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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형법 각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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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도15398 판결 (허위 신고행위 이후 그 신고 대상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을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는지에 관한 사례)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년 1월 9일경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채무를 대신하여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고소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은 무고죄로 인지되었다. 그 후 ‘채권담보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도4293 판결 등)이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고 그러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피고인은 죄가 되지 않는 행위를 고소하였으므로, 가령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가 형사 범죄로 구성되지 아니한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6도558 판결 등)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고소는 그 이후 변경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행위를 고소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판결선고 시가 아니라 무고행위 시를 기준으로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자판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무고행위 당시 형사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국가의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그르치게 할 위험과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을 개인의 법적 안정성이 침해될 위험이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무고죄는 기수에 이르고, 이후 그러한 사실이 형사범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성립한 무고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4) 판례평석
    무고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이고 부수적 보호법익은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 또는 징계받지 아니할 이익이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2712 판결). 즉 무고죄는 국가적 법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개인적 법익도 보호하는 범죄이다. 또한 그 보호의 정도는 추상적 위험범이다. 따라서 허위의 신고행위에 의하여 법익침해의 추상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경우 기수에 이른다. 따라서 허위의 신고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위 2006도558 판결). 그렇다면 법익침해의 추상적 위험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본죄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바, 실행의 착수는 허위의 신고행위를 개시하는 때이고, 기수시기는 그 신고가 공무소에 도달한 때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허위의 신고행위를 하여 그 신고가 공무소에 도달하였다면 그 시점을 기수시기로 보고, 그 때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평가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판례 사안에서 2014년 1월 9일경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될 수 있는 것은, 판례가 변경된 2014년 8월 21일 직전에 같은 내용으로 허위의 신고행위가 있었을 경우, 그러한 행위도 무고죄로 평가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더욱이 2014년 8월 20일경 같은 내용으로 허위의 신고행위가 있었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즉 전반적인 학계 및 실무계의 분위기가 판례의 변경이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이에 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범죄 성립을 긍정하는 입장과 부정하는 입장으로 나뉠 수 있다. 다만 긍정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에는 그 시점의 기준으로 어떻게 잡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변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변경이 된 상태가 아니라면 그 허위의 신고행위의 결과반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변경이 되기 전이라면 실무를 처리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판례의 법해석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제한을 통하여 사안에 따라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도록 것으로 보인다.


    2.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명의신탁과 권리행사방해죄)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A 명의로 자동차를 구입한 후 피해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그 자동차를 성명불상자에게 대포차로 매각하였다. 피고인 및 A는 공동하여 피해자에 대한 권리행사방해죄(A가 점유하는, 피해자의 근저당권의 목적이 된 자동차를 은닉한 행위)로 기소되었다.

    (2) 사건의 경과
    변론이 분리되어 심리되었다. 변론이 분리된 후 A는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상고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피고인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다만 2심은 A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 진행되었다. 2심은 A가 무죄로 된 이상 피고인은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는 없고, 피고인이 자동차의 소유권을 갖지 아니하므로 위 자동차에 관하여 권리행사방해죄의 단독정범이 될 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등 참조).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소유자의 권리행사방해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그의 공범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 기소된 물건의 소유자에게 고의가 없는 등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

