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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67주년 특집] IMF외환위기 20년… 법제도 변화와 미래진단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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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전인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해 12월 3일엔 IMF와 공식 협약을 맺었다. 경제주권이 IMF의 손으로 넘어갔고 우리나라는 혹독한 구조조정 요구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요구받았다. 대우그룹과 한보그룹, 삼미특수강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실업자를 양산했고 정년이 보장되던 고용 안정은 옛말이 됐다. 법조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이를 용인해 준 관치금융, 분식회계 등으로 숨겨졌던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기업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이 주요원인으로 진단되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법제도들이 도입됐다. 본보는 창간 제67주년을 맞아 기업·회계와 형사, 도산, 노동 등 각 분야 전문가 4명을 초청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년-우리나라 법제도 변화 및 미래 진단'을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열고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법제도 등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제2의 국가부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했다.
    [좌담 참석자]


    배상근(51)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기업·회계 분야), 황적화(61·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형사 분야), 김형두(52·19기) 서울중앙지법 제2민사수석부장판사(도산 분야), 이정(59)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노동 분야), 정성윤(49) 법률신문 편집국장(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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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배상근 전무, 황적화 변호사, 김형두 수석부장판사, 이정 교수

     


    정성윤 편집국장= 오늘 좌담회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 간 법제도의 변화 과정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 과제 등을 점검하려고 한다. 각계를 대표하는 네 분의 전문가를 모셨다. 고견을 부탁드린다.

    <기업·회계 분야>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책임성 개선, 경영권보호는 소홀

    배상근 전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 대표적인 그룹이라고 불리던 대우와 한보, 진로, 기아 등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과거 우리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대기업이 경영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를 바탕으로 김대중정부 시절 기업개혁 5대 원칙과 IMF와 맺은 양해각서를 근간으로 기업경영개선이 이뤄졌다. 기업개혁 5대 원칙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부문의 설정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 강화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성 확립 등으로 구성됐고, IMF 양해각서는 △투명성 제고 △책임성 확립 △기업구조조정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했고,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등 감사제도를 강화하려 했다. 하지만 경영권보호 장치라 불리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G7으로 불리는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7개국에는 경영권보호 장치가 이미 도입되어 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경영권보호 장치들을 도입해서 이미 안착돼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IMF당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분식회계, 오늘날 잣대로 재단하기에는 무리

    1998년 정부는 IMF의 권고에 따라 기업에 부채비율 200%제한을 걸며 부채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1000% 이상 부채비율을 기록하던 상황이라 기업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 부채를 줄이는데 노력했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30대 그룹의 절반가량이 무너진 상태에서 자금조달도 어려웠기 때문에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하루아침에 200%로 떨어뜨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때 분식회계 문제가 발생했다. IMF 외환위기는 기업 입장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고 살아남는 게 목표였던 시절이었다.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지원이나 자금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려다보니 지금으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분식회계가 비일비재하게된 것이다.


    2003년 모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3년 4월 사이 10대 재벌 중 7곳이 분식회계 혐의가 적발됐다는 내용이 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IMF 당시에는 급한 상황이다 보니 기업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당시 금융기관과 금감원, 정부도 용인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IMF 위기를 극복했는데 지금에 와서 분식회계라는 불법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불법이고, 있어서는 안될 분식회계 등이 당시에는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었다. '분식회계'라기 보다는 '부실회계'였고, 특수한 시기에 벌어진 부득이한 행위였다.

     

    한편 IMF 권고에 따라 기업들이 무리하게 부채비율을 낮추다 보니 많은 부채를 감출 수밖에 없었고 위기극복 이후의 영업이익을 없는 것처럼 만들어 그 이익으로 감췄던 부채를 갚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분식회계라는 회계부정과, 영업이익 미신고로 인한 조세포탈 이슈까지 발생했다. 지금의 잣대로 과거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한 행위를 마구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긴급피난과도 같은데, 마치 긴급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불법이지만 무단횡단한 것을 단죄하는 셈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분식회계 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있어 그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신중한 이해와 검토 그리고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FRS 이른 도입, 수용 속도와 내용 조절하는 지혜 필요

    대규모 상장기업에 대한 투명성 제고의 요구로 회계제도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2011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실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IFRS를 도입할 때 미국도 IFRS를 도입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미국은 도입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며 도입을 연기했다. 우리가 너무 앞서간 측면이 없지 않다. 회계제도의 건전한 발전과 국제회계기준의 정착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하지만 국내현실을 감안하여 수용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IFRS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안착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도자체를 없애기보다 보완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형사 분야>

