 정도가 아니라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검찰을 향해 "체포에 대한 소명도 뚜렷한 게 아니고 불구속한다고 수사가 안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검찰은 "사법정의가 실종됐다"며 법원을 비난했고, 법원은 "검찰이 형사소송법 원리를 망각했다"며 맞섰다. 

     

    2010년 서울 홍은동 여중생 시신 훼손 사건의 19세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다섯 차례나 청구됐고 기각·각하됐다. 또 2008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한국교직원공제회 부실투자 의혹과 관련해 김평수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대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3번이나 청구한 끝에 발부 받았다. 당시 부장검사는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다.

     

    이후 비교적 잠잠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에서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두 차례씩 기각되며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처럼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KAI 경영 비리 사건 등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형 수사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자칫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이 영장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비난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은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청구 등의 수순을 밟아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렇게 공개 비판전으로 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완수사를 통한 재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언론을 상대로 법원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법원도 영장 발부와 관련해 검찰뿐만 아니라 변호인들도 불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영장 발부 여부와 관련한 뚜렷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로또 영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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