    (4) 판례평석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명의신탁의 유, 무효가 판단된다. 그러나 동산인 자동차에 관하여는 명의신탁의 효력에 관하여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 즉 자동차의 명의신탁에 관하여는 판례에 의하여 성립된 법리에 따라 소유권의 귀속이 판단된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3도29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498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064 판결 등). 불법적인 위임관계라고 볼 수도 없고, 주로 투기 등 음성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부동산 명의신탁과 달리 형사상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판례 법리에 따르면 자동차 명의신탁에 있어서 자동차는 대외적으로는 A의 소유, 대내적으로는 피고인의 소유이다. 따라서 피고인 단독으로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이 아니라 A의 소유라고 본다면, 피고인은 자신의 소유임을 전제로 하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의 판시내용을 이 사안에 대입하여 보면, 피고인이 자동차를 A 명의로 구입할 당시 실질적인 자동차 매매계약, 대출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는 없는지, 그렇지 않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저당권자인 피해자가 그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보관할 의무가 없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보아 긍정된다면,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 2010도11665 판결은 주위적으로 배임죄, 예비적으로 권리행사방해죄로 공소제기된 사안이었으나, 이 사건은 권리행사방해죄로만 기소되었으므로, 배임죄의 성립 여부는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3. 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7도6229 판결 (압류금지채권과 강제집행면탈죄)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예금계좌가 압류된 근로자로, 장차 지급받게 될 휴업급여가 기존의 압류된 예금계좌로 입금될 경우 그 휴업급여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에, 휴업급여를 지급받을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그 새로운 예금계좌로 휴업급여를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강제집행면탈죄로 기소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2심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2조의 휴업급여를 받을 권리는 같은 법 제88조 제2항에 의하여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으로서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형법 제327조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는 채무자의 재산 중에서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721 판결,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4129 판결 등 참조). 한편 압류금지채권의 목적물이 채무자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채권에 대하여 더 이상 압류금지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므로 그 예금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 않지만(대법원 1999. 10. 6.자 99마4857 결정,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다25552 판결 등 참조), 압류금지채권의 목적물이 채무자의 예금계좌에 입금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므로, 압류금지채권의 목적물을 수령하는 데 사용하던 기존 예금계좌가 채권자에 의해 압류된 채무자가 압류되지 않은 다른 예금계좌를 통하여 그 목적물을 수령하더라도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판례평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6조 제1항 제2호는 휴업급여를 보험급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제52조(휴업급여)는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되, 1일당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다만,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이면 지급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휴업급여의 산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제88조 제2항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휴업급여는 압류금지 채권이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2항은 압류금지채권의 목적물이 채무자의 계좌에 이체되는 경우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부분의 압류명령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반대해석상 취소되기 이전까지 이루어진 집행부분은 유효한 것으로 취급된다(위 대법원 2013다25552 판결). 즉 그러한 경우에는 계좌에 이체되는 순간 강제집행면탈죄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취소결정을 받아 그 취소결정의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루어진 집행부분에 관하여는 강제집행면탈죄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도 집행관계의 선후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취소결정의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 예금에 관하여 인출 등의 행위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물론 현실에서 금융기관이 이렇게 인출을 해 줄 리는 없을 것이지만, 행위자가 문서를 위조하여 인출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실질적으로는 이 판례 사안과 같기 때문에, 강제집행면탈죄가 인정될 수 있겠는지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불능미수에 해당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강제집행면탈죄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


    4.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894 판결 (불법의 이중평가 관련 사례)

    (1) 사실관계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피고인 갑은 자신이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사칭하면서 A를 기망하여 A로 하여금 B 계좌에 1400만원을 입금하도록 하고, B에게도 자신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사칭하면서 B를 기망하여 B로 하여금 B의 계좌에서 A가 입금한 금원 1400만원을 포함하여 1800만원을 인출하게 한 다음 이를 피고인의 공범에게 전달하도록 하였다. 피고인 갑은 A에 대한 1400만원 사기 및 B에 대한 1800만원 사기로 기소되었다. 피고인 을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한은행 계좌 통장을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하여 위 사기 범행을 방조하였다. 그 후 피고인 을은 보이스피싱 범행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려 피해자 C로부터 금원이 위 계좌로 입금되자 이를 인출하여 사용하였다. 피고인 을은 C에 대한 횡령죄로 기소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 및 2심은 모두 피고인 갑, 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간접정범을 통한 범행에서 피이용자는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뿐이므로, 피해자에 대한 사기범행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타인을 기망하여 그를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전달하는 도구로서만 이용한 경우에는 편취의 대상인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에 관하여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뿐 도구로 이용된 타인에 대한 사기죄가 별도로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전기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자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받으면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고, 범인이 피해자의 자금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 피해자와의 어떠한 위탁관계나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후 범인이 사기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이 예정하고 있던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인출행위는 사기의 피해자에 대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종범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된 피해자의 자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4) 판례평석
    피고인 갑의 경우 피해자 A에 대하여 1400만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맞지만, 피해자 B에 대하여 1800만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금전은 그 점유에 소유가 따른다는 법언에 따라, B 계좌에 입금된 1400만원도 B의 소유로 보아 B가 1800만원을 교부하였다면 그 금원이 사기 피해액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1, 2심 판결). 그러나 그 금원은 단지 B 계좌를 도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불법이 이중으로 평가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B가 1400만원 부분에 관하여 간접정범의 도구로 이용되었음에 불과하다고 보아, 1400만원은 B의 소유라고 볼 수 없고 A의 소유인데 B의 계좌가 이용되었을 뿐이라고 본 것이다. B의 계좌가 도관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B 자체의 금원이 편취되지 않았을 경우 B도 피해자로 볼 것인가를 생각하여 보면 대법원의 판단이 더 타당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횡령죄 관련하여, 피고인 을과 피해자 C 사이에 위탁관계나 신뢰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위 사안과 관련하여 착오송금과 횡령죄에 관한 판례(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에 비추어 보면(판례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 을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피고인 을은 피해자 C에 대한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방조범으로 가담하였기 때문에, 피해자 C가 송금한 금원은 피고인 을의 사기범행 편취물이라서, 그 편취물과 관련하여 피고인 을과 피해자 C 사이에 신뢰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기망행위로 인한 신뢰관계의 성립 가능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은 긍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의문이 있다). 가사 신뢰관계가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미 피해자 C에 대하여 침해된 법익이 다시 침해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도564 판결 (경매사기의 피해자 및 기수시기)