    ◇외환위기가 초래한 '업무상 배임', 경영판단의 원칙 확립 계기로

    황적화 변호사= IMF 외환위기는 형사재판 분야에서도 많은 선례들을 남겼고 새로운 법리가 정립되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자의 책임이 새삼 크게 부각됐고 그에 따라서 형법상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경영판단 기준을 확립하는 문제나 경영상 과오에 대한 합리적 책임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외환위기 이후 이사의 책임이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면서 법원도 이를 도입해 중요한 법리로 자리잡았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원래 미국의 판례법에서 정착된 이론으로서 우리의 민사재판에서 주로 논의됐는데 형사재판에 처음 도입된 것은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2002도4229)에서다. 당시 법원은 "기업의 경영은 원칙적으로 위험이 내재돼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 이득을 취할 생각 없이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서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가 있는 바 이런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해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정책적 차원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에 대해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는데 법원은 성공한 구조조정의 경우 대체로 범죄성립은 인정하되 양형 측면에서 이를 감안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영판단의 원칙 구체화는 기업 경영 활성화의 선결조건

    기업의 자율성이라든지 기업가의 모험가 정신, 도전정신, 창의성 이런 것들이 발현돼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개발되고 투자가 이뤄지고 고용이 이뤄지는 등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외부 환경변화로 인한 예측오류라든지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너무 광범위하고 엄격하게 묻는다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경제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추상적인 법 규정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이해하기 쉽도록, 경영판단행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처벌대상 행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유형화하는 것이 좋다. 업무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형두 수석부장판사= 판례도 그렇고 법률도 그렇고 기준을 가능한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인들의 예측 가능성이 대폭 떨어져 소위 말하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나설 수가 없다. 법원이나 국회에서는 판례나 법안이 나중에 오류가 있다고 공격당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만드는 부분이 있으나 한국의 법률문화가 발전하고 보다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선 판례나 입법이 조금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배= 경영판단원칙에 대한 판단기준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라고 본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구성요건이 좀 더 명확하게 제시됐으면 한다. 어떤 경우가 배임죄에 해당되는지 분명한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판결 자체도 어떤 경우에는 기업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권성동 의원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렇게 경영판단의 원칙이 명문화되면 기업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 관련 형사재판', 당시 상황 양형사유로 참작돼

    황= 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 강경식 부총리와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외환위기 전후의 객관적 상황을 판단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IMF 사태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여럿 있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은 구조조정에 실패해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국가재정과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입힌 경우는 엄하게 처벌했고 구조조정이 성공해 기업을 살리고 국가경제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경우에는 불가피했던 사정을 참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2002년~2003년에는 공적자금 비리합동단속반이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기업 및 부실금융기관을 조사해 기소 및 형사처벌이 뒤따랐다.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공적자금의 경우 국가경제에 부담이 되므로 그에 대한 법적 평가는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일부 그룹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시켜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이 사안에서도 당시 국내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회계관행으로 여겼고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으며 피고인들이 개인적으로 취한 이득은 없다는 점이 양형참작사유로 고려됐다.

    <도산 분야>

    ◇IMF의 강력한 요구로 도산제도 큰 변화

    김= IMF 사태로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졌을 때 도산제도도 크게 변화했다. 주된 이유는 IMF가 구제금융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법제도를 개선하라는 상당히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8년 2월 당시 모든 도산법이 다 개정됐다. 1998년 2월 파산법과 화의법, 회사정리법이 개정됐다. IMF 측에서 도산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 분, 초를 다투며 개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IMF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식 법제를 따랐던 도산제도가 IMF 이후 미국식 도산제도로 크게 전환됐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채무자회생법에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이 돼서 경영을 계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채권자협의회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모두 미국식을 따른 것이다.

     

    IMF 이후에도 도산법은 굉장히 자주 개정됐다. 파산법은 1998년과 2000년에 개정됐고, 회사정리법은 1998년, 1999년, 2001년에 개정됐다. 통합도산법은 2005년 제정된 이후 거의 매년 개정위원회가 열려 개정됐다. 2006년, 2009년, 2013년, 2014년 5월과 10월, 12월, 2016년에 개정됐다. 이처럼 자주 개정되는 이유는 도산법이 경제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반영해야 한다. 개정이 자주 되면서 내용 역시 점점 구체적으로 된다. 미국도 거의 매년 도산관련법 개정이 진행된다.

    ◇IMF 이후 도산사건 급증… 도산제도 필요성 부각

    사법연감에 따르면 1998년 개인파산사건 수가 350건이었는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개인파산사건은 통계조차 없었다. 법인파산도 IMF 이전에는 30여건정도 있었는데 1998년 117건으로 대폭 늘었고, 회사정리도 148건이나 됐다. 화의도 322건에서 728건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결국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IMF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도산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기업구조조정과 개인구조조정하는데 정말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알게됐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에서 구조조정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실감한 때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도산사건이 점점 미국과 일본같은 경제적 선진국 구조와 비슷하게 발전한다.

    ◇구조조정절차 지나치게 강제적… 민간 ADR 활용해야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구조조정 절차가 강제성을 띄고 있다. 법원이 하는 회생·파산절차는 일단 공개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업이 사정이 안좋아서 회생·파산신청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공개가 되면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하고 부정적인 인식때문에 기업가치가 훼손된다.

