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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 읽어주는 변호사

    [판결] "법원, 변호사 보수 감액 신중히 해야"

    보수청구 제한할 경우 합리적 근거 명확히 해야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반해 과다할 경우 제한 가능
    당사자 간의 계약내용 함부로 수정·변경은 경계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세현 기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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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보수와 관련한 분쟁에서 법원은 당사자들이 약정한 보수를 함부로 감액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에서 대법관 2명은 '법원이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변호사 보수를 감액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으나, 대법관 11명이 '당사자가 약정한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변호사 보수의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종전 대법원 판례는 유지됐다.


    전국교수공제회 회원인 조모씨 등은 500억원대 임원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국가에 그 관리·감독상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제회 회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조모씨 등 3명은 2014년 3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박모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착수금을 원고 1인당 10만원씩 3500만원(부가가치세 350만원 별도)에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소송위임과정에서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문제로 분쟁이 생기자 조씨는 처음에는 계약해지를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2000만원만 지급했다. 박 변호사는 나머지 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가 무단으로 소장을 제출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조씨에 대해 별도로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도 청구했다.


    재판에서는 민법상 일반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의해 변호사 보수를 감액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며 변호사 보수를 2000만원으로 감액한 다음 박 변호사의 나머지 보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인지대 등 비용과 조씨에 대한 위자료 청구부분만 일부 인용해 "조씨 등 3명은 박씨에게 각 75만원을 지급하고, 조씨는 박씨에게 별도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약정한 변호사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할 때에는 변호사 보수를 감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보수액을 제한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17일 박 변호사가 조씨 등을 상대로 낸 약정금청구소송(2016다35833)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법(私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도 아무런 제한없이 절대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며 "특히 단순한 급부의 교환에 그치는 매매와 같은 계약과 달리,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상대방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는 위임이나 신탁과 같은 계약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영리추구가 목적인 상인의 영업활동과 달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변호사 직무의 특성상 소송위임계약에서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면서 "따라서 변호사 보수의 경우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해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의 타당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법원이 적정한 결론을 도모한다는 구실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대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을 함부로 수정·변경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를 발전시켜 오면서 이러한 법리가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수정하는 예외적인 것이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보수 청구를 제한하는 경우 그에 관한 합리적 근거를 명확히 밝여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박 변호사가 소송수행을 계속한 것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소송수행 내용 등을 볼 때 약정한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신·조희대 대법관은 "법률에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사적자치 및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내용대로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 보수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견해는 다수의견과 결론(파기환송)이 일치해 별개의견으로 기록됐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26542065255_16274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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