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대법원, 법원행정처

    [창간67주년 특집] 양형위 출범 10년… 양형기준제도의 명암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23166.jpg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 실현을 위해 2007년 출범한 양형위는 2009년 4월 제1기가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배임, 위증, 무고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의결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제6기에 이르기까지 10년간 꾸준히 새로운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적시에 수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양형기준은 들쭉날쭉한 양형을 막아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형기준이 권고 '기준'이 아닌 지켜야만 하는 '규범'이 됐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판사들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양형기준에 기대 도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판기 판결이 양산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측가능성은 높였지만…"= 서초동의 A변호사는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양형기준 자료를 내려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있다. 의뢰인과 상담을 할 때에는 자료 중 해당 범죄에 맞는 양형기준을 출력해 회의실에 들어간다. 상담 만족도는 아주 높다. 양형과 관련한 객관적이고도 적중률 높은 분석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사건들은 양형기준에 맞춰 계산한 그대로 선고가 났다"고 말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일선 법원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90%에 이른다. 살인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준수율은 92.3%, 횡령·배임 범죄는 95.4%, 무고범죄는 무려 98.1%에 이른다. 이변이 없는 한 형량이 기준표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될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양형기준 준수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양형기준제가 정착되니 형량을 예측할 수 있어 일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른 변호사도 "의뢰인은 재판을 받을 때 무엇보다 양형을 궁금해 한다"며 "자신에 대한 양형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재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해진 기준대로만 판결이 나온다는 것은 판사들이 양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다"며 "때로는 사건의 특성에 따라 양형기준에 맞지 않는 판결이 오히려 구체적 타당성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이 판사들의 '도피'나 '회피'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면서 "양형에 대한 고민 없이 단지 기준 안에 숨는 것은 판사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양형조사위원 도입은 '지지부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충실한 양형심리를 위해서는 양형기준제와 함께 '양형조사위원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형조사위원제도는 양형조사의 법률적 근거를 형사소송법 등에 명시해 법원조사관이나 변호사, 보호관찰관 등 관련 전문가를 양형조사위원으로 위촉해 피고인과 관련된 양형자료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2013년부터 논의돼 왔지만 4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11월 주호영(57·사법연수원 14기) 의원이 양형조사위원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2014년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산심사1소위에 회부된 뒤 잠시 논의되는 듯하다 결국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이 좌초한 가장 큰 원인은 양형조사위원 제도의 운영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를 두고 법원과 법무부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양측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심판기관인 법원이 직접 양형인자를 조사해 판결하는 것은 법원의 본질적 기능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 법체계상 유·무죄와 양형 판단이 분리되지 않아 양형자료가 증거자료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양형조사 결과가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법원이 양형조사위원 등 조사관 자격과 임면을 결정할 경우 법원이나 재판부와 독립적인 지위에서 공정한 양형조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형조사가 필요하다면 조직·업무적으로 수사나 재판과 분리돼 있는 보호관찰관에게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반면 법원은 양형심리는 사실심리와 함께 형사재판의 양대 축인 만큼 심판기관인 법원이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에 검사와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양형조사위원 관리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양형조사위원의 선발 및 운영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피고인들은 적정한 양형심리를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원과 법무부가 피고인을 외면한 채 계속 기관 입장만을 내세워 반목하면 '기관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양측이 모두 전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사·변호사, 적극적 양형 주장 필요"= 새로운 보완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현 단계에서 가능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 뿐만 아니라 검찰과 변호인 모두 현행 양형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단순히 형량을 예측하거나 계산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사건에 대입만 할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적절한 양형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사안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결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사는 기소단계부터 양형인자들을 고려해 주장하고, 변호인 등 피고인 측이 반박하면서 재판과정 내내 양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가장 적정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판사도 "현재 법정에서의 양형 주장은 구형과 무죄 주장, 또는 선처에 불과하다"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적극적 주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약 피고인이 양형기준을 참고해 미리 계산한 것과 똑같은 형이 선고되더라도 이것이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에 나온 것이라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며 "법원과 검찰, 변호인 등이 모두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근 많이 본 기사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