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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 병원측 조직적 증거인멸… 녹음파일서 건졌다

    막막한 의료과실 사고, 합리적 추론으로 해결 사례

    이정현 기자 j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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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월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이준동(45·사법연수원 34기·현 부산지검) 검사는 의료사고 사건을 배당받았다. 서울의 모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분만 도중 사망한 사건인데, 무려 5년전인 2012년 2월 발생한 사고였다. 산모의 사망원인 분석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미 두 차례나 시한부 기소중지 됐던 사안이었다. 진상을 밝히기가 어려워 의료과실사고 전담검사인 이 검사에게 배당된 것이었다.  

     

    산모 분만중 사망… 

    5년전 의료사고 배당받은 검사


    기록을 보니 산모 사망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진료기록을 토대로 부검을 해 양수색전증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분만 과정에서 양수가 터지면서 심장과 폐혈관을 막아 산모가 숨졌다는 것이다. 양수색전증은 사망률이 50%를 넘고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미리 예측하기도 어려워 양수색전증으로 산모가 사망하더라도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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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과수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리자 병원 측은 유족을 상대로 의료상 과오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법원도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인은 마취사고' 추측에서 출발

    사건 전면 재검토


    그러자 유족들은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진료기록을 보면 숨진 산모가 오전 9시 30분쯤 의식을 잃은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같은 시간 병원 CCTV에는 혼자 걸어다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사망 직전 치료행위를 시도했다는 담당 의사는 외출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숨진 산모에게서 마취제인 프로포폴이 검출됐지만 진료기록에는 마취 없이 진정제만 투여한 채 수술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미심쩍은 의혹이 계속되자 결국 국과수는 사인에 대한 재감정에 착수했고, 이례적으로 기존 감정 결과를 뒤집고 산모의 사인이 양수색전증이 아닐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이 다시 형사문제화 된 것이었다.

    이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민사소송이긴 하지만 이미 병원 측 과실이 없다는 법원의 선고가 있었고, 국과수의 2차 감정 결론도 병원 측이 작성한 진료기록의 기재가 진실하지 않다면 사인을 양수색전증이 아닌 마취사고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일 뿐이어서 당시 병원 진료기록의 허위성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검사는 "발생한 지 너무 오래된 사건이고 민사소송에서도 피해자 측이 졌는데 증거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당병원 ·관계자 압수수색

    당시 직원 핸드폰 분석


    이 검사는 결국 사건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시 병원 측이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숨긴 점, 산모 사망 사실을 유족들에게 1시간 20분이나 지난 후에 알린 점, 진료기록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국과수 의견 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면 병원 측에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 해당 병원에서 퇴사한 직원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이 뭔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검사는 이들에게 당시 진료기록 조작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지만 퇴사한 직원들 역시 의료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의사들의 비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수술 참여한 의사가 프로포폴 투여'

    녹음 파일 발견


     

    난관에 봉착한 이 검사는 다른 길을 찾았다. 그는 사건 발생 당시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병원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어졌다면 병원 측이 대책을 논의한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검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당 병원과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 해당 병원의 직원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에 대해 모바일 분석을 실시한 결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직원이 병원장과 통화하면서 "사건 다음날 새벽 경찰 조사를 앞두고 수술 집도의가 수술 참여 직원들에게 프로포폴 투여 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했다"는 녹음 파일을 발견한 것이다.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진상을 은폐하려했던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 검사는 이 녹음 파일을 근거로 퇴사한 병원 직원들을 다시 설득했고, 결국 병원 측이 피해 산모의 사인을 양수색전증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병원 측이 민사소송에서 제출한 증거도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병원 측 제출 증거 모두 조작 밝혀

    담당의사 구속기소


    이 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해 피해 산모의 사인이 양수색전증이 아니라 프로포폴 등 마취제 투여로 인한 과실이라는 결론을 받았다. 이 검사는 이 같은 자문 결과와 위조된 진료기록 등을 증거로 당시 수술 집도의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법정에서 자백하고 유족과 합의해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1심에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검찰 내부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꼽히는 의료과실사고를 철저한 증거 분석과 합리적 추론으로 해결한 사례"라면서 "아무리 의료과실사고 사건이 전문분야이고 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지만 과학적 수사방식과 철저한 사건 관계자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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