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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증거 추적 ‘年 1만건’… 디지털 시대 맞는 증거법 도입 절실

    디지털 증거 연간 1만건 추적… 적법성 해결할 명확한 규정은 없어
    현 형소법은 아날로그 증거시대 기반… 법원 해석 통해 땜질식 처방
    서버 압수수색 과정 당사자 참여권 보장 문제 등 두고 논란도 잦아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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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퓨터와 핸드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문서 파일이나 이메일,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주고 받은 메시지 등 '디지털 증거'를 어떻게 추적·복원·분석해 내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키(Key)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증거 시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등 어떤 절차를 거쳐야 적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와 같은 법적 쟁점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대법원 판례 등에만 오롯이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례가 없는 경우에는 확보된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공방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결국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적법성이 유동적인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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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검찰의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및 분석 건수는 무려 1만1575건에 이른다. 2016년에도 1만3172건, 2015년에도 1만1286건에 달했다. 디지털 증거 추적 작업이 연간 1만건 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포렌식 없이는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도 디지털 포렌식은 가장 중요한 증거 확보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은 디지털에 대한 개념조차 희미했던 1954년 제정 당시의 아날로그 증거 시대를 여전히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생겨나고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으로 디지털 증거와 관련된 규정들이 새로 마련되기도 했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판결 등 법원 해석을 통해 법률 미비를 채우는 형태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원칙들이 확립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장검사는 "아날로그 증거와 달리 디지털 증거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쟁점들이 많이 있는데, 명확하고 체계적인 규정은 미비해 디지털 증거 및 이에 대한 추적·복원·분석 작업의 적법성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을 대신해 기준을 제시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증거와 관련된 판례가 어떤 것이 있는지, 판례가 나왔는데 일선에서 놓쳐 애써 수집한 디지털 증거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당사자의 참여권 보장 범위와 관련된 문제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주고 받은 메시지나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글 등에 대한 증거 확보 작업이 빈번해지면서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등의 참여권 보장 문제가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세월호 피해자 추모집회 '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한 대학생 용혜인(26)씨가 경찰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압수수색에 반발해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영장을 집행한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서울 은평경찰서 경찰관을 상대로 낸 준항고 사건(2015보6)에서 용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피의자인 용씨에게 압수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는 등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피압수·수색자인 카카오 법무팀에도 압수수색 영장을 '사본'으로 팩스로 전송했을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압수물 목록도 교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경찰은 용씨가 2014년 5월 18일 '가만히 있으라' 집회를 벌이자 이와 관련한 위법성을 수사하며 용씨의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카카오 법무팀 직원은 5월 20~21일 이틀치 카카오톡 대화방 57개의 대화 내용을 서버에서 찾아 경찰에 넘겼다. 그 뒤 서울중앙지검은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용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용씨는 수사당국이 자신의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이듬해 재판과정에서야 알게 됐다. 그는 당시 경찰이 압수수색 사실을 자신에게 통보하지 않았으며, 영장 원본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부적법한 절차로 진행했다며 준항고 했다.


    검사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 했으며,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다(2016모587).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현장에 피의자를 참여시킬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해당 디지털 증거를 확보한 후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피압수수색자를 참여시켜야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일반적인 디지털 포렌식 원칙에 부합한다"며 "저장매체에 있는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 장소에서 복제하고 추후 이를 재복제하는 과정까지 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정보 중에서 키워드 또는 확장자 검색 등을 통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한 다음 정보저장매체와 동일하게 비트열 방식으로 복제해 생성한 파일을 제출받아 압수했다면, 이로써 압수의 목적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는 종료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이와 같이 압수된 이미지 파일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도 피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2017도13263)한 바 있다"면서 "카카오 본사에서 관련 대화 내용을 압수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압수는 종료된 것이므로, 이후에 수사기관이 디지털 포렌식을 하는 과정에 당사자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디지털 증거 추적 등과 관련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보니 검찰은 지금까지 이처럼 자체 관행이나 기준에 따라 대처해왔다. 그러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도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이른바 '종근당 결정(2011모1839)'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디지털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방법과 합법성의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압수수색 대상인 컴퓨터 등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그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체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의 형태(복제본)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 혐의 사실과 관련한 정보만 추출하기에는 시간적·기술적 제약이 큰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은 압수수색한 저장매체에서 영장 혐의와 상관 없는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발견하더라도 피압수자 측에 적정한 참여권 등을 보장하지 않으면 적법하게 그 내용을 압수할 수 없고, 압수한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으로 가져와 복제하고 재복제하는 등 순차적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차례라도 정보 소유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해당 압수수색 전체가 위법하므로 이 과정에서 획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판결에만 의존해서는 디지털 증거 추적 등의 적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디지털 증거의 특성이 반영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률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포렌식학회장인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정보가 압수 대상인지에 대해서조차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이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거리 압수수색 등 디지털 시대에 맞게 도입돼야 할 제도들도 많고, 민사관계에서도 증거법칙이 필요하므로 민·형사를 불문하고 증거법의 새로운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실물 증거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을 땜질식으로 쓰고 있어 디지털 시대를 고려한 새로운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압수수색 규정은 수사의 목적도 달성하면서 피압수자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도록 양자가 균형을 잘 이뤄야 한다. 수사기관은 흔들고 국민들은 보호 받지 못하는 임시방편적 제도가 아닌 기본 구조와 골격부터 체계적으로 새로 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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