    (1) 사실관계
    피고인이 피해자 甲에 대한 대여금 채권이 없음에도 甲 명의의 차용증을 허위로 작성하고 甲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다음, 그에 기하여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여 배당금을 교부받았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 甲의 부동산을 경매하여 배당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기한 임의경매절차가 무효라서 피해자 甲이 소유권을 상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甲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에서이다. 검사가 항소하였다. 2심 법원은 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2심에서 검사는 사기 기수는 아니더라도 사기 미수는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2심 법원은 무효인 경매절차이기 때문에 피해자 甲에 대한 재물 편취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이유로(불능범), 검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기소된 공소사실의 재산상 피해자와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가 다른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와 다른 실제의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 근저당권자가 집행법원을 기망하여 원인무효이거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근저당권에 기해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함으로써 경매절차가 진행된 결과 부동산이 매각되었더라도 그 경매절차는 무효로서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지 않고, 매수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허위의 근저당권자가 매각대금에 대한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지급받기에 이르렀다면 집행법원의 배당표 작성과 이에 따른 배당금 교부행위는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의 재산을 처분하여 직접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는 행위로서 매수인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을 가진다.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이상 피해자가 공소장에 기재된 甲이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를 가려내어 그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로 처벌하여야 하고, 공소사실에 따른 실제 피해자는 부동산 매수인 乙이므로 乙에 대한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함에도, 이와 달리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사기죄의 처분행위,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심판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판례평석
    피고인이 허위의 근저당권 실행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배당금을 교부받을 경우 피해자는 누구인가? 피고인이 처분할 수 없는 물건임에도 마치 처분가능한 물건인 것처럼 임의경매절차를 통해 그 매수인으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으면 사기죄가 성립할 것이다. 먼저, 이 경우 허위 채권에 기하여 근저당권을 실행한 경우 피해자는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 행위자는 소유자의 부동산을 처분할 권능이 있는 경매법원을 기망하여 소유자의 부동산을 처분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부동산의 소유자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민사적 실체관계에서 무효라고 하더라도(따라서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 위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민사소송절차에서 그 실체관계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판례의 입장처럼,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무효가 전제된다면 대부분 부동산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가 인용될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라 매각대금을 납부한 매수인이라는 견해가 가능하다. 다음으로 이 경우 사기죄의 기수시기는 언제인가 문제된다. 소송사기의 경우 통상적으로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행위자가 경매절차를 이용하여 배당금을 편취하려 하는 경우, 기망행위의 상대방 및 처분행위자는 매수인으로 보아야 한다. 경매법원은 행위자에 의하여 이용되는 간접정범에서의 도구와 유사한 성질을 갖는다. 이 경우 매각허가결정(민사집행법 제128조)에 따라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납입하였을 때(제135조) 기수에 이른다고 생각된다. 즉 처분행위는 매수인의 매각대금 납입행위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매법원의 배당표 작성 및 이에 따른 배당금 지급을 처분행위로 본 위 판결에는 의문이 있다. 그 이후 배당절차에서 행위자나 채권자가 배당금을 지급받았는지 여부는 미수와 기수를 가르는데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자기이득사기인가, 제2항의 제3자이득사기인가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 소송사기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행위자가 얻게 되는 것은 ‘판결에 의하여 부여되는 권능 내지 지위’이다(대법원 2006. 4. 7. 선고 2005도9858 전원합의체 판결). 마찬가지로 매각대금이 완납되면 매수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채권자들은 배당금을 교부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된다. 즉 임의경매가 진행되어 매각대금이 납부되었을 때 행위자가 얻게 되는 이익은 ‘배당금을 교부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배당절차에서 피고인이 배당금을 실제로 받게 되는지 제3자가 받게 되는지 여부는 기, 미수를 가르는 기준, 자기이득, 제3자이득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용식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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