     

    가장 좋은 구조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모여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민간 ADR(대체적 분쟁해결제도,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민간 ADR방식으로 진행되는 사건이 많다. 이마저도 잘 안되면 법원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는 매년 2500건가량을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협의회가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법원까지 오는 회사 갱생사건이나 민사 재생사건은 각각 10여건과 200여건에 불과하다. 민간이 더 활성화 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민간 ADR방식이긴 하지만, 강제성이 있고 사실상 정부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한진해운사태, 내부적으로 해결했어야

    작년 한진해운사건은 도산법 전문가들에게는 부끄러운 사건이다. 전세계 9위인 해운업체를 파산시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해운업계가 모두 불황이었기 때문에 한진해운과 같은 경우는 신규자금을 지원해서 버티고, 구조조정을 하면 부드럽게 해결이 될 사안이었다. 

     

    도산 전문가들은 한진해운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법원의 회생·파산절차를 밟을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교섭해서 자기네들끼리 경영을 이끌며 구조조정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회생절차가 한 번 공개되면 전 세계를 항해하는 배들이 압류당한다. 한국의 도산절차가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더이상 한진해운은 살아날 방법이 없다.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내부적으로 신규자금을 주고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해결해야했다.

    <노동 분야>

    ◇IMF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

    이정 교수= IMF는 경직된 한국 노동시장을 부드럽게 만들 것을 요구했다. IMF는 특히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근로자 파견법' 두 가지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당시 두 제도의 도입을 놓고 '해고가 더 쉬워지는 것 아니냐'며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했지만 결국 두 제도 모두 도입됐다. 두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서 한국 노동계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조기에 달성한 측면도 있으나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관행화되고 기업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결국 두 제도의 도입은 비정규직 급증을 야기시켰고 이에 따른 소득양극화 문제를 가져왔다. 또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되면서 정규직과의 차별 대우 문제가 두드러졌고 이러한 차별은 후에 참여정부 들어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파견근로자법의 개정과 함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노동위원회로 하여금 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정 당시 비정규직의 사용사유제한 및 최대 사용기간을 둘러싸고 노사 간 첨예한 공방이 있었으나 결국 사용사유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사용기간을 당초 4년에서 2년으로 짧게 설정하는 타협이 이뤄졌다. 이처럼 IMF로 인해 촉발된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지금도 노동 분야에 있어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IMF 이후 집단적 노사관계의 발전 과정

    IMF 이후 집단적 노사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1999년에 교원노조법 도입을 시작으로 2006년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됐다. 이어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복수 노조제와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금지, 타임오프제 시행 등의 변화가 생겼다. 한편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청년실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노사정 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합의에도 노동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저성과자 해고지침인 '공정인사지침'과 성과연봉제 등의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지침'을 도입했다. 이에 노동계가 반발하여 일방적으로 노사정을 탈퇴하면서 노사관계는 급격이 냉각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박근혜 정부의 양대지침을 폐기하고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진보적인 노동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급진적인 나머지 경영계를 비롯해 기득권 근로자계층으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법원' 도입 문제 "신중해야"

    외환위기 당시 IMF는 노동법원 설립은 권고하지 않았다. 노동법원 관련 논의는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나왔는데 당시 노동계의 반대로 설립이 무산된 경위가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동법원 도입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유럽과 같이 노동문제를 전담하는 특별법원을 도입하게 되면 노동사건을 보다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와 같은 집단적 분쟁뿐만 아니라, 부당해고 및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분쟁까지 관할하는 등 사실상 노동법원의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노동법원의 도입에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노동법원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노동위원회와의 기능적 통합을 비롯하여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선행연구가 필요하다. 

     

    김= 당시 노동위원회에서 해결되는 노동문제들이 많았는데 노동법원을 도입하면 노동위원회를 폐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노동위원회는 법적으로 구제가 어려운 사안들도 경영자와의 협상을 통해 많이 구제하고 있었는데 노동계는 노동법원이 생겨 모든 사안을 법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구제받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노동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대법원의 판례가 노동계에 불리하게 나갔기 때문인데 노동재판의 전문성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노동법원 설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각종 전문법원(특허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노동법원도 설치된다면 노동재판의 전문성, 신속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배= 전문법원은 모든 분야에 걸쳐 필요하다. 지금도 특허, 기업, 공정위 등 각각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그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문법원에서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IMF 극복 20년 뒤인 오늘날 한국 노동법이 나아갈 길

    이= 향후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있어 노동법적 과제는 IMF를 계기로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문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소득의 양극화 문제 및 불합리한 차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어떻게 균형 잡힌 고용 정책을 수립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 향후 제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규제할 것인지 연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종전의 노동법적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논의해 나가야 한다.

    정=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에 찾아온 큰 위기였지만 새로운 원칙과 기준이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고 법제도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 경영에 대한 법적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게 되었고 이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 강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발전시켜온 법제도는 우리 경제와 법제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다시는 IMF 외환위기와 같은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 역할을 넘어 우리 경제와 법제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리= 손현수·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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