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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법제처,감사원

    헌정사상 첫 헌재소장 인준 부결… 소장 공백 장기화

    법조계 충격 속 정치권에 싸늘한 눈길

    이승윤 기자 leesy@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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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을 해결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8개월째 수장 공백 사태와 함께 8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정상적 운영 체계를 이어가게 됐다. 법조계는 헌재소장 인준안 늑장 처리 등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속한 후임자 인선을 통한 헌재 기능의 빠른 회복을 주문했다. 법조계는 헌재소장 인준안 부결의 주요원인이 이념적·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 새 정부의 '사법부 코드인사'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김이수(64·9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했으나 재석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1일만이다. 이에 따라 올 1월 31일 박한철(64·13기)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8개월 이상 이어지게 됐다.


    "헌법재판관 여전히 한명 공석…

    9인체제로 정상화 시급"

     

    정치권은 '네 탓'만 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부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추미애(59·14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헌재소장 인준 부결은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라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적반하장식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의 반응은 부적격 인사들의 임명을 차례로 강행해왔던 오만과 독선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태"라며 "이번 부결은 야 3당이 코드인사를 고집하는 현 정권의 전횡에 대해 내린 준엄한 심판"이라고 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4개월을 잘 돌아보고 인사 5대 원칙 적용 문제, 부적격한 인사 추천, 인사검증 과정의 문제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청와대의 오만과 자만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며 "삼권분립에 비춰봐도 행정부가 입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은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직에서도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김 후보자에 대해 재판관직에서 사퇴할 것까지 종용하고 나섰다.


    변협, 새 재판관 후보

    유남석·윤영미·이은애·황정근 추천 

     

    사법기관 수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29년 만이다. 법조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후보자 인준 절차나 결과 모두 경악스럽다"며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면 당론이나 의원 개개인의 찬반 입장에 따라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여당의 노력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반대했고, 국민의당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내세우기 위해 헌재소장 인준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대형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자체보다는 국회가 헌재소장 인준 표결을 질질 끄는 과정에서 이미 헌재의 위상을 상당 부분 실추시킨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임명동의가 가능한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종대(69·7기) 전 헌법재판관은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차분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헌재는 흔들리지 말고 헌법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헌재소장 임명도 중요하지만, 8인 재판관 체제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도 "국회가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석달이 넘도록 다른 정치 현안과 결부시켜 헌재소장 인준 여부를 방치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지명 몫 재판관 1명

    소장후보자로 지명 전망도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변협은 "헌재는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보루이므로, 소장과 재판관의 공백은 잠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헌재의 헌법수호 임무가 충실히 수행되기 위해서는 조속히 후임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새 헌법재판관 후보로 유남석(60·13기) 광주고법원장과 윤영미(54·16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 이은애(51·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황정근(56·15기) 변호사 등 4명을 추천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재 공석인 대통령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하면서 동시에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를 제외한 기존 헌법재판관 7명 중 1명을 새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김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하면 재판관들이 차기 소장을 하기 위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게 될 가능성이 커져 헌재의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한껏 기세를 올린 야당은 여세를 몰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형국이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에도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인준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국회가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도 바로 표결하지 않고 다른 정치 현안과 연계시키면서 질질 끌어 사법부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면서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곧바로 인준 여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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